지난호에 잠깐 설명하다가만 고급 통계 문제를 이어서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

고급 통계라는 명칭은 제가 임의로 지은 것이긴 하지만, 대략적으로 보았을 때 연세대 성균관대 서울시립대 건국대의 통계 문제들이 여기에 속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즉 단순히 표를 읽으면서 어떤 내용을 추출하는 일반적인 통계 문제와는 다른 것이지요.

일반적인 문제들은 일정한 스토리가 갖춰진 대로, 표를 읽으면 그만입니다.

가령 저출산, 고령화에 대한 상황을 보여주기 위해 문제는 연도별 출산율 변화와 고령화 인구 비율을 보여줄 것입니다.

하지만 고급 통계라는 것은 이 안에 숨겨진 또 다른 의미나 단순히 통계에 잡히지 않는 복합적인, 혹은 중층의 의미를 찾아내기를 바랍니다. 통계나 그래프 자체가 난해한 독해의 용도로 사용되는 것이지요.

지난 시간에 이미 말씀드렸지만, 이런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우선, '우리의 예상과는 달리 무언가 특이하거나 이상한 점'을 찾는 것이 우선입니다.

'어라? 당연히 이렇게 돼야 하는 것 아닌가?'하는 예상과 다른 것을 찾는 것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더 꼼꼼한 관찰이 요구됩니다.

즉 다양한 외연으로부터 추출되는 내연을 모아서 하나의 결론으로 나아가는 것입니다.

가령, 다음 문제를 한번 보시지요.

문제는 건국대 2011학년도 기출 문제 중에서 발췌했습니다.



<문제> 위의 표에서 가격 정책에 따라 고객의 반응이 달라지는 양상을 심리적, 사회적 맥락에서 분석하시오.(501~600자)



기업 입장에서 사회적 책임 준수와 수익성 확보를 동시에 달성하기란 쉽지 않다.

기업이 환경 친화적으로 생산을 하거나 수익금의 일부를 자선 단체에 기부할 경우 자연히 비용이 상승한다.

이러한 사회적 책임 추구가 수익성 확보와 양립하기 위해서는 고객들이 이들 기업 제품에 관심을 갖고 구매를 늘려주어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것이 일반적이다.

그 이유로는 첫째, 고객들이 기업을 믿지 못한다는 점, 둘째, 고객들이 수동적으로 참여하는 구조라는 점이 지적된다.

최근 저명한 학술지인 [사이언스]에 실린 한 연구 결과는 이 문제와 관련되어 주목된다.

이 연구는 미국의 한 유명 놀이공원의 롤러코스터 이용 고객을 대상으로 실험을 행했다.

원래 공원 측은 롤러코스터를 타는 모든 고객의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 이를 모니터를 통해 보여준 후, 원하는 고객에 한해 사진을 출력해 판매했다.

실험은 사진에 대해 몇 가지 다른 가격 정책을 설정하고 여기에 고객들이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조사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실험의 가격 정책은 우선 두 가지로서, 하나는 '정액 지급'(12.95달러)이고 다른 하나는 원하는 만큼 돈을 내거나 아예 내지 않을 수도 있는 '자유 지급'이다.

그리고 '정액 지급'과 '자유 지급'이라는 조건에 덧붙여, 고객이 지급한 금액의 절반은 자선 단체에 기부한다고 했을 때와 그렇지 않을 때 고객의 반응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조사하였다.

다음 표는 실험 결과이다.
[생글 논술 첨삭노트] (73) "고급 통계 문제는 우선 특이한 점을 찾아내야"
⊙ 무엇이 신기한 일인가?

정책은 성공했습니다. 기업은 돈도 벌고, 또 기부도 했지요. 원래는 두 가지 이유 때문에 이게 잘 안 된다고 하더니만, 어떻게 성공한 모양입니다.

문제조건은 사회적, 심리적 맥락에서 살펴보길 원하니, 아마도 저 조건들이 극복되면서 사회적, 심리적 맥락에서 유의미한 메시지가 도출된 것 같습니다. 자, 우선 잘 안 되는 두 가지 이유를 살펴보지요.

첫째 이유란, 기업은 그래봤자 '나쁜 집단'이라는 인식 때문입니다. 기업의 목적이 이윤 추구란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그런 생색내기 따위에 흔들리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수익금의 일부를 불우이웃을 돕는 데 쓰겠습니다'라고 광고해봤자 "그걸 어떻게 믿어?"라고 하면 그만인 것이지요.

둘째 이유란, 고객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려고 하더라도 그 방식상의 한계가 있다는 것입니다. 기업이 자기들이 먼저 제안을 하기 때문이지요. "얼마 내주세요.

제가 기부해드릴게요"라는 방식이니 착한 일을 하고도, 그다지 착한 일을 스스로 한 느낌이 들지 않는 것입니다.

(이건 심리적 맥락이겠지요?)

자, 그리고 여러 가지 가격정책에 따른 결과를 보여주는 연구가 등장합니다.

기업 입장에서 노리는 것은 아마도 '돈도 많이 벌고, 좋은 일도 많이 하고!' 뭐 이런 것일 거고요.

결국, 이 표는 이 두 맥락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심리적 맥락이란 것은 고객의 수동성(적극성)과 결부되어 있으니 쉽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다만 사회적 맥락이란 것은 그 뜻이 명확하지 않지만, 문제 자체가 이미 드러내주었던 '사회적 책임'이나 '사회적 가치' 등을 연관지어 생각해도 무방합니다.

즉 '개인의 행동은 사회적 맥락을 지닌다'=내 행동은 사회적으로 가치있는 행동이다! 표를 자세히 뜯어보죠.

① 확실히 정액지급일 경우보다 자유지급일 경우 사진 구매율은 엄청나게 늘어난다. 정액지급일 경우 사진가격이 비싸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판매가 저조하다.

② 대신, 정액지급이라도 반액은 기부한다고 했을 때, (착한 일에 쓸게요! 우리 착한 사람들이에요!) 사람들은 좀 더 많이 샀다.

③ 자유지급이 되자, 사람들은 확실히 많이 사게 된다. (몇 배냐? 17배에 육박!) 하지만, 자율 가격이었기 때문에 사람들은 지나치게 싸게 지급했다.

(원가도 안 될 걸?)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판매수입은 정액지급일 경우보다 300달러 정도 늘었다.

놀이공원 입장에서는 반액 기부 정액 지급에 비해서 성공한 셈이다. (반액기부하면 2331달러는 1165.5달러에 불과하게 된다)

④ 자유지급에 반액 기부가 되자, 사진구매율은 거의 절반으로 줄었다. 내가 자유롭게 내는 돈이 누군가에게 기부되는 돈이라는 생각이 들자, 쉽게 내기가 어려워진 것이다.

(누구를 돕는 일인데,쩨쩨하게 몇 백 원 줄 수 없으니까. (ex) 0.92달러=1000원) 하지만, '도와주는 것인데 좋은 맘으로 내자'고 한 사람들은 평균 5.33달러의 가격을 내고 사진을 구매했다.

이제 사진판매 수입은 기부를 제외하고라도, 3112달러로 가장 높게 된다. 가장 성공한 가격정책!

그렇다면, 왜 <자유지급 반액기부> 정책이 성공했을까요? 어떻게 두 가지 이유로 돕지 않던 고객들을 사로잡았을까요?

그 이유를 사회적/심리적 맥락에서 서술하면 됩니다.
[생글 논술 첨삭노트] (73) "고급 통계 문제는 우선 특이한 점을 찾아내야"
4번의 경우, 고객이 적극적으로 참여했다는 점에서 기존에 문제되던 두 가지 문제, ①기업을 믿지 못한다. ② 수동적인 참여를 모두 해결한 케이스입니다. 가령 ?e가 확실히 그렇지요.

자유지급이란 것은 손해를 감수한다는 뜻인 데다가, 거기에 반액을 기부한다고 하니 '믿을 만하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 첨삭안내에 관하여

이번주에는 2011학년도 연세대 수시 기출문제 사회계열(주제는 과학적 탐구)을 첨삭하도록 하겠습니다.

이 문제에도 고급 통계 문제가 등장하지요. 그러므로, 1번 2번을 모두 풀어서 보내주시면 됩니다.

(시간은 2시간 정도로 잡으면 됩니다. )

연세대 문제를 학교 홈페이지에서 다운받은 후, 9월 25일(일) 밤12까지 써서 sgsgnote@gmail.com으로 보내주면, 선착순 50명에게 첨삭을 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보낼 때는 꼭! 이름과 주소, 전화번호를 남겨주기 바랍니다.

이게 없으면 해설서를 드리지 않아요!

우수한 답안을 뽑아 이번에 새로 나온 생글첨삭노트 2011년판 실전교재를 보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이용준 S · 논술 선임 연구원 sgsgnote@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