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력으로 승부내는 공개 경쟁방식 높이 평가”

“오히려 프로그램 다양성 해치는 부분도 있어”


바야흐로 오디션 프로그램 전성시대다.

서바이벌 형식의 공개 오디션을 통해 가수를 선발하는 한 케이블채널 프로그램이 크게 히트하자 최근에는 공중파 케이블 채널 할 것 없이 오디션 열풍이 불고 있다.

오디션 프로그램의 종류도 다양화돼 가수는 물론 밴드, 연기자, 성우까지 공개 오디션을 통해 선발하고 심지어 피겨스케이팅과 댄스 등 스포츠 영역에까지 일종의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기성 가수들의 노래를 청중들이 평가하는 ‘나는 가수다’도 넓은 의미에서는 이런 류의 오디션 프로그램의 한 종류로 볼 수 있다.

오디션 프로그램이 거의 넘쳐날 지경에 이르자 이를 둘러싼 여러가지 잡음도 나오는 상황이다.

시청자 입장에서는 일단 흥미진진하기 때문에 재미있게 볼 수 있지만 출연자의 선정과 평가방법의 공정성 여부, 지나친 프로그램간 경쟁에서 오는 상업주의적 색채 등을 둘러싼 논란도 끊이지 않는다.

점점 열기를 더해가는 오디션 프로그램을 둘러싼 찬반 논란을 알아본다.


⊙ 찬성

공개 오디션 프로그램에 찬성하는 사람들이 꼽는 최대 장점은 공정한 경쟁이다.

누구든 제한 없이 참가할 수 있고 열린 공간에서 공개 경쟁을 통해 실력으로 승부를 내는 방식을 높이 평가하는 것이다.

기존 연예계가 진정한 실력보다는 외모 위주로 스타를 발굴하고 개인적인 친분이나 연이 없으면 출세하기 어려웠던 반면 오디션 프로그램은, 예를들어 노래만 잘하면 가수로 성공할 수 있는 길을 보장한다는 지적이다

. 실제 가수를 뽑는 공개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최종 우승자로 결정된 사람들의 면면을 보면 외모가 출중하지는 않지만 제대로 된 가창력을 갖춘 젊은이들이어서 이런 지적을 뒷받침한다.

가창력 있는 가수들 위주로 출연하는 ‘나는 가수다’ 역시 댄스와 외모 위주의 아이돌 음악에 질린 사람들에게 모처럼 실력있는 가수들의 수준 높은 음악을 접할 수 있게 해주고 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조작이 없는 리얼리티 부분에 높은 점수를 주는 사람도 많다.

방송 프로그램은 드라마나 쇼 등 상당 수가 픽션과 설정을 전제로 하는 경우가 많은 반면 오디션 프로그램은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기 때문에 시청자들이 공감할 수 있고 따라서 시청률도 높아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트위터 아이디 10asia를 쓰는 한 네티즌은 “오디션 프로그램은 쇼와 함께 교양을 전달할 수 있다는 일종의 새로운 문화 영역으로 이것이야 말로 공영방송이 적극 해야할 프로그램이 아닐까”라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 반대

일각에서는 이런 오디션 프로그램이 오히려 예술의 다양성을 해친다는 지적도 한다.

소위 높은 점수가 나오는 노래나 연기 등이 알게 모르게 정형화돼 다른 시도를 사실상 어렵게 만든다는 얘기다.

실제 ‘나는 가수다’를 예로 들면 음악에는 여러가지 장르가 있는데 이 프로그램의 경우 일단 폭발적인 성량으로 우렁차게 노래를 불러야만 청중평가단으로부터 어필할 수 있어 결과적으로 높은 점수를 받기 위해 다양한 음악적 시도가 제한받고 있다는 것이다.

획일적으로 유사 프로그램이 들불처럼 번저 나가면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접할 시청자의 권리를 침해한다는 목소리도 없지 않다.

프로그램의 내용에 대한 비판도 있다.

일부 프로그램의 경우 고의적으로 시청률을 올리기 위해 프로그램 제작자와 출연진간에 사전에 짜고 에피소드를 만들어내는 경우가 없지 않다.

또 유명 연예인의 친인척이나 친구들이 종종 지원자로 등장하는 데 과연 이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한 것인지, 혹시 프로그램의 인기를 위해 의도적으로 제작진이 투입한 것은 아닌지 의혹이 제기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만약에 고의적으로 투입시켰다면 이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본질에 벗어난 것으로 지나친 시청률 경쟁의 폐단이 오디션 프로그램에서도 발생하고 있다는 비난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지나치게 상업적이라는 이유로 반대하는 견해도 있다. 오디션 프로그램에 출연하면 그때부터 CF가 들어오고 콘서트가 매진되고 하다보니 대중성이 떨어지는 연예인들이 인지도를 높여 돈벌이를 위한 수단으로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경향도 없지 않다는 것이다.


⊙생각하기

특정 형태의 방송 프로그램이 잘된 것인지 잘못된 것인지를 판단하는 것은 사실 쉬운 일이 아니다.

시청자들마다 방송 내지는 TV 프로그램에 바라는 것이 다를테고 그에따라 평가도 다르게 내릴 것이기 때문이다.

분명한 것은 방송 컨텐츠는 음악이든 다른 예술장르든 가급적 다양한 형태를 시청자들에게 제공해 선택의 폭을 넓힐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이런 점에 비춰볼 때 최근 인기가 급상승하고 있는 오디션 프로그램은 일단 이같은 시청자들의 다양한 선호체계를 만족시켜주는 부분이 분명히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기존에 대형기획사가 주도하는 연예인 캐스팅과 이들 기획사 출신의 젊은 아이돌 그룹이 거의 도배하다시피 하는 TV 음악프로나 쇼프로그램에 대해서는 적지 않은 사람들이 환멸을 느껴왔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 와중에 등장한 오디션 프로그램은 일종의 신선한 충격을 주는 것이었고 다양한 연령대의 시청자를 TV 앞으로 모여들게 하는 결과를 낳았다.

따라서 방송 컨텐츠의 다양화와 좀 더 여러계층의 시청자에게 보고 들을 거리를 제공했다는 점에서는 일단 긍정적인 측면이 적지 않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여러 방송사에서 너도 나도 할 것 없이 유사 프로그램을 만들다 보니 경우에 따라서는 오디션 형식이 맞지도 않는 프로그램에 억지춘양식으로 이를 도입해 프로그램의 질을 오히려 떨어뜨리는 사례 역시 없지 않은 것 또한 사실이다.

결국 이 문제는 공개 오디션 프로그램 자체에 대한 찬성 반대보다는 구체적으로 프로그램을 어떻게 운영하느냐에 달린 문제라고 볼 수 있다.

김선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