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한국 청년실업 수치는 양호...고용의 질은??
영국에서 최근 4반세기만에 최악의 폭동이 발생한 까닭은 무엇일까.많은 전문가들은 주 요인의 하나로 높은 청년 실업률을 지목하고 있다.

영국의 작년 12월부터 지난 2월까지의 16∼24세 실업률은 20.4%로 유럽 선진국 중 최악의 수준이었다.일자리를 갖지 못한 청년들의 불만이 폭동이라는 극단적인 사회 불안을 가져왔다는 것이다.

한국의 청년 고용은 주요국들에 비해서는 나은 편이다.경기회복에 힘입어 최근 몇달동안 청년들의 일자리가 늘어나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그러나 청년 실업률은 7%대로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특히 휴학하는 청년이 증가하고 첫 일자리를 잡는데 걸리는 시간이 늘어나는 등 청년 고용의 질이 나빠지고 있는 것도 문제다.

⊙ 전체 실업률의 두배 수준인 청년 실업률

한국의 청년층(15∼29세)의 고용 시장은 최근 몇달간 꾸준히 나아지고 있다.

지난 4월 8.7%를 기록했던 청년 실업률은 5월에는 7.3%로 떨어졌고,6월과 7월에는 7.6%에 머물렀다.25∼29세 실업률은 4월 8.1%에서 5월 7.2%,6월 6.1%,7월 5.5%로 개선 추세가 더 뚜렷하다.

작년 같은 달과 비교해서도 지난달 청년 실업률 7.6%는 0.9%포인트 하락한 것이고,25∼29세 실업률은 1.9%포인트 급락한 것이다.

그러나 청년 실업률의 절대 수준은 아직 높다.

전체 실업률 자체가 지난달 3.3%에 머문 것을 감안하면 두배 수준을 넘기 때문이다.고용의 핵심인 청년층 실업률이 이렇게 높다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또 실업률 통계에 잡히지 않는 구직포기자 등까지 감안하면 청년실업 문제는 더 심각하다.

실업률을 계산하기 위해서는 우선 15세 이상 인구를 경제활동인구와 비경제활동인구로 나눈다.

경제활동인구는 실제로 수입이 있는 일을 한 취업자와 일을 하지 않았지만 구직활동을 한 실업자로 구성된다.반면 비경제활동인구는 일할 능력이나 의사가 없는 경우로 전업주부나 학생 군인 등이 해당된다.

실업률은 경제활동인구 대비 실업자 비율이다.마찬가지로 청년실업률은 경제활동인구 중에서 15∼29세 실업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된다.따라서 대학 졸업후 장기간 취업이 되지 않아 구직 노력 자체를 아예 포기한 ‘청년백수’는 청년실업률에 잡히지 않게 된다.우리가 쉽게 말하는 청년실업자는 통계에 나오는 것보다 훨씬 많을 수 있다는 얘기다.

⊙ 졸업 미루는 ‘모라토리엄족’의 증가

청년 실업률 자체는 최근 몇달간 개선됐다고 하지만 통계청이 지난달말 발표한 ‘2011년 5월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에 따르면 청년고용의 질은 악화되고 있다.

우선 졸업을 미루고 휴학하는 청년이 늘었다.고용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입하는 졸업·중퇴자의 비중은 48%로 지난해 5월(48.6%)보다 낮아진 반면 휴학생 비중은 6.6%로 작년 같은 달(6.1%)보다 높아졌다.

청년층 대졸자(3년제 이하 포함)의 43%가 재학 중 휴학한 경험이 있었으며 이 비중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3.3%포인트 상승했다.

휴학한 이유를 보면 남자 95.8%가 ‘병역의무 이행’를 꼽았지만 여자는 ‘취업 및 자격시험 준비’(35.6%),‘어학연수·인턴· 현장경험’(31.7%) 등 3분의 2가 취업난과 관련이 있다.

또 졸업·중퇴자 가운데 취업 경험이 있는 비중은 88.7%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1.1%포인트 감소했다.

취업시험 준비 분야는 ‘기능 분야 및 기타’(27.8%),일반기업체(20.6%)의 비중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각각 2.3%포인트,3.8%포인트 증가했지만 일반직 공무원(29.8%)과 ‘고시 및 전문직’(11.4%) 비중은 각각 2.5%포인트, 4.5%포인트 줄었다.

취업난 속에 눈높이를 낮추는 경향도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 청년 첫 취업까지 걸리는 시간도 증가

졸업·중퇴 후 첫 취업까지 걸리는 기간이 ‘3개월 미만’인 경우는 52.4%로 0.2%포인트 감소한 반면 ‘3년 이상’인 경우는 9%로 0.7%포인트 증가했다.

또 첫 취업하기 위해 걸리는 평균 소요 기간은 11개월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1개월 늘어 일자리 얻기가 더 쉽지 않아졌음을 보여줬다.

처음으로 잡은 일자리도 정규직은 줄고 단기 계약직이 증가해 고용의 질적 악화가 심각했다.

첫 일자리의 고용 형태별로는 정규직으로 볼 수 있는 ‘계약 기간을 정하지 않았으나 계속 근무 가능’한 일자리의 비중이 60.6%로 1년 전(61.2%)보다 감소했지만 ‘1년 이하 계약’ 비중은 20.2%(전년 동기 16.8%)로 늘었다.

첫 일자리를 그만둔 이유는 ‘근로여건 불만족’이 42.3%로 가장 많았으며 다음으로는 ‘개인·가족적 이유’(18.4%) ‘전망이 없어서’(9.9%) 등의 순으로 집계됐다.또 청년층의 비경제활동인구 가운데 취업시험 준비자는 58만8000명으로 4만8000명(8.9%) 증가했다.

서욱진 한국경제신문 기자 ventur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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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실업 이유와 대책=교육시스템 개혁해 일자리 미스매치 해소

[Cover Story] 한국 청년실업 수치는 양호...고용의 질은??
한국의 청년 실업 문제는 경기가 회복되면 해결되는 경기순환상의 문제라기 보다는 중장기적 측면에서 지속적으로 대두될 수 있는 구조적인 문제라는 게 학자들의 평가다.

이는 대학 졸업 후 5년내에 취업이나 교육,직업훈련을 받지 않고 있는 청년층인 NEET(Not in Employment,Educatoin or Training) 인구 비중이 36.8%(2008년 기준)로 영국 독일 덴마크 등 주요국 대비 가장 높은 수준이라는 데서도 잘 드러난다.

이처럼 한국의 청년 실업이 구조적인 이유는 뭘까.

우선 들 수 있는 게 일자리의 미스매치다.

청년들이 취업하고 싶어하는 ‘괜찮은 일자리’인 대기업 정규직의 경우 전체 일자리의 10% 수준에 불과하다.

나머지 대다수는 중소기업이나 비정규직이다.

이러니 대기업 취직은 하늘의 별따기인 반면 중소기업은 일할 사람을 구할 수 없다고 하소연이다.

대학진학률이 상승함에 따라 구직자의 눈높이가 높아지고 취업시 요구하고 최소임금(유보임금) 수준도 올랐다는 점도 한 요인으로 꼽힌다.

‘학벌’을 중시하는 한국 사회 고유의 특성이 청년실업 양산 등 부정적 효과를 초래하는 것이다.

대학진학률이 80%를 넘으면서 기업들이 생각하는 임금과 대졸자가 기대하는 임금간 격차도 크게 벌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청년실업을 해소하려면 경제가 꾸준히 성장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교육시스템을 개혁해 일자리의 미스매치를 해소하는 게 필요하다.

손민중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노동시장 상황과 괴리된 채 고학력자를 양산하는 왜곡된 교육시스템을 고쳐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를 위해선 독일이나 미국 등 선진국처럼 초·중등교육 단계에서부터 조기 지도를 통해 학생들이 자기 진로를 명확히 설정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게 시급하다.

또 대학은 전공과 실용교육을 병행하는 구조로 개편해 기업의 수요에 맞는 인재를 양성하려 노력하고,정부는 평생교육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

강현철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hc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