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MS와의 특허전쟁 대비
구글이 휴대폰 제조까지 사업영역을 확장했다.
구글은 미국 휴대전화 업체 모토로라 모빌리티를 현금 125억달러(약 13조5125억원)에 인수한다고 지난 15일 밝혔다.
구글은 모토로라 모빌리티 주식을 지난 12일자 종가 24.47달러에 63%의 경영권 프리미엄을 얹은 주당 40달러에 인수했다.
안드로이드폰 운영체계(OS)를 개발해 공급하고 있는 구글이 휴대폰 제조까지 나서면서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 지각변동이 예고되는 상황이다.
래리 페이지 구글 최고경영자(CEO)는 “모토로라 인수가 안드로이드 생태계 전체에 큰 힘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검색으로 시작해 최근 소셜커머스 및 동영상 실시간 재생(스트리밍)서비스까지 진출한 구글이 휴대폰 제조까지 뛰어든 이유는 무엇일까?
# 특허전쟁 대비목적
구글이 모토로라를 인수한 것은 모토로라의 특허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모토로라 모빌리티는 모토로라의 휴대전화 제조부문이 올해 1월 분사돼 만들어진 회사다.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5월 현재 세계 휴대전화 시장의 약 2.6%,미국 휴대전화 시장의 약 15.1%를 점유하고 있다.
구글은 모토로라가 약 1만6000건의 휴대전화 관련 특허를 갖고 있어 최근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MS) 등의 특허 공세로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방어에 어려움을 겪던 구글에 큰 힘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인수 이유를 밝혔다.
구글은 현재 애플,마이크로소프트(MS)등과 특허 관련 경쟁을 벌이고 있다.
노텔 파산 이후 구글,애플,MS 등은 노텔의 특허권을 놓고 치열한 인수전을 펼쳤다.
구글과 나머지 기업들의 대결구도가 형성됐고 결국 애플과 MS측이 7월 노텔을 최종 인수했다.
전문가들도 구글의 휴대폰 제조사업 진출 배경으로 특허 확보를 들었다.
지난 2009년 캐나다 통신장비회사인 노텔의 파산 이후 지난달부터 시작된 정보기술(IT)업체 간의 특허전쟁에 대비하는 무기확보 작업의 일부라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인수규모가 구글 창사 이래 사상 최대 규모라는 점과 그동안 애플 및 마이크로소프트(MS) 등 경쟁업체에 비해 구글이 보유했던 특허수가 턱없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모토로라 인수로 구글이 얻게 될 특허는 약 2만4000건을 웃돌 것으로 추산된다.
현재 모토로라가 보유한 특허는 1만7000여건이고 현재 출원된 특허도 7500건에 달한다.이는 최근 애플과 MS가 인수한 노텔의 특허권 6000여건을 웃도는 수준이다.
모토로라의 현금부족이 양사 합병의 동력이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 경제전문지 포천은 최근 구글의 모토로라 인수는 올초부터 예견됐던 것이라고 전했다.
모토로라는 2007년부터 휴대폰 판매 하락세를 겪어왔고 자금사정이 악화된 상태였다.
결국 1월 모토로라는 기업 솔루션을 담당하는 모토로라 솔루션스와 휴대폰,셋톱박스 제조 부문으로 회사를 나눴다.
#시장에선 각종 전망 쏟아져
구글의 이번 인수를 두고 시장에서는 긍정적 전망과 함께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우선 구글이 모토로라를 인수하면서 값싼 스마트폰이 양산될 것이라는 분석이다.시장조사업체 ‘트레피스(Trefis)’는 최근 미 경제전문지 포브스에 기고한 칼럼에서 “애플이 스마트폰에서 높은 수익을 얻고 있지만 구글은 애플의 전략을 따라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구글은 자사의 안드로이드 OS의 시장점유율을 지키는 것은 물론 최근 주목받고 있는 모바일 광고시장에 집중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 이는 최근 모바일기기를 통한 인터넷 검색이 크게 늘면서 모바일 광고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구글이 값싼 스마트폰으로 시장점유율을 높일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트레피스는 “구글이 만약 100달러 이하의 스마트폰을 생산해 500만대를 판다면 약 5억달러의 손실을 보겠지만 이는 구글이 모바일광고 수입으로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전했다.
구글은 2분기 영업이익은 29억달러다.이는 2300만달러를 기록한 2분기 모토로라의 영업손실을 넘어서는 것이다.포브스는 “구글이 저가전략을 구사할 경우 다른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에 압박으로 작용하게 되고 삼성전자와 HTC 등 안드로이드 이용 업체들에 타격을 줄 수 있다”며 “단기적으로는 미국에서만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구글이 저가전략으로 시장 공략에 나설 경우 안드로이드폰을 생산하는 업체들의 입장이 미묘하게 바뀔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반면 구글이 악수를 뒀다는 주장도 제기된다.WSJ에 따르면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구글에 대한 투자의견과 목표주가를 낮췄다.
스캇 케슬러 S&P 애널리스트는 이날 구글에 대한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매도’로 바꾸고 목표주가도 700달러에서 500달러로 하향조정했다.
스캇 케슬러는 구글의 모토로라 인수에 대해 “이번 인수합병이 특허분쟁에서 구글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지켜줄 지 장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구글의 모토로라 인수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도 지적했다.그는 “구글은 이번 인수건을 내년 초 마무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구글의 최근 성장세와 수익구조를 보면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임기훈 한국경제신문기자 shagg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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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 위기 몰린 스마트폰의 '원조' RIM
구글의 모토로라 인수로 가장 위기에 몰린 곳은 스마트폰의 '원조'인 리서치인모션(RIM)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블랙베리 제조사 RIM이 졸지에 황무지에 고립됐다고 16일 보도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최근 실적악화로 경쟁업체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세를 겪고 있는 RIM의 생존에 비상이 걸렸다"고 전했다.
실제로 최근 RIM은 경쟁력을 잃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의 자료에 따르면 RIM의 지난 분기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1년 전에 비해 7% 떨어진 12%로 나타났다.
반면 안드로이드폰은 점유율을 43%까지 늘렸고 애플 아이폰도 올해 18%로 점유율을 4% 높였다.
올해 RIM의 주가는 53%나 떨어졌다.
대내외적인 비판도 불거지고 있다.
6월에는 주주들이 회장과 최고경영자(CEO)의 역할 분리를 요구했고 애널리스트들은 사업분리를 주문했다.
이에 RIM은 10% 감원 계획을 발표하고 스마트폰 신제품 세 가지를 출시했지만 상황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RIM이 경쟁을 위해 몸집을 더욱 키우고 소프트웨어 기술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RIM의 남은 생존전략은 다른 업체와의 제휴나 기업 매각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휴대폰 전문 애널리스트인 샤탄 샤르마는 "RIM이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은 삼성전자나 HP,델 등에 매각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RIM의 상당수 특허도 희망적인 대목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은 분석했다.
RIM은 모바일 보안, 이메일 등과 관련해 2033건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업계에서는 RIM의 보유특허가 모토로라의 8분의 1수준에 불과하다는 점을 들어 RIM의 지식재산권 매입이 매력적이지 않다는 반론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