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료서비스 수준이 질적.양적으로 높아져"

"국민건강보험 무력화시키고 의료비도 올라"

투자개방형 의료법인,이른바 영리병원 도입을 둘러싼 논란이 한창이다.

최근 정부와 한나라당은 제주특별자치도와 인천 송도국제도시에 시범적으로 영리병원을 도입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그러나 야권은 결사 저지 방침을 분명히 하고 있어 오래된 논쟁거리인 영리병원 허용문제가 또다시 도마에 올랐다.

특히 이명규 한나라당 의원이 관련 법안을 철회해 이 문제가 일단락되는 듯했으나 같은당 손숙미 의원이 종전 법안과 거의 같은 내용의 '영리법인병원 도입' 법안을 국회에 제출, 여야 간 한치의 양보도 없는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손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외국법령에 따라 의료기관을 설립 운영하는 외국인이 운영에 참여하도록 하고 외국의료기관에서 진료를 받을 수 있는 내국인 환자의 비율이 병상의 50%를 초과할 수 없도록 하며 외국의료기관의 지나친 특례를 지양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또 외국인 전용약국에 종사하는 약사는 외국의료기관에서 처방전을 받은 내국인을 대상으로 외약품을 조제 판매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정부는 영리병원이 의료산업의 경쟁력 강화와 일자리 창출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하지만 야권과 시민단체는 영리병원이 공공의료체계를 무너뜨릴 수 있다고 우려한다. 영리병원 도입을 둘러싼 찬반 논란을 알아본다.


⊙찬성 측,
병원의 수익증대를 통한 의료환경 개선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현재 국내에서 병원은 영리법인이 불가능해 수익창출이 제한적이고 사업확대도 그에 따라 어려운 것이 현실인데 영리병원이 도입되면 다수의 자본이 병원산업에 투입돼 경쟁이 치열해지고 그 결과 환자에 대한 서비스나 의료의 질이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높아진다는 것이다.

손숙미 의원은 “투자병원의 도입이 현재의 의료체계의 기반을 붕괴시키는 것이 아니라 기존 시스템을 유지하면서 보다 원활하게 작동할 수 있도록 규제를 없애고 자금조달 방식을 다양화하자는 것”이라고 법안 발의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찬성하는 측은 영리법인을 허용하면 국내의 높은 의료수준에 비춰볼 때 의료산업이 활성화되고 외국환자 유치와 일자리 창출 등에 커다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들은 영리병원에 외국인 환자와 비용부담 여력이 있는 국내 환자를 유치하면 국내 환자진료용으로 변질되는 것을 막을 수 있어 영리병원은 영리로, 비영리병원은 비영리로 각각 공존할 수 있다는 논리를 내세운다.

찬성하는 측에서는 영리의료 법인이 도입되면 의료기기나 바이오제약산업 등 의료 관련 산업 발전도 기대할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경희대학교 정기택 교수는 “바이오헬스 융합산업의 세계시장 규모는 3조2000억달러로 자동차 산업의 두배에 해당하는데 영리의료 법인 도입이 바이오헬스 산업이 발전하는 촉매역할을 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반대 측,

반대하는 사람들는 국민건강과 의료까지 시장에 넘겨주는 것으로 국민건강보험을 무력화시키고 의료비 상승, 의료 양극화, 지역의료 공동화 등 부작용을 낳는다고 주장한다.

한마디로 돈 없으면 진료도 받지 못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민주당 등 야당의원들은 최근 한나라당이 국회에 제출한 관련 법안이 외국의료기관의 내국인 이용을 분명하게 명시하고 있을 뿐 아니라, 경제자유구역에 입주할 외국의료기관이 내국인을 대상으로 장사할 수 있다는 우려를 그대로 인정하고 있다며 법안 도입에 반대하고 있다.

민주노동당 곽정숙 의원은 “영리병원은 의료민영화 시작”이라며 “외국의 자본을 갖고 들어와 영리병원을 세우고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병원을 내국인이 이용하도록 한다면 병원비가 비싸질 것은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또, “외국병원에만 주어지는 특혜를 국내 민간병원도 요구하게 되면 우리 국민의 건강권을 심각하게 훼손될 것”이라는 견해도 밝혔다.

자본확보가 용이한 병원을 중심으로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발생할 수 있고 그렇게 되면 일자리 창출은 고사하고 지역내 소규모 동네병원들의 재정적 어려움이 가중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특히 영리병원 도입으로 민영의료보험이 활성화되면 부유층들은 차별화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민영보험을 선택하려고 할 것이며 이는 결국 국민건강보험 체제 자체를 뿌리째 뒤흔들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생각하기

우리나라 만큼 의료보험이 잘 되어 있는 나라도 드물다.

상대적으로 그리 비싸지 않은 보험료를 내면서 대다수 국민들이 의료서비스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비교적 잘 갖추어 있다.

반면 이런 넓은 의료서비스가 행해지면서 의료수준과는 별도로 의료서비스의 질은 상대적으로 낮은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우리나라 의료시스템의 광범위한 커버리지에 중점을 두는 사람들은 영리병원 도입에 반대하는 편이고 낮은 의료서비스의 개선 필요성에 주목하는 사람들은 영리병원 도입에 찬성하는 편이 많다.

영리병원 도입은 어느 한 쪽이 무조건 옳고 그른 선택의 문제는 아니다.

현재의 국민건강보험 시스템을 그대로 유지한다는 전제하에 부분적으로 지역적으로 실험적으로 시행해 보는 것은 그리 나쁘지 않다고 본다.

다만 여기에는 분명한 한계를 두어야 하며 민영의료보험이 현재의 의료보험 시스템을 부분적으로라도 대체하는 형식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이는 바로 현재 의료보험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뒤흔드는 일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한가지 지적할 것은 정작 환자들이 의료기관 선택시 우선적으로 내세우는 기준은 영리병원 여부가 아니라는 점이다. 그 보다는 의료기술의 수준이 믿을만 한지, 진료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지, 치료비용은 적절하고 의사와 원활한 의사소통이 가능하고 병원이용에 큰 불편이 없는지 등 진료의 편의성이 훨씬 중요하다는 얘기다.

영리병원을 도입할 경우에도 바로 이런 기준에서 그 수위를 조절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김선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st@hankyung.com


<연합뉴스 8월 17일자 보도기사>


국회 보건복지위 손숙미(한나라당) 의원은 16일 경제자유구역 내에 영리병원 설립을 허용하는 내용의 ‘경제자유구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은 경제자유구역 내에 외국의료기관을 개설하려는 자는 의료법에서 정한 외국의사와 치과의사의 비율을 갖춰 외국의료기관 개설을 허가받을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외국법령에 따라 외국인이 운영에 참여하도록 했고, 외국의료기관에서 진료를 받을 수 있는 내국인 환자의 비율은 병상수의 50%로 제한했다.

또 외국인 전용약국을 개설하려는 외국인은 시ㆍ도지사에게 등록하고, 외국인전용약국에 종사하는 약사는 외국의료기관에서 처방전을 받은 내국인을 대상으로 의약품을 조제ㆍ판매할 수 있도록 했다.

손 의원은 “영리병원의 도입은 현재의 의료체계를 원활하게 작동하도록 규제를 없애고 자금조달 방식을 다양화해 우리나라 의료체계에 긍정적인 효과를 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