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킷 브레이커와 사이드카

[강현철의 시사경제 뽀개기] 주식·선물 거래 일시 중단… 증시 급·등락 진정 효과
☞ ‘자본주의의 꽃’으로 불리는 주식시장엔 때로 공포나 광기가 맴돌곤 한다.투자자들이 이성을 잃고 보유 주식을 마구 팔아 치우거나 거꾸로 흥분해 무턱대고 사자 주문을 내는 행태가 나타난다.

이러면 증시와 국민 경제는 대혼란에 빠지게 된다.그래서 정부나 감독당국은 증시의 급등락에 따른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해 종종 시장에 개입하기도 한다.

지난 1996년 미국 뉴욕증시의 다우지수가 하루가 다르게 치솟던 때 앨런 그린스펀 당시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주식시장이 비이성적 과열(irrational exuberance) 현상을 보이고 있다”고 거품을 경고한 것은 한 사례이다.

또 서킷 브레이커(circuit breakers)나 사이드카(side car)도 공포와 광기가 투자자들을 사로잡을 때 증시를 안정시키기 위한 장치로 꼽힌다.

서킷 브레이커는 주가가 급락할 경우 매매를 일시 정지시키는 제도다.

주가지수가 전일에 비해 10% 이상 하락한 상태가 1분 이상 지속될 때 모든 주식거래를 20분간 중단시킨다.

20분동안 쉬면서 숨을 고르고 이성을 되찾으라는 뜻이다.원래 서킷 브레이커는 기준 이상의 전류가 흐르면 자동적으로 녹아 전류를 차단시키는 회로차단기를 말한다.

주식시장은 우량기업이 주로 상장된 유가증권시장과 중소 벤처기업이 많은 코스닥시장으로 구분된다.또 매매거래가 이뤄지고 곧바로 대금도 결제되는 현물시장과,일정기간 후의 주가지수를 예상해 그 주가지수를 사고 파는 선물시장으로 나뉜다.

서킷 브레이커는 현물주식과 선물·옵션의 모든 거래를 중단시키는 현물 서킷 브레이커와 선물·옵션거래만 중단시키는 선물 서킷브레이커가 있다.

현물주식의 서킷 브레이커는 현물주식이 폭락할 때만 발동되며 폭등할 때는 적용되지 않는다.

선물·옵션 서킷브레이커는 선물가격이 급등하거나 급락할 때 모두 적용한다.

서킷 브레이커는 1987년 10월 다우지수가 하룻만에 22%나 폭락하는 ‘검은 월요일(블랙 먼데이)’을 경험한 뉴욕증권거래소가 시장 붕괴를 예방하기 위해 처음 도입했다.

1989년 10월 뉴욕증시의 재폭락때 그 효과를 인정받아 세계 각국이 뒤따랐다.

우리나라에 도입된 것은 1998년 12월이다.국내 증시에서 서킷 브레이커는 한국거래소가 발동한다.개장 5분 뒤인 9시 5분부터 폐장 40분전인 오후 2시 20분 사이에,하루 한번만 발동할 수 있다.

우리 증시에서 서킷 브레이커가 발동된 것은 지난 2000년 4월17일이 처음이었다.

그해 9월에도 포드의 대우차 인수 포기와 유가 급등 등의 악재가 겹쳐 서킷 브레이커가 발동됐다.

코스닥 시장에서 최초로 서킷 브레이커가 발동된 것은 2006년 1월이다.

증시 충격을 완화하는 또다른 장치로 ‘사이드카’라는 것이 있다.선물시장의 급등락에 따른 현물시장의 혼란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사이드카가 발동되면 컴퓨터로 매매주문을 내는 프로그램 매매호가의 효력이 5분간 정지시킨다.

발동요건은 가장 많이 거래되는 선물상품 가격이 전일 종가 대비 5% 이상 상승하거나 하락해 1분간 계속될 때다.5분이 지나면 자동적으로 사이드카는 해제되고 매매는 다시 정상적으로 이뤄진다.

서킷 브레이커가 증시 급변에 대응하기 위한 사후처방이라면,사이드카는 선물이 현물에 영향을 미치지 전에 차단하는 예방 대책으로서의 성격이 짙다.

또한 서킷 브레이커는 선·현물에 모두 적용되지만 사이드카는 선물에만 적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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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이야기 ③ 환율은 어떻게 결정되나?

외국 돈에 대한 수요와 공급따라 오르고 내려
[강현철의 시사경제 뽀개기] 주식·선물 거래 일시 중단… 증시 급·등락 진정 효과
외국 돈의 가격인 환율은 상품이나 서비스 값과 마찬가지로 기본적으로 외국 돈이 거래되는 시장(외환시장)에서 외국 돈에 대한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된다.

예를 들어 미국 달러화에 대한 수요가 공급보다 많으면 달러화 가치가 올라가고,반대로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면 달러화 가치는 떨어진다.

원화를 기준으로 보면 달러화 수요가 많을때는 원화 가치는 하락(원화 환율은 상승)하고,달러화 공급이 넘칠 때는 원화 가치가 상승(원화 환율은 하락)하는 것이다.

외국 돈에 대한 수요는 외국으로부터 상품과 서비스를 수입하거나 외국의 자산을 살때,또는 자녀 유학비 등을 위해 송금 필요성이 있을때 생긴다.

공급은 상품이나 서비스를 수출하거나 외국의 친지 등이 송금할 경우,외국인이 국내 자산을 사기 위해 외국 돈을 들여올 때 발생한다.따라서 환율의 움직임은 상품의 수출입뿐만 아니라 서비스거래,소득의 수입·지급,이전거래,자본이동 등과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

상품이나 서비스의 수출이 수입보다 많고 외화 도입이 공여보다 많아 경상수지와 자본수지가 흑자를 내면 우리나라로 들어온 외국 돈이 나간 외국 돈보다 많아 외환시장에서 외국 돈의 공급은 수요를 초과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외환시장에서 외국 돈을 팔려는 사람이 사려는 사람보다 많아 외국 돈의 가치는 떨어지고 우리 돈의 가치는 오르게 된다.

즉 원화 환율은 떨어지게 되는 것이다.

반대로 경상수지와 자본수지가 적자여서 외국 돈의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면 외국 돈의 가치는 올라가고,원화 환율도 상승한다.

외환의 수요와 공급은 단기적으론 중앙은행의 시장 개입이나 외환을 사고파는 사람들의 예상에 의해 영향받으며,장기적으론 물가나 성장률,나라간의 금리 차이도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한국은행이 시장에서 원화를 주고 달러화를 사들이게 되면 외환시장에서 원화 공급이 늘어나고 달러화 수요도 증가해 단기적으로 원화 약세(원화 환율 상승)를 유도할 수 있게 된다.

또 우리나라의 물가가 외국보다 많이 오르게 되면 우리나라의 물건 값이 뛰어 수출경쟁력은 약화되는 반면 수입품에 대한 수요는 늘게 된다.

따라서 수입에 필요한 외국 돈의 수요가 많아져 우리나라 돈의 가치가 떨어진다.

예를 들어 우리 돈으로 1000만원에 살 수 있는 자동차를 일본 돈 100만엔으로 살 수 있다면 우리 돈의 단위당 구매력은 일본 돈의 10분의 1에 해당하고,구매력으로 평가한 환율은 100엔=1000원이 된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만 물가가 상승해 자동차 값이 1200만원으로 오른다면 우리돈의 구매력은 일본 돈의 12분의 1로 떨어지고 환율은 100엔=1200원으로 오르게(원화 가치가 떨어지게) 된다.

환율은 금리변동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만일 우리나라의 금리가 상승하면 우리 돈으로 표시된 은행예금이나 채권 등 금융자산의 예상수익률이 높아지게 된다.

이때 외국에서의 금융자산 예상수익률에 변함이 없다면 우리 금융자산을 사기위해 외국 돈이 들어오게 되고 그 결과 우리 돈의 가치는 오르게(환율은 떨어지게) 된다.

이처럼 환율은 국제수지가 흑자이고 물가가 안정적이며 금리가 높을때 떨어지는(통화가치는 올라가는) 경향이 있다.

이밖에 전쟁이나 천재지변,정치적 불안정 여부 등 비경제적 요인도 환율을 변동시키는 요인으로 꼽힌다.

강현철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hc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