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경제대통령…지구촌이 그의 '입'을 주목한다

[피플 & 뉴스] 글로벌 금융위기 구원투수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우리나라 중앙은행인 한국은행 격이다.

물가 성장 등 여러 경제변수를 감안해 시중에 유통되는 달러를 조절한다.

물가가 너무 오르면 달러 공급을 줄이고, 경기가 부진하면 달러 공급을 늘려 경기회복을 유도한다.

통화량을 조절하기 위해 금리를 조정하고 때로는 달러를 찍어낸다.

FRB는 미국의 중앙은행을 넘어 세계의 중앙은행이다.

FRB의 판단 하나로 국제 금융시장에서 달러가 넘쳐나기도 하고, 달러가 모자란다고 아우성을 치기도 한다.

그 중심에 있는 인물이 벤 버냉키 FRB 의장이다.

버냉키 의장은 '세계의 경제대통령'으로 불린다.

그만큼 글로벌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이 막강하다.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장관과 미국 경제를 이끄는 쌍두마차지만 영향력의 차이는 엄청나다.

한마디로 버냉키는 글로벌급이고 가이트너는 국내급이다.

세계 경제에 공포감이 드리우고 금융시장이 출렁일 때마다 지구촌이 그의 입을 주목하는 이유다.

버냉키는 2006년 초 앨런 그린스펀에게서 FRB 지휘봉을 넘겨받았다.

몇 년간은 그린스펀이 벌여놓은 '유동성 잔치(경기를 살리기 위해 시중에 달러를 넘쳐나게 푼 것)' 수습에 애를 먹었다.

'인플레이션 파이터'란 수식어도 그 당시 붙여졌다.

2008년 금융위기 때는 정반대의 임무를 맡았다.

재빨리 정책금리를 제로(0) 수준으로 낮추고 2조달러가 넘는 달러를 풀었다.

인플레 파이터가 '디플레이션 파이터'로 변신한 것이다.

그는 정권이 바뀐 오바마 정부에서도 신임을 받았다.

별다른 저항 없이 연임에 성공한 것이다.

그만큼 월가(뉴욕의 금융중심지)가 그를 신임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버냉키가 전임 그린스펀 의장과 가장 다른 것은 화법(話法)이다.

그린스펀의 어법은 애매함 그 자체였다.

'그린스펀 말을 제대로 이해했다면 그것은 그의 진의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이다'라는 우스갯 소리가 나돌 정도였다.

반면 버냉키는 직설적이다. 예스(Yes)와 노(No)가 분명하다.

하지만 그의 이런 화법은 금융시장이 완충 없이 즉각 반응해 부담이 크다는 지적도 있다.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을 치자 지구촌은 일제히 그의 입을 쳐다봤다.

버냉키는 패닉에 빠진 금융시장에 진정제를 투여했다.

'2013년 중반까지 현행 제로금리 유지'라는 처방을 내린 것이다.

FRB가 구체적인 기간을 명시해 금리 동결방침을 밝힌 것은 처음이다.

그만큼 사정이 급박했다는 의미다.

이와 함께 '필요한 정책수단의 범위를 확대할 것'이라고 밝혀 추가 처방전에는 3차 양적완화(대규모 달러 공급)도 포함될 수 있음을 내비쳤다.

탈진 상태의 금융시장은 그의 처방에 일단 혼수상태에서 깨어나는 듯 하다.

그의 처방전이 만능통치약은 아니다.

재정적자라는 미국의 고질병은 어떤 명의(名醫)도 완치하기 어려울 정도로 악화되고 있다.

신동열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shin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