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이 4반세기 만에 최악의 폭동 사태에 빠졌다.
지난 4일 20대 흑인 남성이 경찰 총에 맞아 숨진 것에 6일 시위가 시작될 때만 해도 여느 평화로운 집회와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이날 밤부터 상황이 달라졌다.
시위대는 경찰 차량과 버스에 불을 지르고 기물 파괴를 일삼는 폭도로 변했다.
젊은이들은 가게를 부수고 물건을 훔쳤다.
런던 북부 토트넘에서 시작된 폭동 사태가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영국 정부는 시위 발생 닷새째인 9일 경찰 1만6000여명을 런던 시내에 집중 배치해 치안 유지에 나섰다.
런던 시내 클래펌과 해크니 지역 경찰은 폭동 후 처음으로 장갑차까지 동원했다.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는 8일 밤 휴가지인 이탈리아 토스카나에서 공군기를 이용, 급거 귀국해 비상각료회의를 연 뒤 "영국을 법이 지켜지는 안전한 곳으로 만들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영국 정부는 11일 임시 의회를 소집했다.
# 전역으로 확산되는 폭동
6일 런던 북부 토트넘에서 시작된 폭동은 사흘 후인 9일 런던에서 160~280㎞가량 떨어진 제2도시인 버밍엄과 항구도시 리버풀, 브리스틀 등 전역으로 확산됐다.
BBC 등 현지 언론은 각지에서 10대 후반과 20대 청년들이 수십명씩 몰려다니며 경찰차량을 파손하고 공공기물에 불을 지르는가 하면 번화가의 대형상점에 난입해 물건을 약탈하는 행위가 벌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 와중에 첫 번째 사망자도 나왔다.
런던 시내 남부 크로이던에서 9일 26세 남성이 머리에 총상을 입어 숨졌다.
희생자는 차 안에서 폭동을 보고 있다가 피격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전날 한국 여행객 2명은 런던 도심 하이드파크 인근 지하철역 부근에서 복면을 쓴 청년들에게 휴대폰, 태블릿PC 등 200만원 상당의 금품을 뺏겼다.
폭동 지점은 지난 사흘간 북부→남부→동부 빈민가 외곽으로 번지더니 2012년 런던올림픽 메인스타디움이 있는 해크니, 국회의사당 인근 일링 지역까지 파고들어왔다.
이번 폭동의 핵심은 무차별 약탈이다.
폭도들은 대부분 10~20대로 후드티와 마스크 · 두건 등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고 흑인뿐 아니라 중동권 · 백인도 눈에 많이 띈다.
주로 대형 상가에서 전자제품 등 고가의 물품과 식량 · 의복 등 생필품까지 약탈하고 있으며 여성들도 가세해 옷 · 화장품 가게를 터는 '약탈 쇼핑'을 하고 있다.
맨체스터 시티 센터의 의류 점포인 미스 셀프리지에는 젊은이들이 침입해 난동을 부렸다.
# 청년실업률 20% 불만 폭발
영국에서 빈부격차로 인한 갈등은 심각한 수준이다.
경기침체의 직격탄을 맞은 청년층 실업은 유럽 내에서도 심각한 수준이며 이번 폭동의 '화약고'인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지난 4월 영국 통계청(ONS)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 말까지 전체 실업률은 7.8%였지만 16~24세 청년실업률은 20.4%로 유럽 선진국 중 최악을 기록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해 노동당 정권이 '복지 잔치'를 하면서 초래한 빚더미를 현 연정이 넘겨받은 뒤 초 긴축정책을 꺼내들었다"며 "재정 적자를 해결하기 위해 앞으로 4년간 공공부문 예산과 인력을 20~30% 줄여야 되는 부담을 안게 됐다"고 보도했다.
공공부문 일자리 50만개가 줄어드나 기업들은 고통 분담에 나서고 있지 않으면서 민간부문 고용은 매우 더딜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와 함께 교육 · 복지에 대한 정부 지원이 줄자 서민층의 부담은 두 배로 가중되고 있다.
이번에 폭동이 시작된 토트넘 지역도 지난해 말부터 청소년 교육프로그램 등이 최대 75% 삭감된 상태였다.
서민층 쥐어짜기에 대한 반동이 터져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12월에도 고교생과 대학생, 학부모들이 런던 정부청사와 여당 당사를 공격하고 찰스 왕세자 부부가 탄 롤스로이스 차량에 테러를 가해 충격을 던졌다.
정부가 역시 긴축정책으로 대학 교부금 등 교육예산을 줄이면서 각 사립대학 등에 2011년부터 등록금 상한을 3290파운드(584만원)에서 9000파운드(1600만원)로 3배 인상하도록 허가한 데 대한 항의 시위였다.
# 폭동의 매개체는 SNS
폭동이 소셜미디어로부터 동력을 얻고 있다.
시위대가 첨단 통신수단을 활용하면서 영국 폭동의 양상이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런던 시내 곳곳에서 스마트폰으로 무장한 시위대가,무전기를 든 경찰을 따돌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번 폭동 확산의 주범이 바로 소셜미디어 등 현대 기술이라는 지적까지 나온다.
경찰을 무력화시킨 것은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다.
첨단 제품에 능한 청년층이 주도하는 시위대는 실시간으로 문자를 주고 받으며 모였다 흩어지는 게릴라 시위를 벌여 시간과 장소에서 경찰을 멀찌감치 따돌리고 있다.
시위대가 SNS 등을 활용해 기동전을 하는 것과 달리 경찰은 확성기와 무전기,폐쇄회로(CC)TV 등에 의존하고 있다.
중앙통제실에서 폭동 상황을 보고 받은 뒤 무전을 통해 다시 현장에 지시하는 식이다.
이번 폭동에서 특히 스마트폰 블랙베리 메신저(BBM)가 주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BBM은 사용료가 없는 데다 일반 문자서비스(SMS)에 비해 메시지를 동시에 많은 사람에게 보낼 수 있다.
트위터나 페이스북과 달리 BBM 메시지는 암호화돼 있어 당국의 추적을 피하기 쉬운 점도 작용했다.
경찰은 뒤늦게 블랙베리 제조업체인 리서치인모션의 협조를 얻어 메시지 추적에 나섰지만 이마저 고전적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장성호 한국경제신문 기자 ja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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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反이민 정서 꿈틀댄다
복지 축소·실업률 증가 이민자 탓으로 돌려
지난달 22일(현지시간) 노르웨이 수도 오슬로 인근의 우토야섬에서 무차별적 총기난사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로이터통신은 "극우파 광신주의자 아네르스 베링 브레이빅(32)이 노동당 캠프에 참석한 수백명의 청소년들을 상대로 무자비한 총격을 가해 청소년 55명 등 77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전했다.
통신은 유럽에서 가장 안전한 국가이자 인종갈등이 거의 없는 국가로 알려진 노르웨이에서 이같은 끔찍한 테러가 발생했다는 점에 전 세계가 경악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테러 범인인 브레이빅은 보수적 기독교인이자 극우 민족주의 성향의 농산물 재배업체 사장이었다.
10여년 전 교통법규 위반으로 적발된 것 외에 별다른 범죄 경력이 없다.
2009년 채소 등을 재배하는 업체 '지오팜'을 설립해 운영해온 것으로 알려졌으며, 사격클럽에 총기를 몇 정 등록하긴 했으나 아직까지 범죄단체나 극우단체와의 연계는 확인되지 않았다.
그는 온라인 사이트와 페이스북 등을 통해 자신을 보수적 기독교인이자 이슬람, 노르웨이 정치에 매우 비판적인 우파 민족주의자라고 소개하고 다문화주의에 강력 반대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유럽 언론들은 이번 테러가 유럽 내에서도 이민자 천국으로 불려온 노르웨이에서 발생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그동안 반이민 정서는 대규모 재정적자와 실업률로 몸살을 앓아온 서유럽 · 남유럽에서 주로 불거졌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금융위기에서도 막대한 무역흑자를 바탕으로 탄탄대로를 달려온 노르웨이에서 점점 이민자들이 늘어나면서 순혈주의자들은 일자리가 없어져 실업률이 증가하고 교육 · 의료 및 복지 혜택은 줄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실업률 상승은 테러나 폭동의 도화선이 될 주요 원인이 될 수 있어서 주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지난 4일 20대 흑인 남성이 경찰 총에 맞아 숨진 것에 6일 시위가 시작될 때만 해도 여느 평화로운 집회와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이날 밤부터 상황이 달라졌다.
시위대는 경찰 차량과 버스에 불을 지르고 기물 파괴를 일삼는 폭도로 변했다.
젊은이들은 가게를 부수고 물건을 훔쳤다.
런던 북부 토트넘에서 시작된 폭동 사태가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영국 정부는 시위 발생 닷새째인 9일 경찰 1만6000여명을 런던 시내에 집중 배치해 치안 유지에 나섰다.
런던 시내 클래펌과 해크니 지역 경찰은 폭동 후 처음으로 장갑차까지 동원했다.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는 8일 밤 휴가지인 이탈리아 토스카나에서 공군기를 이용, 급거 귀국해 비상각료회의를 연 뒤 "영국을 법이 지켜지는 안전한 곳으로 만들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영국 정부는 11일 임시 의회를 소집했다.
# 전역으로 확산되는 폭동
6일 런던 북부 토트넘에서 시작된 폭동은 사흘 후인 9일 런던에서 160~280㎞가량 떨어진 제2도시인 버밍엄과 항구도시 리버풀, 브리스틀 등 전역으로 확산됐다.
BBC 등 현지 언론은 각지에서 10대 후반과 20대 청년들이 수십명씩 몰려다니며 경찰차량을 파손하고 공공기물에 불을 지르는가 하면 번화가의 대형상점에 난입해 물건을 약탈하는 행위가 벌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 와중에 첫 번째 사망자도 나왔다.
런던 시내 남부 크로이던에서 9일 26세 남성이 머리에 총상을 입어 숨졌다.
희생자는 차 안에서 폭동을 보고 있다가 피격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전날 한국 여행객 2명은 런던 도심 하이드파크 인근 지하철역 부근에서 복면을 쓴 청년들에게 휴대폰, 태블릿PC 등 200만원 상당의 금품을 뺏겼다.
폭동 지점은 지난 사흘간 북부→남부→동부 빈민가 외곽으로 번지더니 2012년 런던올림픽 메인스타디움이 있는 해크니, 국회의사당 인근 일링 지역까지 파고들어왔다.
이번 폭동의 핵심은 무차별 약탈이다.
폭도들은 대부분 10~20대로 후드티와 마스크 · 두건 등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고 흑인뿐 아니라 중동권 · 백인도 눈에 많이 띈다.
주로 대형 상가에서 전자제품 등 고가의 물품과 식량 · 의복 등 생필품까지 약탈하고 있으며 여성들도 가세해 옷 · 화장품 가게를 터는 '약탈 쇼핑'을 하고 있다.
맨체스터 시티 센터의 의류 점포인 미스 셀프리지에는 젊은이들이 침입해 난동을 부렸다.
# 청년실업률 20% 불만 폭발
영국에서 빈부격차로 인한 갈등은 심각한 수준이다.
경기침체의 직격탄을 맞은 청년층 실업은 유럽 내에서도 심각한 수준이며 이번 폭동의 '화약고'인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지난 4월 영국 통계청(ONS)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 말까지 전체 실업률은 7.8%였지만 16~24세 청년실업률은 20.4%로 유럽 선진국 중 최악을 기록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해 노동당 정권이 '복지 잔치'를 하면서 초래한 빚더미를 현 연정이 넘겨받은 뒤 초 긴축정책을 꺼내들었다"며 "재정 적자를 해결하기 위해 앞으로 4년간 공공부문 예산과 인력을 20~30% 줄여야 되는 부담을 안게 됐다"고 보도했다.
공공부문 일자리 50만개가 줄어드나 기업들은 고통 분담에 나서고 있지 않으면서 민간부문 고용은 매우 더딜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와 함께 교육 · 복지에 대한 정부 지원이 줄자 서민층의 부담은 두 배로 가중되고 있다.
이번에 폭동이 시작된 토트넘 지역도 지난해 말부터 청소년 교육프로그램 등이 최대 75% 삭감된 상태였다.
서민층 쥐어짜기에 대한 반동이 터져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12월에도 고교생과 대학생, 학부모들이 런던 정부청사와 여당 당사를 공격하고 찰스 왕세자 부부가 탄 롤스로이스 차량에 테러를 가해 충격을 던졌다.
정부가 역시 긴축정책으로 대학 교부금 등 교육예산을 줄이면서 각 사립대학 등에 2011년부터 등록금 상한을 3290파운드(584만원)에서 9000파운드(1600만원)로 3배 인상하도록 허가한 데 대한 항의 시위였다.
# 폭동의 매개체는 SNS
폭동이 소셜미디어로부터 동력을 얻고 있다.
시위대가 첨단 통신수단을 활용하면서 영국 폭동의 양상이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런던 시내 곳곳에서 스마트폰으로 무장한 시위대가,무전기를 든 경찰을 따돌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번 폭동 확산의 주범이 바로 소셜미디어 등 현대 기술이라는 지적까지 나온다.
경찰을 무력화시킨 것은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다.
첨단 제품에 능한 청년층이 주도하는 시위대는 실시간으로 문자를 주고 받으며 모였다 흩어지는 게릴라 시위를 벌여 시간과 장소에서 경찰을 멀찌감치 따돌리고 있다.
시위대가 SNS 등을 활용해 기동전을 하는 것과 달리 경찰은 확성기와 무전기,폐쇄회로(CC)TV 등에 의존하고 있다.
중앙통제실에서 폭동 상황을 보고 받은 뒤 무전을 통해 다시 현장에 지시하는 식이다.
이번 폭동에서 특히 스마트폰 블랙베리 메신저(BBM)가 주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BBM은 사용료가 없는 데다 일반 문자서비스(SMS)에 비해 메시지를 동시에 많은 사람에게 보낼 수 있다.
트위터나 페이스북과 달리 BBM 메시지는 암호화돼 있어 당국의 추적을 피하기 쉬운 점도 작용했다.
경찰은 뒤늦게 블랙베리 제조업체인 리서치인모션의 협조를 얻어 메시지 추적에 나섰지만 이마저 고전적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장성호 한국경제신문 기자 ja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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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反이민 정서 꿈틀댄다
복지 축소·실업률 증가 이민자 탓으로 돌려
지난달 22일(현지시간) 노르웨이 수도 오슬로 인근의 우토야섬에서 무차별적 총기난사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로이터통신은 "극우파 광신주의자 아네르스 베링 브레이빅(32)이 노동당 캠프에 참석한 수백명의 청소년들을 상대로 무자비한 총격을 가해 청소년 55명 등 77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전했다.
통신은 유럽에서 가장 안전한 국가이자 인종갈등이 거의 없는 국가로 알려진 노르웨이에서 이같은 끔찍한 테러가 발생했다는 점에 전 세계가 경악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테러 범인인 브레이빅은 보수적 기독교인이자 극우 민족주의 성향의 농산물 재배업체 사장이었다.
10여년 전 교통법규 위반으로 적발된 것 외에 별다른 범죄 경력이 없다.
2009년 채소 등을 재배하는 업체 '지오팜'을 설립해 운영해온 것으로 알려졌으며, 사격클럽에 총기를 몇 정 등록하긴 했으나 아직까지 범죄단체나 극우단체와의 연계는 확인되지 않았다.
그는 온라인 사이트와 페이스북 등을 통해 자신을 보수적 기독교인이자 이슬람, 노르웨이 정치에 매우 비판적인 우파 민족주의자라고 소개하고 다문화주의에 강력 반대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유럽 언론들은 이번 테러가 유럽 내에서도 이민자 천국으로 불려온 노르웨이에서 발생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그동안 반이민 정서는 대규모 재정적자와 실업률로 몸살을 앓아온 서유럽 · 남유럽에서 주로 불거졌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금융위기에서도 막대한 무역흑자를 바탕으로 탄탄대로를 달려온 노르웨이에서 점점 이민자들이 늘어나면서 순혈주의자들은 일자리가 없어져 실업률이 증가하고 교육 · 의료 및 복지 혜택은 줄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실업률 상승은 테러나 폭동의 도화선이 될 주요 원인이 될 수 있어서 주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