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 "성범죄의 잠재적 위험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어 "

반 "남녀 모두에 괜한 오해와 불쾌감 줄 수도 있어"

서울시가 여성승객 보호를 위해 지하철에 여성전용칸을 부활하기로 했다.

여성전용칸 제도는 지하철 내 각종 범죄로부터 여성을 보호하기 위해 열차 중 한두칸을 여성만 탈 수 있도록 지정하는 것이다.

현재 검토되고 있는 방안은 승객이 상대적으로 많은 지하철 2호선 막차 중앙 두칸에 시범적으로 전용칸을 만드는 것이다.

9월부터 시범 운영될 예정인 여성전용칸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며 1992년에도 도입된 적이 있다.

당시 철도청은 지하철 1호선 열차의 양끝을 여성칸으로 지정해 출근시간대인 오전 6시반부터 9시까지 2시간반 동안 운영했지만 잘 지켜지지 않아 결국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이후 2007년에도 여성전용칸을 부활하는 방안이 추진됐으나 반대여론 등에 밀려 무산됐다.

서울시가 여러차례 시행착오에도 불구하고 또 다시 여성전용칸을 만들려는 것은 계속되는 지하철내 성추행 사건 때문이다.

지하철 경찰대에 따르면 지난해 붙잡힌 지하철 성추행범은 1192명으로 전년에 비해 77%나 급증했다.

노골적인 신체접촉은 물론 휴대폰 등을 이용한 옷속 촬영까지 유형도 다양해지고 있다.

지하철이 성추행 장소라는 오명을 벗기위해서도 여성전용칸 설치는 불가피하다는 게 서울시의 설명이다.

하지만 서울시의 이런 견해에 대해서는 반대하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지하철 여성 전용칸 설치를 둘러싼 찬반 논란을 알아본다.


찬성 찬성하는 측은 전용칸을 만들 경우 여성은 성추행의 잠재적 위험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고 남성도 만원 지하철에서 불편한 자세를 취할 필요가 없어진다고 주장한다.

최근 인터넷을 달구었던 이른바 '지하철 매너손'을 둘러싼 논란도 없어질 것이라는 얘기다.

'지하철 매너손'이란 한 여성 네티즌이 "출근길 지하철에서 남성들의 손이 의도했건 안했건 몸에 닿는 경우가 많다"며 "남성들이 오해를 받지 않기 위해 두 손을 들고 있었으면 감사하겠다"는 내용으로 올린 글을 말한다.

실제 한 남성 누리꾼은 "사람 많은 지하철을 타면 공간이 부족해 신체 접촉이 발생할 수 밖에 없는데 자세까지 신경 쓰느라 남성들도 힘든 것이 사실"이라면서 "전용칸이 생기면 남성들도 편하지 않겠느냐"는 의견을 남겼다.

한 여성 누리꾼은 "여성전용칸이 모든 남성을 범죄자 취급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실제 지하철을 타면 성추행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것이 사실이며 이 부분은 모든 여성들이 공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92년 여성 전용칸이 도입됐을 당시 이용해봤는데 몸보다 마음이 편했다"며 여성 전용칸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직장인이라고 밝힌 한 남성 누리꾼도 "매일 만원 지하철을 탈 때 물론 서로 불편하지만 상대적으로 좀 더 불쾌할 수 있는 여성들의 입장도 이해가 된다"면서 "가족,여자친구가 좀 더 마음 편히 이용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좋지 않겠느냐"고 찬성한다는 의견을 보였다.

이밖에 운영상 문제점이나 미비점은 계속 보완하면 되는데 이를 핑계로 도입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문제가 많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반대 이윤상 한국성폭력상담소장은 "성범죄를 없애기 위해 여성과 남성을 분리하겠다는 것은 1차원적인 대응 방식"이라며 "'피해를 안 당하려면 여성은 안전칸으로 가라'는 무언의 강요를 받는 것이 될 수 있어 도리어 불쾌감을 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시민의식이 바뀌지 않는 한 여성칸으로는 성추행을 추방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성 중에도 전용칸 설치를 반대하는 사람도 있다.

여러개의 객차 중에서 일부러 전용칸을 찾아 타는 것이 번거로울 뿐 아니라 다른 칸에 빈좌석이 있을 경우 굳이 전용칸을 타지 않게 되는데 이럴 경우 자칫 성추행을 당해도 상관없다는 식으로 비쳐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런 식으로 여성전용칸을 만들다보면 노약자 전용칸도 만들어야 하고 장애인 전용칸, 그리고 심지어는 남성 전용칸도 만들어줘야 하지 않느냐는 목소리도 있다.

유독 여성들의 의견만 들어 배려해주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것이다.

남자들 전체를 치한으로 취급한다는 측면에서 반대하는 의견도 있다.

급하게 열차를 타는 바람에 여성전용칸으로 들어간 사람은 성추행범 취급을 받을 수도 있는데 이게 과연 타당하냐는 것이다.

현실적인 면에서 여성전용칸을 타려는 남성을 제지할 마땅한 방법이 없다는 측면에서 부정적 견해를 보이는 사람도 있다.

실제 지하철 운영 기관의 한 관계자는 "전용칸에 있는 남성 승객을 강제로 이동시킬 수 없을 텐데 단속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생각하기 지하철 여성전용칸은 운영상 여러 문제점이 있을 수 있지만 그 필요성 역시 분명히 존재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실제 운영상 문제점을 하나하나 검토하고 개선해 나간다면 도입하고 운영하는데 큰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본다.

우선 전용칸을 타는 남성승객을 어떻게 제지할 것이냐의 문제는 여성전용칸을 출퇴근 시간이나 심야시간대 등으로 제한할 경우 해결 가능하다.

이들 시간대에만 전용칸을 운영하면서 별도의 지도 인력을 고용해 그 시간대에만 근무케 하는 것이다.

이는 고용도 창출할 수 있고 여성 승객들도 좀 더 안심하고 전용칸을 이용할 수 있게 할 것으로 보인다.

전용칸이 성추행을 추방할 수 없을 것이라는 주장에도 동의하기 곤란하다.

여성 전용칸은 성추행을 추방하려는 목적이 아니라 혹시 있을지 모를 성추행으로부터 모두의 아내와 자매, 그리고 딸들을 보호하려는 장치다.

노약자 자리는 이미 지하철에 마련돼 있고 항상 운영된다는 점에서 인파가 몰리는 특정시간대에만 운영하는 여성전용칸과는 구별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여성전용칸을 만들기 시작하면 노약자 전용칸도 만들어야 한다는 이야기는 타당성이 그리 있어 보이지 않는다.

여성전용칸이 필요 없는 사회가 되는 것이 아마도 가장 바람직할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와는 반대다.

여성전용칸 문제는 그래서 실제 운영해 보면서 그 결과 나타날 수 있는 여러 문제점들을 하나씩 개선해 나간다면 큰 무리 없이 정착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김선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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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7월20일자 보도기사>

심야에 운영되는 서울시내 지하철에 여성 전용칸이 등장한다.

서울시는 지하철에서 발생하고 있는 각종 여성 대상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내달까지 시민 의견을 모아 9월부터 여성만 탑승할 수 있는 안전칸을 시범 운행할 예정이라고 20일 밝혔다.

시범 운행되는 '여성 안전칸'은 오후 11시30분 이후에 운행되는 지하철 2호선 마지막 열차에 설치될 예정이다.

1992년 코레일이 운영하는 1호선과 국철 구간 열차에 출근 시간대 여성 전용칸이 처음 만들었지만 흐지부지됐다.

2007년에는 6,7호선에 여성칸을 부활하는 방안이 추진됐지만 남성에 대한 역차별이라는 반대 여론에 밀려 무산돼 이번에도 비슷한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가 이번에 여성칸 운영을 다시 추진하면서 '전용칸'이 아닌 '안전칸'으로 이름 붙인 이유도 역차별 논란을 의식해서다.

서울시 관계자는 "승객이 많은 출근 시간이 아니라 여성이 불안감을 느끼기 쉬운 막차 시간에 안전칸을 운영하기로 했다. 여성단체와 충분히 논의해 추진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