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기업 '메세나' 10년··· '클래식 한류' 꽃 피웠다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열린 제14회 차이콥스키 국제콩쿠르에서 한국의 젊은 음악가들이 상을 휩쓸었다.

한국인은 성악 남녀 1위,피아노 부문 2위와 3위,바이올린 부문 3위를 차지했다.

세계 3대 콩쿠르로 꼽히는 세계적인 콩쿠르에서 한 나라의 젊은 음악 영재 5명이 시상대에 오른 일은 이례적이다.

# 한국 음악 영재들 賞 휩쓸어

이날 베이스 박종민 씨(24 · 이탈리아 라스칼라 아카데미 극장)가 남자 성악 부문 1위,소프라노 서선영 씨(27 · 독일 뒤셀도르프 슈만 국립음대)가 여자 성악 1위를 차지했다.

'차이콥스키 콩쿠르의 꽃'으로 불리는 피아노 부문에서는 손열음 씨(25 · 독일 하노버 국립음대)가 2위,조성진 군(17 · 서울예고)이 3위에 올랐으며,바이올린 부문에는 이지혜 씨(25 · 독일 크론베르크 아카데미)가 3위를 수상했다.

이들 수상자 5명 중 4명은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이 1998년부터 10년 이상 발굴 · 지원해온 음악계의 보석이다.

이에 따라 민간 기업의 예술활동 지원 프로그램인 '메세나(Mecenat)'에 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 금호문화재단 메세나 '결실'

"열음아,콩쿠르 마치고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 프랑크푸르트에 들러서 스타인웨이 하나 골라라."

2005년 5월 고(故) 박성용 금호아시아나그룹 명예회장이 암으로 세상을 떠나기 직전 루빈스타인 콩쿠르에 출전한 손열음 씨에게 한 말이다.

1977년 11월29일 창립된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이사장 박삼구)은 당시 금호그룹(현 금호아시아나그룹)이 2억원을 출자한 장학재단으로 출발했다.

클래식 불모지나 다름없던 한국에서 1990년 한국 최초 직업 실내악단 '금호현악 4중주단'을 창단하고 1998년부터 음악 영재 발굴에 나섰다.

문화재단 전체 사업예산은 연간 60억원,이 중 영재지원사업에 약 20억원을 투입하고 있다.

세계적 음악가를 발굴하기 위해 박 명예회장이 박수부대로 나서기도 했다.

1998년 금호 영재콘서트를 통해 손씨를 눈여겨본 고 박성용 명예회장은 그에게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손씨의 콩쿠르 출전 때마다 "한국인으로서 박수 부대로 그곳에 직접 가서 응원해야 한다"고 입버릇처럼 말했고,당시 집무실에 있던 피아노를 준 뒤 "새 피아노를 선물하겠다"고 약속했다.

2003년 뉴욕 필하모닉 지휘자 로린 마젤이 한국에 왔을 때는 손씨를 소개하기 위해 만찬과 오디션을 주선했고,그 결과 로린 마젤이 이듬해 뉴욕 필 내한 때 협연자로 쓰겠다고 발표했다.

# 금호콘서트는 '클래식 등용문'

'금호 콘서트'는 '클래식 등용문'으로 통한다.

금호아시아나재단은 매년 5월과 11월 두 차례 진행하는 '금호 영재' '금호 영아티스트' '금호 영체임버' 등 세 개의 콘서트 오디션을 통해 영재들을 발굴해왔다.

지금까지 발굴한 음악 영재만 1000명이 넘는다.

오디션 참가자들의 음악성과 장래성,한 시간 이상의 독주회 가능성 등을 평가한다.

클래식 음악계의 권위있는 심사위원이 나서며 이를 통해 선발된 연주자들은 '금호영재콘서트 시리즈' '금호영아티스트콘서트 시리즈' '금호영체임버콘서트시리즈'에서 데뷔 무대를 갖는다.

이 오디션을 통해 발굴된 음악 영재는 김규연,김선욱,손열음,조성진(이상 피아노),김혜진,권혁주,신현수,윤소영,이유라,레이첼 리,장유진,최예은(이상 바이올린),이정란,이상은(이상 첼로),성민제(더블 베이스) 등 주목받는 젊은 음악인들이다.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은 1993년부터 세계적인 명품 고악기를 구입해 장래가 촉망되는 연주자들에게 무상으로 대여하는 '악기은행'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 메세나 활동 세제 혜택은 과제

금호 영재 출신 음악가들의 해외 콩쿠르 입상 소식이 날아들자 메세나 관계자들은 "더 많은 예술 영재들을 발굴하고 민간 문화예술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기업이 더 많은 지원을 할 수 있도록 메세나 관련법을 하루빨리 도입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우리나라 문화예술 기부금에 대한 손비 인정 현황은 지정기부금의 경우 소득금액의 10% 한도 내에서 지원액을 손금산입(비용처리)하는 방식이다.

이 기부금에는 광고선전비,연구개발비까지 포함하기 때문에 기업으로서는 굳이 문화예술 분야에 지원할 필요성을 못 느낀다.

프랑스는 매출액의 0.5% 한도 내에서 예술지원액의 60%를 세액공제하고 있다.

프랑스 상공업메세나진흥조합의 '2009 메세나백서'에 따르면 2003년 '메세나 협회 재단에 관한 법률' 도입 이후 2002년 약 5100억원이던 문화예술 관련 기부금이 2008년 1조5000억원으로 3배 증가했다.

200인 이상 고용 기업 중 18%인 6000개 기업이 기부하고 있으며,기부금 지출액의 31%를 중소기업이 차지하는 등 저변 확대에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보라 한국경제신문 기자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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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LG. CJ 등 문화활동 적극 지원

▶ 다른 기업들은 어떻게 하나

[Focus] 기업 '메세나' 10년··· '클래식 한류' 꽃 피웠다
우리나라 500대 기업의 문화예술 지원 규모는 2009년 기준 약 1576억원이다.

지난해에는 전년 대비 8~10%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이 중 문화예술 지원 상위 5개 재단인 삼성문화재단,LG연암문화재단,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CJ문화재단,가천문화재단의 지원 금액은 535억원으로 전체의 35%에 이른다.

삼성문화재단은 삼성미술관 리움,호암미술관,로댕갤러리,삼성어린이박물관 등을 운영하며 예술활동을 담당하는 젊은 예술가 양성에 힘을 쏟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맴피스트(MAMPIST) 제도다. 맴피스트는 음악(Music) 미술(Art) 영화(Movie) 연극(Play)의 영문 첫자와 사람을 뜻하는 '-IST'를 조합해 만든 말로,재능있는 젊은 문화예술인을 선발해 2년 과정의 해외 교육비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LG연암문화재단은 2008년부터 예술가들과 함께 보육원,교화시설의 청소년들을 찾아가 음악 연극 무용 등을 교육하는 'LG아트클래스'를 운영하고 있다.

매년 1억원을 들여 문화 소외지역 중 · 고등학생에게 연극 공연을 보여주는 '스쿨 콘서트'도 5년째 열고 있다.

10주년을 맞이한 LG아트센터 역시 수준 높은 공연을 선보이며 평균 유료 객석 점유율 70%를 웃도는 공연장으로 자리잡았다.

LG그룹의 메세나 활동 중 대표적인 프로그램은 'LG 사랑의 음악학교'다.

2009년부터 매년 피아노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4개 부문에서 음악영재들을 선발해 실내악 전문교육을 지원하고 있다.

CJ문화재단은 신인 발굴로 유명하다.

CJ아지트 등 실험적인 창작 공간을 만들어 다양한 예술가들이 한자리에 모일 수 있도록 지원하고,연극 영화 작가 등 대중문화 분야의 다양한 창작자들을 발굴,지원해왔다.

재단뿐만 아니라 개별 기업의 메세나 활동도 주목받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스마트폰을 활용해 문화 예술 스포츠 분야에서 창작 활동을 지원하는 프로그램 '하우 투 리브 스마트'를 시작해 주목받고 있다.

LG화학도 2007년부터 '뮤지컬 홀리데이' 사업을 시작해 군 장병들을 위해 부대로 직접 찾아가 뮤지컬 공연을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