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 “대학생이라면 자신이 속한 사회에 관심가져야”
반 “자율성 무시한 선동이며 논리 안맞는 역차별”
홍익대가 청소 노동자와 노조간부를 상대로 억대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낸 것과 관련해 ‘홍익대 보이콧’ 움직임이 일고 있다.
홍익대의 이런 행위에 항의하는 뜻으로 홍익대 출신의 채용을 거부하겠다는 것이다.
청소·경비·시설 노동자 대량해고로 논란을 빚은 홍익대학교는 “장기파업으로 손해를 입었다”며 지난달 이재훈 공공노조 서울경인지부 조직차장 등 노조간부 5명과 이숙희 공공서비스지부 홍익대 분회장 등 6명을 상대로 2억8000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홍익대는 또 “학교가 불법적으로 청소노동자들을 집단해고한 것처럼 주장해 학교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명예훼손에 따른 위자료 지급도 청구했다.
홍익대는 “노조에서 ‘노동자들이 식대 300원을 받았다’고 밝혔지만 전혀 사실이 아니기 때문에 명예훼손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지난 1월 집단해고된 홍대 청소·경비·시설 노동자 170명은 고용승계와 처우개선을 요구하며 사무처 점거농성을 벌였고 이후 49일 만인 2월21일 학교 측과 전원 고용승계 및 시급 4450원 등의 노사협상안을 타결했다.
문제는 홍익대 측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이 청소노동자와 노조에 대한 복수가 아니냐는 여론이 불거지면서 일부 기업들이 홍익대 출신 학생들을 직원으로 뽑을 수 없다고 보이콧에 나서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홍익대 출신 입사 보이콧을 둘러싼 찬반 논란을 알아본다.
⊙ 찬성
홍익대학교가 올해 초 파업을 벌였던 청소노동자들을 상대로 억대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사실이 알려지자 영상제작업체 네모비전 육성진 대표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그래픽 디자이너 채용에 홍익대 출신은 입사지원을 받지 않겠다”고 나섰다.
육 대표는 “노동자들에게 손해배상을 낸 그런 대학 학생들을 우리 직원으로 뽑을 수 없다”며 “여러분이 학교를 바꿔야한다. 홍익대가 (소송을) 철회하면 나도 (보이콧을) 철회하겠다”고 홍익대학교와 학생들의 자성을 촉구했다.
애니메이션 감독이라고 밝힌 한 사람도 트위터에서 “홍대 출신자 이력서를 받지 않기로 했다”며 “대학교육을 받는 자라면 자신이 담고 있는 작은 사회에 관심을 가지기 바란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 네티즌은 이런 움직임에 대해 “학생들에게 학교를 움직이라는 깊은 뜻으로 이해하자”고 밝혀 홍익대 졸업생 입사 거부 선언에 공감의 뜻을 표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대학의 소송비도 학생들의 등록금으로 충당할 것이 뻔한데 왜 학생들이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는가”라며 “그러한 학생들은 회사에도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회사원이라고 본인을 소개한 이는 페이스북에 “나중에 작은 회사라도 하나 차리면 이런 학교 출신들은 절대 뽑지 말아야 겠다”고 올렸다.
“저런 사고를 가진 학교에서 바로 가르쳤을 리 없다.
불의를 보고도 가만있는 학생들이 제대로 된 사람일 리도 없다.
학교 차원에서는 졸업생 취업을 위해, 학생들은 사회적 평가를 위해 힘없는 사람들 편에 서는 ’척‘이라도 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 반대
하지만 ‘홍대 출신자 입사 거부’ 선언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곳곳에서 들린다.
한 네티즌은 “자율성을 무시한 선동이자 논리에 맞지 않는 역차별”이라며 “홍대 졸업생은 취업시키지 않겠다는 것은 근본적 해결은 하지 않고 사실상 사원 채용에서 연좌제를 실시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홍익대라는 대학이 하는 행위에 대해서 찬성 혹은 반대하는 것은 개인의 취향인데 단지 그 대학을 졸업했다는 이유만으로 취업을 거부하는 것은 개인과 집단을 구분하지 못하는 무리한 처사라며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했다.
한 네티즌은 “똑같은 역차별을 하는 기업들에 소비자가 보이콧을 한다면 어떻겠나”며 “이런 논리라면 술에 취한 같은 과 여학생을 성추행해 물의를 일으킨 고려대 학생들을 문제삼아 고려대 출신에 대해서도 취업 보이콧을 하라”고 비꼬았다.
그는 또 “전경 출신들은 사회에 발도 못 디디겠다”고도 했다.
일부에서는 “홍대생중 대학의 이런 방침에 분명히 반대하는 입장을 밝히는 학생도 있을텐데 이런 학생들과 그저 가만히 있는 학생들을 어떻게 구별하냐”며 ‘홍대 보이콧’에 반박했다.
“홍대 출신 전체 채용 거부라니 오히려 역차별”이라며 “학생들도 등록금, 취업난 등의 문제를 겪고 있다.
학생들도 피해자”라는 의견을 보인 사람들도 같은 맥락에서 홍대생 보이콧에 부정적 입장을 취했다.
또 다른 이들은 “특정 이슈에 대해 침묵한다고 모두 무관심하다고 볼수만은 없다”며 적극적으로 반대하지 않는다고 사회문제에 무관심하다고 매도하는 것은 조심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 생각하기
이 논란에서 주의할 점은 홍익대가 청소노동자와 노조간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것에 대한 찬반과 홍익대 출신을 채용하지 않는다는 기업의 방침에 대한 찬반을 혼동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두 가지 논점은 밀접한 관련을 갖고 있지만 서로 별개의 독립적인 것이다.
문제는 홍익대 출신을 채용하지 않겠다고 밝힌 사람들은 대부분 홍익대의 소송방침에 반대하는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마치 대학측의 소송 움직임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채용 보이콧 역시 지지하고 대학측의 대응에 공감하는 사람들은 채용 보이콧을 반대하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두가지는 별개의 사안이다.
다시말해 홍대측 대응에는 반대하지만 보이콧 역시 잘못됐다고 보는 사람도 있을 수 있으며 반대로 홍대측 소송에 공감하면서도 기업들이 홍대생 채용 보이콧을 하는 것은 그럴 수 있다고 수긍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는 얘기다.
따라서 대학측 대응에 대한 찬반과 취업시 특정대학 출신을 뽑지 않는 차별정책에 대한 찬반 두가지 부분을 나누어서 생각해야만 한다.
두가지 측면 모두에서 찬반은 극히 개인적 취향이므로 어느 쪽이 옳고 그르다고 판단하기 곤란하다.
중요한 것은 현실적으로 채용 거부가 발생했을 때의 문제다.
기업은 사회계층이나 인종 성 등에 의한 명백한 차별이 아니라면 자신들이 일정한 기준을 정해 거기에 맞는 사람을 뽑을 권리가 있다.
다만 특정대학 출신은 뽑지 않겠다고 단순히 밝히는 것은 자유일 수 있으나 실제 이런 관행을 실행에 옮길 경우 입사를 거부당한 사람들이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데 해당 기업은 평등원칙 위반 등으로 패소할 가능성도 있다.
김선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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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7월1일자 보도 기사>
SNS를 중심으로 불고 있는 '홍익대 보이콧'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홍대 출신은 입사 지원을 받지 않겠다"는 기업대표가 나오는가 하면,'역차별'이라며 부당함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홍대가 청소노동자와 노조 간부를 상대로 억대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낸 것이 화근이었다.
비판 여론이 확산된 가운데 "왜 홍대 학생들은 모교의 비상식적인 행동에 항의하고 일어서지 않느냐"는 것.
영상제작업체 '네모비전'의 육성진 대표는 최근 "그래픽 디자이너 채용에 홍대 출신은 입사 지원을 받지 않겠다"고 트위터를 통해 선언했다.
"홍대 노동자들에게 손해배상을 낸 그런 학교의 학생들을 저희 직원으로 뽑을 수 없다.
여러분이 학교를 바꿔야 한다. 홍대가 철회하면 저도 철회하겠다"고 밝혔다.
프로필상 애니메이션 감독이라고 밝힌 트위터 아이디 smo*** 역시 "오늘부터 우리 회사는 홍대 출신자의 이력서를 받지 않기로 했다"고 알렸다.
하지만 '홍대 출신자 입사 거부' 선언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곳곳에서 들린다.
한 트위터러는 "홍대 학생들에게 교내와 사회 문제에 관심 가지게 하려는 의도겠지만 이건 좀 아니다"고 했다.
이 의견에 동조하는 트위터러들도 "사회 소수자 문제에 관심을 기울인 학생들은 예외로 하면 된다고?
그걸 어떻게 구별하나"고 '홍대 보이콧'에 반박했다. "
홍대 출신 전체 채용 거부라니 오히려 역차별"이라며 "학생들도 등록금, 취업난 등의 문제를 겪고 있다.
학생들도 피해자"라는 의견도 있다.
'홍대 보이콧' 역시 차별에 지나지 않으며 "개인과 집단은 구분해야 된다"는 것.
이들은 "부당대우 받기 싫으면 연대하라는 건가.
홍대 출신이 아니지만 동조하기 힘들다"며 불만을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