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언론을 통해 외규장각 의궤의 모습이 최초로 공개됐다.
외규장각이란 왕실의 도서관인 규장각의 부속 도서관 정도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이 외규장각에는 왕실의 주요 행사 등을 정리한 의궤(儀軌)를 비롯해 총 1000여 권의 서적이 보관돼 있었다.
결국 이러한 내용을 종합해보면 이번에 공개된 외규장각 의궤는 왕실 부속 도서관에 보관돼 있던 왕실 주요 행사 등을 정리한 서적의 공개라고 할 수 있다.
이 외규장각 의궤는 1866년 병인양요(丙寅洋擾) 때 프랑스군이 강화도를 습격하면서 약탈했다. 그것도 일부만 약탈했으며,나머지는 불타 없어졌다고 한다.
프랑스가 외규장각 의궤를 약탈했다는 사실이 처음 우리에게 알려진 것은 1975년 프랑스국립도서관 직원으로 일하던 박병선 박사를 통해서다.
이후 우리 정부는 줄곧 외규장각 의궤의 반환을 추진했으나 별다른 소득을 얻지 못하고 있었다.
오히려 프랑스 측은 우리 문화유산을 담보 삼아 경부고속철도부설권을 따내기 위해 1993년 9월 프랑스 미테랑 대통령이 《휘경원원소도감의궤》 1권을 가지고와 마치 외규장각 도서를 반환해 줄 의사가 있는 듯한 모습만 비추었을 뿐이었다.
결국 2010년 11월12일 G20 정상회의에서 외규장각 도서를 임대 형식으로 대여해 주기로 합의가 이루어졌고,그것이 계기가 되어 이번에 공개됐다.
그것도 5년마다 임대 여부를 갱신한다는 조건이 붙은 상태로 말이다. # 외규장각 의궤의 가치는?
이러한 외규장각 의궤에 대한 그간의 정황을 듣다보면 일견 떠오르는 의문이 있다.
우리의 입장에서야 우리 문화유산이기에 돌려받기 원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외규장각 의궤의 가치가 도대체 얼마길래 프랑스는 그토록 돌려주려 하지 않은 것인가?
이러한 질문을 좀 더 일반화해 문화재의 가치가 천문학적인 이유에 대해 경제학적인 방법을 통해 살펴보고자 한다.
문화예술품도 일반적인 제품과 마찬가지로 수요 공급의 원칙에 의해 그 가치가 결정된다.
하지만 일반적인 제품과 다른 점이 있는데 문화예술품은 공급의 탄력성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공급의 탄력성이란 가격이 변화할 때 공급량이 변화하는 정도를 나타내는 척도다.
일반적인 제품들의 경우에는 가격이 상승하면 생산량을 늘리게 되고 이를 통해 가격이 조절될 수 있다.
하지만 문화예술품은 가격이 아무리 많이 올랐다 하더라도 더 생산할 수 없는 것들이다.
즉 가격이 변했다고 해서 공급량을 조절할 수 없는 공급의 가격탄력성이 0인 상태인 것이다.
# 수요·공급 원칙따라 결정
공급의 가격탄력성이 0일 경우,공급곡선은 a. 그래프와 같이 수직의 형태를 띠게 돼 있다. 이러한 경우는 통상적인 우상향하는 공급곡선에 비해 수요가 조금만 변해도 가격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즉,구입을 원하는 사람이 한두 사람만 늘어나도 가격은 천정부지로 올라갈 수 있는 것이다.
한국과 프랑스가 외규장각 의궤를 놓고 벌였던 그간의 사실을 떠올리면 쉽게 이해될 것이다.
소득탄력성 역시 문화예술품의 가치 평가를 이해하는 데 있어 주요한 방법이다.
소득탄력성이란 소득 변화에 따른 수요의 변화 정도를 측정하는 척도를 말한다. 즉 소득이 높아지면서 해당 물건에 대한 수요가 얼마만큼 증가하는가를 측정하는 방법인데 생필품의 경우에는 소득이 늘어났다고 해서 수요가 급격히 증가하지는 않는다. 아무리 돈이 많다 하더라도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물건에 대한 수요는 어느 정도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 문화재평가도 경제원리 작동
하지만 고가의 미술품,문화예술품은 다르다. 이들 재화는 소득이 증가하면 생필품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요가 크게 증가하고,소득이 감소할 경우 크게 감소하는 경향을 보인다.
세계적인 경제학자 케인즈 역시 2차대전으로 인해 폭락해버린 프랑스의 미술품들을 샀다가,유럽 경기가 회복되었을 즈음에 미술품을 다시 판매해 상당한 이익을 취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소득탄력성의 이치는 국민 소득이 2만달러를 넘고,OECD 국가 중 하나로 성장한 우리나라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국민 소득이 높아지면서 생필품 이외의 다양한 문화예술적 욕구가 늘어나게 됐고,그 과정에서 우리 문화유산을 돌려받고자 하는 욕구는 자연히 커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외규장각 의궤를 돌려받기 위한 노력이 점점 커져갔다는 사실은 이러한 점을 방증한다 할 수 있다.
국내에 있는 조선왕실 의궤는 이미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돼 있다. 이러한 사실을 차치하더라도 우리 선조의 문화유산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이미 외규장각 의궤는 그 가치를 따질 수 없을 만큼 소중한 우리의 것이다.
이러한 소중한 문화유산을 경제적 논리를 갖고 따진다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지만,문화유산의 가치 평가에서도 경제 원리가 작동하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박정호 KDI 전문연구원 aijen@kdi.re.kr
경제용어 풀이
▶ 공급 탄력성과 소득 탄력성
공급 탄력성이란 가격이 변할 때 공급량이 변화하는 정도를 나타내는 척도다. 소득 탄력성은 소득 변화에 따른 수요의 변화 정도를 측정하는 척도를 말한다.
외규장각이란 왕실의 도서관인 규장각의 부속 도서관 정도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이 외규장각에는 왕실의 주요 행사 등을 정리한 의궤(儀軌)를 비롯해 총 1000여 권의 서적이 보관돼 있었다.
결국 이러한 내용을 종합해보면 이번에 공개된 외규장각 의궤는 왕실 부속 도서관에 보관돼 있던 왕실 주요 행사 등을 정리한 서적의 공개라고 할 수 있다.
이 외규장각 의궤는 1866년 병인양요(丙寅洋擾) 때 프랑스군이 강화도를 습격하면서 약탈했다. 그것도 일부만 약탈했으며,나머지는 불타 없어졌다고 한다.
프랑스가 외규장각 의궤를 약탈했다는 사실이 처음 우리에게 알려진 것은 1975년 프랑스국립도서관 직원으로 일하던 박병선 박사를 통해서다.
이후 우리 정부는 줄곧 외규장각 의궤의 반환을 추진했으나 별다른 소득을 얻지 못하고 있었다.
오히려 프랑스 측은 우리 문화유산을 담보 삼아 경부고속철도부설권을 따내기 위해 1993년 9월 프랑스 미테랑 대통령이 《휘경원원소도감의궤》 1권을 가지고와 마치 외규장각 도서를 반환해 줄 의사가 있는 듯한 모습만 비추었을 뿐이었다.
결국 2010년 11월12일 G20 정상회의에서 외규장각 도서를 임대 형식으로 대여해 주기로 합의가 이루어졌고,그것이 계기가 되어 이번에 공개됐다.
그것도 5년마다 임대 여부를 갱신한다는 조건이 붙은 상태로 말이다. # 외규장각 의궤의 가치는?
이러한 외규장각 의궤에 대한 그간의 정황을 듣다보면 일견 떠오르는 의문이 있다.
우리의 입장에서야 우리 문화유산이기에 돌려받기 원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외규장각 의궤의 가치가 도대체 얼마길래 프랑스는 그토록 돌려주려 하지 않은 것인가?
이러한 질문을 좀 더 일반화해 문화재의 가치가 천문학적인 이유에 대해 경제학적인 방법을 통해 살펴보고자 한다.
문화예술품도 일반적인 제품과 마찬가지로 수요 공급의 원칙에 의해 그 가치가 결정된다.
하지만 일반적인 제품과 다른 점이 있는데 문화예술품은 공급의 탄력성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공급의 탄력성이란 가격이 변화할 때 공급량이 변화하는 정도를 나타내는 척도다.
일반적인 제품들의 경우에는 가격이 상승하면 생산량을 늘리게 되고 이를 통해 가격이 조절될 수 있다.
하지만 문화예술품은 가격이 아무리 많이 올랐다 하더라도 더 생산할 수 없는 것들이다.
즉 가격이 변했다고 해서 공급량을 조절할 수 없는 공급의 가격탄력성이 0인 상태인 것이다.
# 수요·공급 원칙따라 결정
공급의 가격탄력성이 0일 경우,공급곡선은 a. 그래프와 같이 수직의 형태를 띠게 돼 있다. 이러한 경우는 통상적인 우상향하는 공급곡선에 비해 수요가 조금만 변해도 가격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즉,구입을 원하는 사람이 한두 사람만 늘어나도 가격은 천정부지로 올라갈 수 있는 것이다.
한국과 프랑스가 외규장각 의궤를 놓고 벌였던 그간의 사실을 떠올리면 쉽게 이해될 것이다.
소득탄력성 역시 문화예술품의 가치 평가를 이해하는 데 있어 주요한 방법이다.
소득탄력성이란 소득 변화에 따른 수요의 변화 정도를 측정하는 척도를 말한다. 즉 소득이 높아지면서 해당 물건에 대한 수요가 얼마만큼 증가하는가를 측정하는 방법인데 생필품의 경우에는 소득이 늘어났다고 해서 수요가 급격히 증가하지는 않는다. 아무리 돈이 많다 하더라도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물건에 대한 수요는 어느 정도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 문화재평가도 경제원리 작동
하지만 고가의 미술품,문화예술품은 다르다. 이들 재화는 소득이 증가하면 생필품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요가 크게 증가하고,소득이 감소할 경우 크게 감소하는 경향을 보인다.
세계적인 경제학자 케인즈 역시 2차대전으로 인해 폭락해버린 프랑스의 미술품들을 샀다가,유럽 경기가 회복되었을 즈음에 미술품을 다시 판매해 상당한 이익을 취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소득탄력성의 이치는 국민 소득이 2만달러를 넘고,OECD 국가 중 하나로 성장한 우리나라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국민 소득이 높아지면서 생필품 이외의 다양한 문화예술적 욕구가 늘어나게 됐고,그 과정에서 우리 문화유산을 돌려받고자 하는 욕구는 자연히 커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외규장각 의궤를 돌려받기 위한 노력이 점점 커져갔다는 사실은 이러한 점을 방증한다 할 수 있다.
국내에 있는 조선왕실 의궤는 이미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돼 있다. 이러한 사실을 차치하더라도 우리 선조의 문화유산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이미 외규장각 의궤는 그 가치를 따질 수 없을 만큼 소중한 우리의 것이다.
이러한 소중한 문화유산을 경제적 논리를 갖고 따진다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지만,문화유산의 가치 평가에서도 경제 원리가 작동하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박정호 KDI 전문연구원 aijen@kdi.re.kr
경제용어 풀이
▶ 공급 탄력성과 소득 탄력성
공급 탄력성이란 가격이 변할 때 공급량이 변화하는 정도를 나타내는 척도다. 소득 탄력성은 소득 변화에 따른 수요의 변화 정도를 측정하는 척도를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