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 Issue] 베이징-상하이 고속철 개통··· 차이나 생활권이 바뀐다
'신중국 이후 최대 토목 프로젝트'(인민일보)….

단일 구간으로 세계에서 가장 긴 베이징~상하이 고속철이 중국 공산당 창당 90주년 기념일 하루 전인 지난달 30일 가동에 들어갔다.

중국이 징후고속철 개통 시기를 당 창건일 전날로 잡은 것은 세계 일류 수준으로 도약한 자국의 고속철을 앞장세워 중국 공산당의 이미지를 고양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의 고속철 기술이 집약된 '허셰(和諧)호 CRH380' 열차는 앞으로 최고 시속 300㎞로 달리면서 수도 베이징과 경제 중심지 상하이까지 1318㎞ 구간을 4시간48분에 주파하며 연간 1억6000만명을 실어나른다.

2008년부터 장장 4년간 2209억위안,우리 돈으로 36조7000억원이라는 천문학적 예산이 투입된 징후고속철은 오늘날의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이후 최대 토목 공사로 손꼽힌다.

베이징에서 출발해 톈진시~산둥성~안후이성~장쑤성을 거쳐 상하이에 닿는 징후고속철은 중국 전체 인구의 26.7%,국내총생산(GDP)의 43.3%를 차지하는 동부 연안지역의 통합을 더욱 가속화할 전망이다.

징후고속철에는 출발역인 베이징남역,톈진서역,지난서역,난징남역,상하이 훙차오역 등 5개를 비롯해 중간 정착역 등 모두 24개 역이 설치됐다.

징후고속철 건설을 진두지휘한 허화우(何華武) 중국 철도부 총공정사는 "베이징~상하이 고속철은 중국의 자부심 그 자체로 중국 공산당 90주년 기념을 위한 선물"이라며 "이 고속철은 인구가 많고 GDP가 높은 중국 연안지역의 발전을 더욱 촉진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가격은 시속 300㎞로 운행되는 열차편의 경우 일반석(이등석)이 555위안(9만2000원),일등석이 935위안(15만5000원),비즈니스석이 1750위안(29만원)이며 시속 250㎞로 달리는 열차편의 경우 비즈니스석이 없고 일반석이 410위안(6만8000원),일등석이 650위안(10만8000원)이다.

징후고속전철을 타고 1시간30분 정도 달리면 도착하는 산둥(山東)성 지난(濟南)서역 인근의 부동산 값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중국 부동산업체에 따르면 2009년에 ㎡당 5000위안하던 아파트값은 작년에 8000위안 이상으로 오른 뒤 현재는 9000만~1만2000위안에 달한다.

1년6개월 정도의 기간 중에 80~140%나 폭등한 것이다.

게다가 1~2년 안에 2만위안까지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상하이에서 1시간 정도 걸리는 장쑤(江蘇)성의 창저우(常州)시에서도 ㎡당 3000위안 정도였던 아파트 값이 6500~7200위안으로 뛰었다.

천셩 중국주택지수연구원 부원장은 "부동산 개발업자들이 유망지역으로 꼽고 있는 지역은 연강(沿江) 연해(沿海) 연도시권(沿都市圈)에서 연고속전철로 확대되고 있다"며 "징후고속전철은 역세권 부동산 값을 빠르게 밀어 올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주변 국가와의 고속철도망 확충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노선은 멀리 유럽까지 이어지는 유라시아 횡단 구간 등 세 갈래다. 중국공정원은 지난해 3월 고속철도 연결 협상을 진행 중인 국가가 17개국에 이른다고 밝혔다.

중국의 고속철도는 대부분 노반부터 새로 건설한다.

기존 철로를 개보수해 고속철도로 바꾸는 곳은 극히 일부분이다.

고속철도 건설사업 자체가 내수를 촉진하면서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등 전후방 효과도 크다.

문제점도 제기되고 있다. 중국의 고속철을 우려 섞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들이 점점 늘어나는 것이다.

중국 내부에서는 수요를 고려하지 않은 무리한 투자 탓에 대부분의 고속철 노선이 적자를 보는 등 국가 재정에 부담을 주고 있다는 비판론도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벌써부터 탑승 이용률이 저조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베이징~상하이 간 고속철 예매가 시작된 건 지난달 24일이다.

그러나 지난달 28일 오후 현재 매진된 열차편은 오후 3시(현지시간) 출발하는 1번 열차편과 오후 4시 열차편 등 2개뿐이며 대부분은 빈자리라고 신문은 전했다.

판매가 이처럼 저조한 이유는 이 구간 항공권이 더 저렴하고 안전하기 때문이다.

최근 중국 인터넷 여행사의 홈페이지에 따르면 궈지(國際) 둥팡(東方) 난팡(南方) 하이난(海南) 상하이(上海)항공 등 대형 항공사들은 징후고속철이 본격 운행되는 내달 1일부터 베이징~상하이 구간 편도 요금을 최대 60% 할인 판매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세계 최고만 고집하며 안전을 뒷전으로 한 무리한 시공 방침도 시민의 외면을 부추겼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징후고속철이 동부 연안 지역의 경제적 통합 효과를 가져오겠지만 이는 그동안 발전에서 소외된 중부와 서부를 중점적으로 키워 균형 있는발전을 꾀하겠다는 중국의 전략과 배치된다는 지적도 있다.

장성호 한국경제신문 기자 ja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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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낀 기술로 해외특허" vs "신칸센과 완전히 달라"

▶ 日 · 中, 고속철 기술 갈등 고조

중국 고속철의 기술을 중국의 제조업체가 해외 특허를 신청한 데 대해 일본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일본 현지언론은 지난달 29일 "중국 정부는 일본 기술을 뛰어 넘어 완전히 다른 차량을 개발한 만큼 해외 특허 신청에 별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 고속철은 수년 전 일본의 신칸센 기술을 단순 개조해 만든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전했다.

니혼게이자이는 이어 "중국이 국위를 선양하고 더 나아가 미국 고속철을 수주하려는 의도가 깔려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일본이 이처럼 노골적인 불만을 보이는 것은 중국의 해외 특허 신청과 이를 통한 해외 시장 진출로 요약된다.

중국은 지난달 미국과 브라질 유럽 러시아 등에서 고속전철 관련 기술 특허 신청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들 지역의 특허협력조약(PCT)에 따라 차량조립 및 선단부 등과 관련한 21건의 특허를 신청한 것이다.

특히 중국 고속철 제조업체 두 곳 중 하나인 CSR은 미국 시장 진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일본 언론은 중국 고속철이 일본 가와사키중공업이 개발한 신칸센 열차 하야테의 기술을 제공받아 개조했다고 전했다.

요미우리신문은 "중국은 일본 독일 프랑스 캐나다 등 4개국의 기업에서 기술을 공여받아 고속철 차량을 개조했다"며 "중국에 제공한 기술은 중국 내에서 사용을 제한하는 계약이 돼 있다"며 특허권 해외 신청은 계약위반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