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 현대史 분석결과 대기업 성과에 부정적 시각

[Focus] 오류 넘어 왜곡까지··· '反시장' 부추기는 국사 교과서
교육과학기술부가 검정한 6종의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가 대한민국의 기본 이념인 자유시장경제를 왜곡된 시각으로 보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교과서에 단순 서술 오류가 아닌 반(反)시장적 경제 이념을 부추기는 내용이 상당수 포함됐다는 것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박효종 서울대(사범대),김종석 홍익대(경영대),전상인 서울대(환경대학원) 교수에게 의뢰해 6종의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 중 1945년 8 · 15광복 이후 현대사 부분을 분석한 결과 총 112곳의 내용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세 교수는 1960~1970년대 경제개발 과정과 대기업이 이룩한 성과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 많다고 지적했다.

# 역사의 부정적 측면만 부각

박 교수 등 3인의 학자들은 한국사 교과서는 역사적 사실의 한쪽 면만을 다루고 다른 쪽은 생략한 경우가 많았다고 지적했다.

특히 한국의 경제발전 과정과 시장경제의 문제점을 비판하는 부분에서 이 같은 문제점이 두드러졌다.

한국은 세계에서 자유무역을 통해 가장 많은 혜택을 본 국가로 손꼽힌다.

하지만 미래엔컬처그룹이 펴낸 교과서는 자유무역이 계층 · 산업 · 국가 간 격차를 심화시킨다고 썼다.

이 교과서에는 악마가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월드뱅크)을 이용해 후진국을 착취하고 다국적 기업에 이윤을 가져다준다는 삽화까지 실렸다.

농촌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은 것으로 평가받는 새마을운동은 현재 아프리카와 남미 등 제3세계의 많은 국가에서 벤치마킹을 하고 있다.

이에 대해 미래엔컬처그룹과 비상교육이 펴낸 교과서는 새마을운동을 설명하며 '유신체제에 이용''박정희 정부의 지지도 확보를 위한 정치적 도구로 이용' 등의 문구를 썼다.

새마을운동이 유신체제 성립 전에 시작됐다는 사실도 외면한 것이다.

이처럼 편향된 시각으로 바라본 교과서 외에도 다른 일부 교과서들은 새마을운동을 매우 짧게 서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 일 국교 정상화에 대해서도 일부 교과서는 '한 · 일 회담은 독립 축하금 명목의 후원금과 차관을 제공받는 조건으로 비밀리에 진행''대학생들은 굴욕적인 외교 반대''계엄령 선포 후 협정 체결' 등으로만 기술했다. 당시의 절박했던 경제 상황이나 일본으로부터 받은 청구권 자금으로 포항제철 등 국가기간시설을 건설했다는 설명은 없었다.

# 대기업 긍정역할 언급 없어

전경련에 따르면 6종의 한국사 교과서 가운데 미래엔컬처그룹과 삼화출판사가 발간한 교과서에 편향된 시각을 담은 서술이 특히 많았다.

미래엔컬처그룹과 삼화출판사가 펴낸 교과서에는 총 7개의 검토 항목 대부분에서 편향된 서술이 발견됐다.

미래엔컬처그룹의 교과서가 표현한 1960~1970년대 고도성장기의 문제점을 살펴보자.

이 교과서에는 "정부 주도의 성장 정책은 재벌 중심의 한국적 기업문화를 형성했다.

수출을 주도하는 몇몇 대기업이 정부의 특혜로 성장하면서 여러 개의 계열사를 거느리고 서로 다른 업종에까지 진출해 재벌이 됐다.

이때 기업이 정부의 혜택을 얻어내기 위한 부적절한 거래에 관심을 기울이면서 정경유착의 문제가 발생했다"고 서술돼 있다.

정경유착이 옳지 못하다는 점은 다수가 인정하고 있다.

이처럼 '정부 특혜로 성장''정경유착의 문제' 등을 서술하며 대기업의 부정적 측면만을 부각시킨 사례도 적지 않았다.

민족자본 형성과 고용 및 소득창출,국가경쟁력 강화 등 대기업의 국가경제 기여에 대한 설명은 아예 없었다.

3인의 학자들은 대기업이 수출과 일자리를 늘리고 소득개선에 이바지했다는 것은 한 줄도 없이 부정적인 점만 드러낸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 남북한 토지개혁도 사실왜곡

[Focus] 오류 넘어 왜곡까지··· '反시장' 부추기는 국사 교과서
삼화출판사 교과서엔 2003년 9월 멕시코 칸쿤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 때 시위를 벌이다 자살한 농민 이경해 씨의 시위 사진까지 실렸다.

세계화가 반인륜적이라는 데 대해서는 대부분의 전문가가 동의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지나치게 편향적이라는 지적이다.

이 교과서에는 "북한에서는 무상 몰수,무상 분배의 토지개혁을 실시했다.

토지를 소작농에게 분배한 결과 농가는 평균 1만6137㎡(4900평) 정도의 농지를 보유할 수 있었다"고 적혀 있다.

남한의 토지개혁에 대해서는 농민들이 북한과 같은 토지개혁을 요구했지만 유상 매수,유상 분배를 원칙으로 했다고 설명했다.

북한은 농민들에게 토지를 공짜로 나눠줬지만 남한은 돈을 받고 줬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전경련은 농민에게 실제 농지 소유권을 준 1950년 남한의 농지개혁과 달리,1946년 북한의 토지개혁은 농민에게 경작권만 줬다가 1954년 국가가 다시 회수해 집단농장을 건설한 사실은 설명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미래엔컬처그룹과 삼화출판사 외에 비상교육,천재교육,법문사,지학사 교과서에서도 정확하지 않은 서술이 있었다고 전경련 측은 설명했다.

오류가 없는 것으로 파악된 교과서는 하나도 없었다.

박 교수 등은 "대한민국 건국 후 경제 발전 과정의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을 공정하게 소개하지 않고 있는 일부 교과서들은 균형된 시각을 갖춰야 할 고교생들의 교재로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전경련은 현행 한국사 교과서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한 교사용 '한국사 교과서 참고자료'를 별도로 제작해 7월부터 일선 학교에 배포할 예정이다.

최진석 한국경제신문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