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도 대부분 과세… 비싼 진료비 감시 효과”

“반려동물을 사치품으로 보고 과세하는 건 편견”

정부가 7월부터 애완동물의 동물병원 치료비에 10%의 부가가치세를 물리기로 한 것에 대해 찬반 논란이 한창이다.

기획재정부는 성인대상 학원, 미용성형 수술비 등과 함께 애완동물 치료비에도 신규로 부가가치세를 부과키로 이미 방침을 정하고 부가가치세법 시행령 개정 작업도 이미 마쳤다.

정부는 2009년부터 이미 시행이 예고된 것이고 국회 논의를 거쳐 부가가치세 세원을 확대한다는 취지로 도입되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반려동물 치료와 관련된 연간 병원 매출액은 약 1200억~1300억으로 기획재정부는 이의 10%인 약 130억원의 세수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동물애호가단체나 수의사들은 반대하는 입장이다. 이들은 “애완동물은 가족과도 같은 존재인데 치료비에 세금을 매기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반대하는 사람들은 이 방침에 찬성하는 국회의원들을 대상으로 낙선운동을 펼칠 것이라고까지 주장하는 형국이다.

심지어 세금부과에 반대하는 이들은 과천정부청사 등에서 집단으로 반대 집회까지 열기도 한다.

애완동물 진료및 치료비에 대한 부가가치세 과세를 둘러싼 찬반 논란을 알아본다.

⊙ 찬성

정부 당국은 대부분 선진국에서도 애완동물 진료비에 부가가치세를 과세하고 있으며 비과세 치료행위는 가축이나 양식 어류 등 농어민의 생계와 직결된 동물의 치료나 인간에 대한 치료 등에 국한하는 것이 국제 기준임을 내세우고 있다.

정부는 일각에서 애완동물 진료비에 부가세를 매기면 치료비 부담 등으로 유기 애완동물이 늘어날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단순한 추측일 뿐 시행해 보기 전까지는 어떤 결과가 나올 지는 알 수 없다는 입장이다.

영국이나 독일 프랑스 캐나다 호주 등 대부분의 나라가 애완동물 치료비에 부가가치세를 걷고 있다는 점도 정부가 내세우는 이유다.

애완동물은 사치품이 아니라는 반대론자들의 주장에 대해서는 부가가치세는 원칙적으로 모든 재화와 용역에 공평하게 부과하는 것이 원칙이며 현재 부가세 과세 대상 품목에는 사치품이 아닌 것이 더 많다고 지적한다.

다만 생필품 등 일부 재화와 용역에 대해서는 정책적으로 부가세를 면세해 주고 있다는 점을 내세운다.

과세에 찬성하는 측에서는 부가세 부과가 오히려 즉흥적으로 애완동물을 기르다가 싫증이 나면 유기하는 무책임한 행태를 줄일 수도 있어 버려지는 애완동물 수를 오히려 줄일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애완동물의 기본접종이나 진료비 등이 상대적으로 비싸지면 함부로 동물을 기르는 일을 줄일 수 있다는 논리다.

이들은 또 수의사회 등에서 적극 반대하는 진짜 이유는 부가세를 부과할 경우 이들의 수입이 고스란히 드러나기 때문이라며 지나치게 비싼 애완동물 진료비를 현실화하고 세원을 양성화하기 위해서도 과세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 반대

대한수의사회·동물권리옹호시민단체(KARA·Korea Animal Rights Advocates)·환경운동연합 회원 등 3000여명은 지난 21일 과천정부청사 앞에서 동물진료비 부가세 반대집회를 열고, “개·고양이는 단순한 애완동물이 아니라 평생을 함께하는 반려 동물”이라며 “개와 고양이를 사치품으로 보고 부가세를 매기는 것은 정부의 편견”이라고 밝혔다.

특히 맹인에게 길을 안내하는 등 장애인들의 일상생활에 없어서는 안되는 개의 진료비에까지 세금을 물리는 건 지나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민주당 이낙연 의원등 여야의원 23명은 “치료 목적의 동물진료는 부가가치세 면세 대상으로 해야 한다”면서 부가가치세법 시행령 개정의견을 지난 5월 제출하기도 했다.

이 의원은 반려동물을 키우는 400만 가구중 72%가 월소득 400만원 이하의 서민이고 이중 32%는 독거노인 등 소외계층이라며 부가세 과세는 이들의 부담을 늘리게 된다며 반대 의견을 분명히했다.

동물권리옹호시민단체 오순애 이사는 “지금도 동물병원 진료비가 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비싼데 (부가세가 부과되면) 앞으로 버려지는 개가 늘어날 수 있다”며 “부가세로 걷힐 돈이 70억원인데 비해 버려진 개 처리 비용이 한해 102억원이 들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세금을 낭비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기견 등을 위한 치료및 보호시설이 턱없이 부족한 상태에서 대책없이 부가세로 진료비만 올리면 안된다는 얘기다.

정부가 부자감세로 부족해진 세금을 애완동물을 키우는 서민들로부터 보충하려는 탁상공론이라며 비판하는 목소리도 역시 있다.

⊙ 생각하기

어떤 세금이든 새로 부과하는 경우 결코 대중의 지지를 받을 수 없다.

세금은 국가가 일방적으로 걷어가는 것이고 돈을 더 내라는데 좋아할 사람은 이 세상에 아무도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애완동물 진료비에 대한 부가가치세 과세 문제는 당연히 반대가 많을 수 밖에 없다.

따라서 단순히 찬반중 어느 쪽이 더 많은지는 이 논란에서 무의미하며 부가세 과세에 따른 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아 한다.

여기서 조심해야 할 부분은 일부에서 내세우는 것처럼 ‘애완동물을 기르는 것이 필수냐 사치냐’라는 식으로 몰아가서는 결코 문제의 핵심에 접근할 수 없다는 점이다.

애완동물은 어떤 사람에게는 팔다리 이상으로 중요하고 가족보다 더 소중하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움직이는 장난감에 불과한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부가가치세 과세 대상으로 할 것인지 여부와 사치품인지 여부와도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

사치품에는 개별소비세가 따로 부과되고 있으며 진료비에 대한 부가가치세 과세는 서비스에 대한 과세이지 개나 고양이 자체에 대한 과세는 아니라는 점도 분명히 알아야 한다.

또 한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최근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비싼 일부 동물병원의 미용및 진료비는 어떤 형태로든 시정돼야 한다는 사실이다.

부가세 부과는 이런 부작용을 사실 어느 정도 줄이는 효과도 있다.

부가가치세 부과가 옳은지 그른지는 쉽게 판단할 문제는 아니다.

분명히 적지않은 부담으로 다가오는 사람도 있을 것이지만 우리가 생각 못하는 효과가 있을 수도 있다.

원칙적으로 과세하되 치료견 맹도견 등의 진료비 치료비는 일정한 확인절차를 거쳐 면세하는 등 면세 범위를 넓히는 것도 한가지 방안이 될 수 있다.

김선태 한국경제신문사 논설위원 k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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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신문 6월 4일자 A8면>

이주영 한나라당 정책위의장과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3일 첫 대면에서 반려동물 과세 문제를 신중히 논의해 주목을 끌었다.

이 의장은 박 장관이 이날 취임 인사차 한나라당 정책위 의장실을 찾은 자리에서 "반려동물의 치료비에 부가가치세를 붙이는 방안은 현실 서민층을 너무 모르고 한 소리"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다음달부터 개와 고양이 등 반려동물 진료비에 10%의 부가세를 매기겠다는 방침을 정했고,대한수의사회와 16개 동물보호시민단체들은 '반려동물 진료비 부가가치세 철회연대'를 구성해 반대 운동을 펼치고 있다.

전국에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는 400만가구로 추산된다.

이 의장은 "현실적으로 반려동물은 부자들의 사치품이 아니라 중 · 서민층 사람들과 더불어 사는 따뜻한 반려자이며 이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장관은 이에 "현실적으로 모든 반려동물의 진료비에 부가세를 면제할 순 없고,단순한 애완견이 아니라 장애인에게 꼭 필요한 맹인 안내견 등의 진료비엔 부가세를 매기지 않는 방안을 검토해보겠다"고 답했다.

박 장관은 그러면서 동행한 박철규 기획조정실장에게 곧바로 방안을 마련할 것을 지시했다.

이 의장의 애완견에 대한 건의는 "현장의 목소리를 새겨 들으라"는 조언과 일맥상통한다.

이날도 이 의장은 박 장관에게 "현장에 많이 가야 하고 어렵게 살아가는 서민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한편 이낙연 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23일 반려동물 진료비에 부가세를 면제하는 내용의 '부가가치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