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광명시에 소재한 신촌마을(소하동)은 판자로 만든 집들이 모여 이룬 작은 마을이다.

신촌마을에 시끄러운 기계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 것은 2008년 무렵이었다.

광명시 일대의 대규모 택지개발 사업으로 소하동에는 아파트 단지가 들어섰고 건물 철거 시행령에 따라 신촌마을의 세입자는 거주지를 옮겨야 했다.

40여년 동안 살아온 터전을 허무는 대가로 그들에게 주어진 것은 아파트 입주권과 보상금 200만원이 전부였다.

아파트에 입주한다고 하더라도 당장 생계를 유지할 돈이 없는 신촌마을의 세입자들은 철거 반대 시위를 벌였다.

그 과정에서 60여명은 협상을 이뤄 아파트로 이주했지만,남아 있는 40여명의 세입자는 언제 들이닥칠지 모르는 철거반원들에 대비하고 있다.

2년째 신촌마을에 거주 중인 강정덕 할머니(72)는 세평 남짓한 공간에서 생활한다. 말을 못하는 할머니는 무릎이 아파 약을 복용하고 있었다.

인터뷰가 끝나갈 때쯤 좋아하는 음식을 조심스레 묻자 할머니는 종이 위에 '고기'라고 쓰고는 환하게 웃었다.

신촌마을이 강제 철거 된다면 강정덕 할머니를 비롯한 세입자들의 생존권은 보장되지 못한다.

우려되는 것은 신촌마을에서의 철거 반대 시위가 제2의 '용산참사'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2009년 1월에 일어났던 '용산 제4구역 철거 현장 화재사건'은 경찰이 점거 농성을 하던 철거민들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화재가 발생,철거민 5명과 경찰특공대 1명이 사망한 사건이다.

1980년대 이후 공공성보다는 사업성 위주로 추진됐던 재개발 사업은 그 과정에서 생존권을 둘러싼 갈등이 숱하게 일어났다.

세입자들은 실질적 생계를 이어갈 수 있는 정도의 보상금 지급과 대체 상가의 마련을 요구했지만 부동산 가격의 상승 때문에 막대한 개발 이익을 차지할 수 있었던 민간기관은 세입자들의 생존권을 제대로 보장하지 않았다.

이러한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재개발 사업을 공공기관이 주도하거나 재개발을 통해 발생하는 이익이 지역 전체의 발전에 재투자돼야 한다.

또한 그 과정에서 재개발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의 참여는 필수적이다.

그리고 또 하나,우리는 화려한 네온사인 불빛으로 가득 찬 아파트 단지에만 관심을 두고 그 뒤에 가려진 철거민들의 삶은 외면하고 있다.

재개발을 단순한 땅값 상승과 생활의 편리함으로 생각하는 인식이 팽배해진다면 사회제도가 개선된다고 하더라도 철거민들은 삶을 보장받지 못한다.

실제로 취재 당시 신촌마을 주변에는 시끄러운 기계 소리만 가득했고 철거민들의 시위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우리는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 삶을 살아왔다.

보기 싫고 듣기 싫은 것에는 짜증을 내며 눈을 감고 귀를 닫은 우리의 태도는 결국 타인은 생각하지 않고 자신만 우선하는 이기주의를 가져왔다.

생글 독자들에게 묻는다.

당신 주변에는 몇 개의 방이 있는가.

그리고 당신이 바라보고 싶어 하지 않는 방에는 누가 살고 있는가.

권기선 생글기자(매괴고 3년) sharp_rose@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