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자유무역은 '윈-윈' 게임... 제로섬 게임 아니다
1970~1980년대 바나나는 부자들만이 먹을 수 있는 일종의 사치품이었다.

서민들이 바나나를 즐길 수 있게 된 건 1990년대 들어 바나나 수입이 자유화돼 가격이 뚝 떨어지면서다.

포도주(와인)도 마찬가지다.

200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프랑스나 이탈리아산 와인은 고급 레스토랑에서나 맛볼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대형 마트에 가면 2만원이면 아주 괜찮은 와인을 살 수 있다.

2004년 칠레와 자유무역협정(FTA)이 체결된 이후 수입 와인이 늘어나고 값이 싸지면서 소비자의 선택 폭이 크게 확대됐다.

# 리카도의 비교우위론

라가 다른 나라와 교역할 경우 왜 서로 이득일까.

자유무역과 시장개방의 이익은 절대우위론과 비교우위론으로 설명될 수 있다. 예를 들어 A국은 자동차 한 대 생산에 1000만원,옷 한 벌 생산에 10만원의 생산비가 들고 B국은 각각 자동차 1500만원,옷 7만원의 생산비가 든다고 하자.

그러면 A국은 B국에 자동차를 수출하고 옷을 수입하면 이익을 보고,B국은 거꾸로 옷을 수출하고 자동차를 수입하면 이득이 된다.

경제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애덤 스미스가 말한 절대우위론이다. 각국이 생산비가 절대적으로 적게 드는 재화의 생산에 전문화해 무역(교역)을 하게 되면 서로 이익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만약 한 나라가 두 상품에서 모두 절대우위를 갖고 있다면 교역은 이뤄지지 않을까.

그렇지 않다.

가령 C국은 도자기 1세트 및 쌀 1가마 생산비가 각각 3만원과 6만원,D국은 각각 2만원과 3만원이라면 D국은 두 제품 모두에서 절대우위를 가지고 있다<그림 참조>.

그러나 산업 간의 상대적 경쟁력을 본다면 C국은 쌀 한가마 생산비로 도자기 2세트를 생산할 수 있는 반면,D국은 쌀 1가마 생산비로 도자기 1.5세트밖에 생산하지 못한다.

따라서 C국은 상대적으로 생산비가 싼 도자기를 생산해 D국으로부터 쌀을 수입하고,D국은 쌀을 생산해 C국으로부터 도자기를 수입하면 모두에게 이익이 된다.

이게 영국의 경제학자인 데이비드 리카도가 확립한 비교우위론이다.

모든 재화의 생산에 절대열위인 경우에도 생산비가 상대적으로 적게 드는 재화만을 전문적으로 만들면 무역으로 서로 이득을 본다는 얘기다.

# 교역과 경제 장은 밀접한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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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은 1980년 4조1000억달러에 불과했으나 1990년에는 10조달러를 넘어섰고 2009년에는 24조6000억달러를 돌파했다.

상품무역의 20% 수준에 이르는 서비스교역까지 합하면 30조달러에 이른다.

외국 제품이 국내에서 국산 제품에 비해 차별받지 않고 팔릴 수 있도록 하는 시장개방은 국가 간 협상에 의해 이뤄진다.

시장개방 협상은 다시 크게 다자협상과 양자협상으로 나눌 수 있다.

다자협상은 세계 여러 나라가 동시에 모여 협상을 진행해 합의사항을 동시에 실천하는 것이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출범했던 GATT(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와 1995년 GATT가 확대 개편돼 출범한 WTO(세계무역기구)는 바로 다자협상을 위한 국제기구다.

세계 각국이 모여 시장개방 방안을 논의하는 것을 '라운드'라고 하는데 1980년대의 우루과이 라운드와 현재 협상이 진행 중인 도하 라운드가 바로 그것이다.

양자협상은 세계 대부분의 나라가 참여하는 다자협상과는 달리 특정국이나 특정지역과만 시장을 개방하는 것이다.

FTA가 대표적으로 협정을 체결한 나라에서 만든 상품이나 서비스에 대해서만 관세와 교역장벽을 낮춰준다.

# 자유무역은 삶의 질을 높인다

"과연 국내 산업이 죽지 않도록 값싼 외국 제품들이 밀려오는 것을 막아야 할까? 그렇지 않다.

미국은 중국보다 값싼 제품과 서비스를 생산하려는 대신 미국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

무역장벽은 모두에게 해롭다.

소비자는 비산 제품을 사서 살게 되고 생산자는 과보호돼 결국은 경쟁에서 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팀 하포드,'경제학 콘서트'중)

1998년 김대중 정부가 일본 문화에 대해 빗장을 여는 조치를 취하자 많은 대중 예술가나 영화계 종사자들은 반대했다.

일본산 영화나 만화,광고,대중 음악의 수입 자유화로 한국의 대중문화와 연예산업이 말라죽을 것이라는 목소리였다.

10여년이 지난 지금 현실을 한번 살펴보자.일본 문화 개방으로 한국의 대중문화가 말살됐나? 아니다.

거꾸로 우리의 대중음악인,영화인들의 일본 시장 진출이 늘고 있다.

1990년대 초 국내 유통시장의 전면 개방도 비슷한 사례다.

당시 유통시장이 월마트나 까르푸 등 다국적 기업들에 개방되면 한국의 유통업체나 구멍가게들은 모두 망할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했었다.

그러나 월마트는 이마트나 롯데마트 같은 토종 할인점에 밀려 한국에서 철수해 버렸다.

유통시장 개방은 오히려 유통산업의 경쟁력이 높아지는 계기로 작용했다.

소비자들이 보다 좋은 물건을 보다 싸게 살 수 있게 됐음은 물론이다.

무엇이 우리 산업의 경쟁력을 키우고 소비자들의 만족도(후생)를 높일 수 있을까?

세상이 험하니 부모가 늘 보호해줄 때 자식들의 미래가 보장되는 걸까. 결코 그렇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과보호의 울타리를 없애는 게 자식들을 잘되게 하는 길이다.

자유무역은 경쟁을 촉진시키고 생산성을 높이며 경제체질을 개선시킨다.

강현철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hc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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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도국에도 이익...세계화 추세 멈추지 않을 것"


자유무역의 이득에도 불구,이에 반대해 보호무역주의를 외치는 흐름은 상당히 거세다.



이들은 자유무역과 시장개방을 특징으로 하는 세계화(globalization)란 선진국이 후진국을 착취하는 이데올로기뿐이라고 주장한다.


영국 케임브리지대의 장하준 교수는 심지어 "자유 시장 정책을 써서 부자가 된 나라는 과거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과연 그럴까.

자유무역과 시장개방은 경제의 효율성을 높이지만 동시에 산업별,계층별로 승자와 패자를 낳는다.


우리나라의 경우 자동차나 전자업체와 그 기업에서 일하는 종업원이 승자라면 값싼 농축산물 수입으로 피해를 입게 된 농민이 패자일 것이다.


이 같은 패자의 존재가 바로 보호주의를 주장하는 근거다.


하지만 패자가 입게 될 손해와 자유무역으로 인해 사회 전체적으로 얻게 될 이익을 비교하면 이익이 훨씬 크다.


만약 세계 각국이 문을 걸어잠근 채 일체 교역을 안한다고 생각해보라.


발전의 속도는 엄청 더딜 것이다.


이게 바로 패자가 생긴다고 자유무역을 포기해선 안되는 이유다.


한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 정부는 그래서 시장을 개방하면서 피해집단이 적응 기간을 가질 수 있도록 개방 유예 기간을 주고 여러 지원책도 쓴다.

최근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세계화에 대한 평가에도 미묘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종전에는 세계화의 주된 수혜자는 선진국이며 개도국은 피해자일 뿐이라는 주장이 일반적이었지만 최근 세계화의 실질적 수혜자는 중국 인도 한국 등 개도국이라는 시각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이홍직 한국은행 연구원은 "세계화의 퇴조에 따른 비용은 이득보다 훨씬 크다"며 "세계화는 앞으로도 세계를 이끄는 주된 이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