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대출 이자에 상한선을 정한다고?


▶ 대부업의 대출금리 제한

[강현철의 시사경제 뽀개기] 대부업의 대출금리제한 & MVNO와 통신비
☞정부가 법(대부업 등의 등록 및 금융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을 고쳐 대부업과 금융회사의 대출 금리를 최고 연 39%로 제한한 것은 서민들의 이자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것이다.

1년에 100%가 넘는 살인적 이자를 받는 악성 고리대금업의 폐해를 막자는 것이다.

상당수 대부업체가 신용등급이 낮아 은행 대출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의 처지를 악용,터무니없이 높은 이자율을 적용해 서민을 등치고 있다는 비판에 따른 정책이다.

사실 일부 대부업체의 살인적 이자로 인해 돈을 빌려쓴 서민들이 절망적인 상황에서 재기의 의지마저 잃는 사례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하지만 의도가 좋다고 해서,얼핏 보면 정의롭다고 해서 결과 또한 꼭 좋은 건 아니다.

훌륭한 법이 오히려 현실에선 문제를 악화시키고 왜곡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대부업체의 대출 금리 제한도 그런 사례 가운데 하나로 꼽을 수 있다.

대출 금리 제한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까를 생각해보자.대부업체 중 이자를 그렇게 받아선 장사를 할 수 없다며 금융업을 포기하는 곳이 생길 것이다.

또 정부나 법의 규제를 받지 않는 지하 사채업으로 돌아서는 곳이 많을 것이다.

정부가 금리 상한선을 정해도 대부업을 계속하는 곳은 대출자에 대한 심사를 더 까다롭게 할 것이다.

대출을 해주고 받지 못하게 되는 자금을 예전보다 줄여야 금리 인하에 따른 손실을 메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대부업체에서 돈을 빌리려고 하는 서민들의 형편은 전보다 좋아진다고만은 볼 수 없게 된다. 이자 부담은 줄겠지만 돈을 빌리는 것 자체가 훨씬 어렵게 돼서다.

대부업체에서 돈을 빌리기 어려워진 서민들은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대부업보다 훨씬 고금리인 사채로 발길을 돌릴 것이다.

김영용 전남대 교수(경제학)는 "대출 금리 제한법은 서민들의 이자 부담을 줄이는 게 아니라 급전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금융시장에서 쫓아내는 결과를 가져올 뿐"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대부업에 대한 금리 규제가 시행된 이후 대부업체 수는 급격히 줄어들었다.

서울의 경우 등록 대부업체는 지난해 말 5815곳으로,2009년보다 700여곳 감소했다. 대부업계에서는 대부업법 시행 이후 등록한 1만5000여업체 중 3분의 1가량이 문을 닫거나 불법 영업(사채)으로 돌아선 것으로 보고 있다.

2002년 10월 대부업법 제정 이후 법 시행 초기에 연 66%였던 대부업체 최고 이자율이 49%,44%로 계속 인하된 데 따른 것이다. 반면 대부업체 거래자는 경기가 좋지 않고 소득 양극화가 심해지면서 지난해 말 현재 221만명으로 늘어났다.

이처럼 법이 실제 경제에 미치는 효과를 연구하는 경제학의 한 분야가 바로 법경제학(Law and Economics)이다.

법경제학에 따르면 겉으로 보기에 훌륭하고 사회 정의에 완벽히 부합하는 법이 만들어졌다고 그 본래 취지대로 효과를 달성하는 일은 드물다.

사실 통쾌하고 칼로 자르는 듯한 법일수록 그 효과는 의심쩍고 때론 정반대의 결과를 야기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경제학 교과서에 나오는 가격상한제도 대표적 사례 가운데 하나다.

가령 정부가 서민들의 주거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주택 임대료 상한선을 정했다고 하자.

그러면 집을 세주려는 사람(공급)은 줄고 세를 들어가려는 사람(수요)은 늘어날 것이다.

공급이 수요보다 턱없이 부족하면 정부는 배급제를 실시할 수밖에 없다.

마찬가지로 미성년자의 음주를 막겠다고 심야영업을 규제하는 법이 과연 청소년을 보호했을까?

중소기업에 대한 각종 보호 법률을 만들었다고 건전한 중소기업이 양성됐을까?

이런 법들은 약자를 보호하거나 돕는다는 명분으로 출발했지만 실제 효과는 미미했거나 아니면 정반대의 부작용을 낳았다.

법 · 제도와 경제활동은 밀접히 연관돼 있다.

시장경제의 원리를 무시한 법은 아무리 의도가 좋다고 해도 결과는 영 딴판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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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이 경쟁해야 소비자 이익도 커진다


▶ MVNO와 통신비

[강현철의 시사경제 뽀개기] 대부업의 대출금리제한 & MVNO와 통신비
☞휴대폰이나 모바일 인터넷 등 이동통신 서비스를 하려면 주파수와 기기들을 연결해주는 망(網)이 필요하다. 주파수는 공공자원이므로 이용료를 내고 정부의 사용허가를 받아야 한다.

또 망은 많은 돈을 투자해 기지국 중계기 등을 갖춰야 한다.

하지만 주파수와 망을 갖고 있지 않으면서도 이동통신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가 바로 MVNO(Mobile Virtual Network Operator)다.

우리말로는 가상이동통신망 사업자라고 한다.

일종의 이동통신 재판매 사업자다.

MVNO는 사업에 필요한 주파수와 망을 이를 갖고 있는 이동통신사업자로부터 빌린다.

MVNO는 SK텔레콤이나 KT,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사업자 입장에선 일종의 경쟁자다.

따라서 MVNO에 주파수와 망을 빌려주지 않으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정부는 MVNO가 이동통신사업자에 주파수와 망 임대를 요청하면 이동통신사업자는 의무적으로 이에 응하도록 법으로 정해놓고 있다.

신규 사업자의 시장 진입 촉진을 통해 이동통신 시장의 경쟁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MVNO 가입자가 많이 늘어 이들로부터 망 임대료를 많이 받게 되면 이동통신사업자로서도 꼭 손해라고만은 할 수 없다.

기업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 소비자들로선 이익이다.

아무래도 가격(통신비)은 싸지고 서비스 질은 높아지기 때문이다.

가구당 통신비는 현재 월평균 14만원이 넘어 큰 부담이 되고 있다.

MVNO는 해외에서도 활성화되고 있다.

이미 영국 네덜란드 스칸디나비아 국가 등에서 요금 인하 등 성과를 거두며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1999년부터 MVNO 서비스를 제공한 영국의 경우 이동통신 가입자 중 10.5%가 MVNO를 이용한다.

일본에서도 2003년 4월부터 MVNO의 서비스가 시작됐다.

세계 MVNO 가입자 수는 2012년 3억5200만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SK텔레콤의 망을 빌려 서비스를 제공하는 아이즈비전도 기본료를 낮추는 등 이동통신 3사의 가격보다 싼 가격에 이동통신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경쟁은 당사자들엔 피곤하지만 소비자들에겐 이득이다.

이게 시장경제의 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