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한사람으로 자신의 생각 표현하는 건 당연”

“전문성도 없이 개인적 견해 밝히는 것은 조심해야”


최근 연예인들이 반값 등록금 처럼 정치적으로 그리 사회적으로 매우 민감한 문제에 대해 자신의 입장을 밝히거나 시위 현장을 직접 방문해 지지 시위를 하는 등 연예인들의 정치 참여가 부쩍 늘고 있다.

특히 탤런트 김여진씨는 한진중공업 부산 영도조선소에서 고공 크레인 시위에 참여했다가 경찰에 긴급 체포되기도 했다.

김 씨는 앞서 홍익대 청소노동자들의 파업을 지원했고 트위터에 전두환 전 대통령에게 “당신은 학살자”라고 했다가 모 정당 자문위원으로부터 욕을 듣는 등 적극적으로 사회 이슈 현장에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개그맨 김제동 씨나 가수 박혜경 씨도 반값 등록금 시위 현장에 모습을 나타냈다.

사회 이슈 현장에 모습을 드러내고 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은 소셜 미디어를 활용해 이런 정치·사회적 이슈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연예인들이 많아지면서 사회 참여 연예인을 뜻하는 ‘소셜테이너’라는 말도 생겼다.

이같이 정치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해 자신의 견해를 밝히는 연예인이 많아짐에 따라 이런 행위를 어떻게 봐야할 지에 대해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일각에서는 그들도 유권자인 만큼 자신의 견해를 당당하게 표현하는 것은 극히 당연하다고 본다.

반면 대중에 많이 알려진 공인인 만큼 좀 더 조심하고 자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연예인 정치 참여를 둘러싼 찬반 논란을 알아본다.

⊙ 찬성

찬성하는 쪽은 이들도 엄연한 국민의 한 사람인데 자유롭게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하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특히 외국 연예인들의 사회참여와 정치참여는 높게 평가하면서 우리 연예인들의 사회활동에 대해서만은 “연예인 본분에나 충실해라” “딴따라가 뭘 안다고” 식으로 유독 원색적으로 비난하고 고까운 시선을 보내는 우리의 이중적인 태도는 정말 잘못됐다고 꼬집는다.

소셜테이너들이 단지 대중의 관심을 끄는 연예인이란 이유만으로 시민으로서 자신의 양심과 신념에 따라 행동할 권리를 제약 받는 것은 온당치 않다는 것이다.

대중에게 일방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걱정하는 견해에 대해서도 찬성론자들은 반박한다.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은 뉴스가 돼 시시각각 퍼져나가지만 대중으로 하여금 그가 선 장소에 관심을 갖도록 유인하는 효과가 있을 뿐 그 이상은 아니라는 얘기다.

대중은 소셜테이너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만 옳고 그름은 스스로 판단하며 이치에 맞지 않는 의견이나 주장은 도태되고 반대의 경우에는 자연스럽게 더 퍼져나가는 만큼 기우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노동계 일각에서는 사회적으로 주목 받지 못하는 힘없는 약자들의 목소리를 연예인들이 대변해 주면서 사회적 이슈가 되어 결과적으로 그들에게 도움이 됐다며 반기는 사람들도 있다.

또 한편에서는 누군가가 하나님을 믿는다고 비난할 수 없고 부처님을 믿는다고 비난할 수 없듯이 연예인이 어떤 정당이나 정책을 지지하는지는 개인의 판단이기 때문에 이를 아무도 비난해서는 안된다는 주장도 있다.

⊙ 반대

정치·사회적 사안에 대한 의사 표명과 행동은 개인의 자유지만 대중문화예술인은 사회적 영향력이 큰 데다 특히 연예인의 경우 청소년들의 무조건적 추종을 불러올 수도 있다는 점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는 견해도 만만치 않다.

최근 활발한 사회 참여를 하는 김여진씨의 경우 여러 분야의 사회 정치 분야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데 과연 그가 하는 주장에 전문성을 인정할 수 있는가를 의문시하는 지적도 있다.

연예인의 경우 잘 알지도 못하는 분야에 단지 개인적 견해를 밝히는 것은 그냥 일반인이 전문성도 없이 특정 이슈에 대해 개인적 견해를 밝히는 것과는 분명히 구분해야 한다는 얘기다.

연예인의 주장은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곧 바로 확산되는데 판단 능력이 부족한 청소년들이 무조건 이런 견해에 동조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편에서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시위가 한창이던 때 한 연예인이 “광우병이 득실거리는 미국산 소를 뼈채로 수입하느니 차라리 청산가리를 입안에 털어 넣는 편이 낫겠다”는 발언을 했다가 커다란 문제가 됐던 사례를 지적한다.

당시 한 연예인은 단순히 자신의 생각을 밝힌 것이지만 광우병에 대한 전문지식도 없으면서 그저 한마디 한 것이 사회전체에 미친 영향을 생각하면 무조건 연예인의 정치·사회 참여를 찬성만 할 수는 없다는 주장이다.

외국 연예인의 정치 사회 참여와 비교하는 경우에도 우리 연예인처럼 다양한 분야에 참여하기 보다는 한 분야에 오랫동안 준전문가적 시각으로 참여하는 경우가 많다며 무조건 외국 연예인과 비교해 국내 연예인의 정치참여도 바람직한 것으로만 봐서는 안된다는 목소리도 있다.

⊙ 생각하기

연예인들의 정치참여는 사실 그 자체를 갖고 옳고 그르다를 논쟁할 일은 아니라고 본다.

그들의 영향력이 큰 것은 사실이지만 단지 연예인이라는 이유로 국민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인 집회 시위의 자유나 양심의 자유 등을 이들에게만 제한해야 한다는 생각은 도저히 옳다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논의의 초점은 연예인의 정치·사회 참여 자체의 잘잘못을 가리는 것이 아니라 어떤 주장을 펴느냐에 집중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사회는 연예인을 매우 선망하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연예인을 비하하는 등 이중적인 잣대도 흔히 볼 수 있고 이들에 대한 편견도 많다.

따라서 연예인의 주장을 무조건 옳다고 믿는 것도 위험하지만 특정 연예인이 어떤 주장을 했다고 무조건 “잘 알지도 못하면서 떠든다”고 매도하는 것 또한 매우 조심스러워야 한다.

일반인이 알지 못하지만 특정 분야에 전문가 못지 않은 지식과 경험을 가진 연예인이 있지말란 법도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들의 정치·사회 참여를 판단할 때는 그 행위 자체가 아닌 그들이 주장하는 내용에 집중해야만 한다.

그리고 그들이 주장하는 혹은 바라는 바에 대해서는 얼마든지 자신의 견해와 다르다면 비판해도 된다.

결국 이들의 주장에는 비판을 가하고 반박을 할지언정 정치참여라는 행위 자체에 돌을 던지는 일은 삼가는 것이 옳다.

김선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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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닷컴 6월12일자 보도기사>

배우 김여진이 한진중공업 고공 크레인 농성 뒤 경찰에 연행되던 중 훈방 조치됐다.

6월12일 오전 11시께 김여진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나오다 잡혔습니다.

저와 다섯, 해운대경찰서로 이송된다고 합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이어 김여진은 "폭력 혐의 등에 관한 법률 위반과 집단 건조물 침입 죄라고 하네요.

긴급체포"라고 덧붙였다.

다행히 김여진은 오전 11시30분께 "호송 도중 어디선가의 연락으로 훈방 조치되었습니다"라고 트위터에 글을 남겼으며 "괜히 좀 놀랬습니다.

지금은 괜찮습니다.

안에 있는 사람들이 걱정입니다, 마지막까지 몸달아 날 걱정하는 그 사람(김진숙 위원)이 걱정입니다"라며 같이 농성을 펼쳤던 김진숙 위원을 걱정하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앞서 김여진은 11일 오후 한진중공업 부산 영도조선소에서 진행된 희망버스 행사에 참여했으며 고공 크레인에서 농성 중인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을 지원하기 위해 크레인 시위에 동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김여진은 최근 대학생들의 반값 등록금 시행을 위한 1인 시위를 벌이는 등 사회문제에 대한 쓴소리를 아끼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