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진로적성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이 과거에 비해 부쩍 커졌다.

진로 설정의 중요성이 어려서부터 강조되고, 입시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얼마 전에는 입학사정관제에서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 학생부의 장래희망을 고쳐 사회적 이슈가 된 웃지 못할 해프닝까지 연출된 바도 있다.

사람들에 따라서는 처음부터 확실한 직업을 정해 끝까지 관철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고, 처음 목표와는 전혀 다른 적성을 뒤늦게 발견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요즈음 학생들에게 진로의 조기 설정과 일관된 관리가 강조되다 보니,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 진로적성검사 등을 통해 진로를 최대한 일찍 정한 뒤 학습, 독서 및 체험 등 모든 활동을 정해진 진로에 일관되게 맞추는 경력관리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초등학생 때와 같이 너무 어려서 정한 진로는 유망 직업만을 강조하는 주변의 영향으로 자발적 선택이 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우리나라 학생들은 고등학교 때 문과 · 이과라는 벽으로 분리되고, 사실 진학 선택을 고려한다면 가치관 정립이 미숙한 중학교 때 벌써 자신의 미래에 대한 결정을 강요받는다.

대부분의 미국 대학들이 학부 1,2학년에서 다양한 인문교양 과목을 수강하게 한 후 3학년이 되어서야 비로소 구체적 전공을 선택해 전공과목을 수강하게 하는 제도를 시행하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어린 나이에 지나치게 경직된 진로설정을 요구하는 시스템에서는 인문학적 심성을 갖춘 과학자, 예술적 감성을 가진 문학가, 수학적 논리로 무장된 금융인과 같이 사회와 소통하는 균형 잡힌 전문가 육성을 기대하기 어려울지 모른다.

자신의 적성을 탐구 · 개발하여 미래를 준비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그 시작과 준비과정이 빠를수록 나쁘다는 것이 아니다.

다만 진로의 결정이 조기에 되어야 하고, 그 이후는 각본처럼 잘 맞추어진 경력관리가 필수인 것은 아니다.

일부 시행착오까지도 포함하여 다양한 직접 경험과 멘토링 같은 간접 경험을 통해 자신의 적성에 맞는 진로를 발견하고, 이를 이뤄가는 과정의 중요성이 강조되어야 한다.

학생들의 진로적성에 대한 평가도 스스로의 고민과 노력으로 목표를 수정 보완하며 자신의 꿈을 구체화해 왔는지에 대한 과정의 평가여야지, 시험문제 정답처럼 다른 사람보다 일찍 정한 진로에 정확히 잘 맞추어져 있는가를 평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진로 적성에서 중요한 것은 빠른 결정과 깔끔한 결과물이 아니라 빠른 시작과 피드백의 과정들이다.

이동현 생글기자(대원외고 2년) dhjyjh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