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가 활력을 잃으면 … 서머스,미국 경제의 장기침체를 경고하다

◆‘잃어버린 10년’

[강현철의 시사경제 뽀개기] 잃어버린 10년 & 헤지펀드
미국은 2008∼2009년 정책적 조치를 통해 금융위기를 성공적으로 막아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잃어버린 10년’의 중반기에 접어들었다.

지난 5년간 성장률은 연평균 1%에도 못 미쳤는데,이는 거품이 꺼질 때의 일본과 비슷하다.한 경제가 오랫동안 잠재성장률 수준의 성장을 이루지 못할 경우 그 경제에는 미래가 없다.

- 6월11일 워싱턴포스트,파이낸셜타임스

☞ 로렌스 서머스(Lawrence Summers) 미 하버드대 교수가 워싱턴포스트와 파이낸셜타임스에 ‘잃어버린 10년을 피하려면’(How to avoid our own lost decade)이라는 제목으로 동시에 기고한 글이다.

서머스는 하버드대 사상 최연소인 28세에 정교수가 되었으며,클린턴 행정부 시절 재무장관을 지낸 인물이다.

서머스는 성장률이 낮아지고 일자리가 줄어들면서 미국이 일본처럼 잃어버린 10년의 위기에 봉착해 있다고 경고한다.

미국의 실업률은 금융위기 이전의 두배인 9%선을 넘고 있다.

15~64세의 생산가능인구 중 실제 경제활동에 참가하는 사람들의 비율인 경제활동참가율이 58.4%로 떨어지면서 취업자수도 1000만명 이상 줄어들었다.

서머스는 금융위기의 아이러니는 위기가 과도한 자신감에 따른 무분별한 대출과 소비지출에 의해 야기됐지만 위기의 해결 역시 대출과 소비를 늘려야만 가능하다는 점이라며 이런 조치가 취해지지 않는 한 어떤 정책들을 시행해도 경제회복에 소용이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미국 경제에 가장 큰 위협은 지속적인 성장률 둔화에 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미국의 나라 빚이 심각한 상태이지만 경제를 살릴 수 있는 부양책이 더 급선무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오바마 행정부는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막대한 재정지출(정부지출)로 수요를 늘리는 정책을 써왔다.

그 결과 다급한 불을 끄는덴 어느 정도 성공했지만 나라 빚은 의회가 정한 국가부채 한도((14조2940억달러)를 넘어설 정도로 불어난 상태다.

야당인 공화당은 정부의 채무한도를 무한정 늘려줄 수 없다며 오바마 행정부와 공방을 벌이고 있다.

잃어버린 10년은 원래 거품경기 이후인 1991년부터 2000년대초까지 일본의 극심한 장기침체 기간을 일컫는 말이다.

당시 일본은 부동산 시장 버블이 꺼지면서 주식과 부동산의 가치는 1000조엔 이상 감소했다.

성장률은 뒷걸음질친 해가 많아 연평균 1%에도 채 미치지 못했다.

수많은 기업들과 금융회사들이 문을 닫았다.일본의 경제는 2000년대 들어 다소 나아지는 모습을 보이다가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다시 나빠져 ‘잃어버린 20년’을 맞게 되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서머스의 지적처럼 미국도 일본의 장기침체를 뒤따를 가능성이 없지 않다.잃어버린 10년의 일본과 미국의 현 경제상황에서 상당한 유사점이 발견되기 때문이다.

일본의 장기침체 요인으론 △부동산 거품 붕괴 △부동산대출 부실에 따른 금융사 위기 △성장률 저하와 일자리 감소 △정치적 리더십 부재 등을 꼽을 수 있다.

미국도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의 부실로 대형 금융사들의 경영이 나빠지면서 경제위기가 초래됐으며 저성장과 일자리 감소,정치적 리더십 논란 등에 허덕이고 있는 상태다.

대한민국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부동산 버블이 꺼지면서 저축은행들이 대거 부실화돼 경제의 뇌관이 되고 있다.가계빚은 800조원을 넘어서고 일자리는 좀체 늘어나지 않는다.

성장잠재력은 떨어지고 나라빚은 쌓여가는 데 정치권은 무상급식에 무상의료,대학 등록금 반값 인하 등 표를 잡기 위한 포퓰리즘에 혈안이다.

갈등을 조정할 정치 세력이나 역량은 찾아보기 힘들다.

곳간에 쓸 돈은 없는데 너도나도 공짜를 남발한다.이러니 소(경제)는 누가 키울 것인가.

공짜 점심의 유혹은 달콤하지만 그 결과는 비참한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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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 분산시켜 안정적 수익 추구… 시장 교란 주범 오명도

[강현철의 시사경제 뽀개기] 잃어버린 10년 & 헤지펀드
◆ 시장 상황 관계없이 일정 수익 추구 … 국제금융시장 교란 주범 비난도
최근 증시는 미국 경기지표 악화 등으로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다.이처럼 시장 예측이 어려워지고 헤지펀드에 대한 관심이 확산되면서 ‘절대수익 추구형 펀드’가 새로운 투자 대안으로 부각되고 있다.

-6월13일 한국경제신문

☞ 헤지펀드(Hedge Fund)는 투자 위험(리스크) 대비 높은 수익을 추구하는 펀드를 의미한다.

시장 금리+α’의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하는 펀드가 대부분이지만 치고 빠지기 식의 초단타 투자를 일삼는 펀드도 적지 않다.‘헤지’란 본래 위험을 회피·분산시켜 자산을 안전하게 지킨다는 뜻이다.

헤지펀드가 처음으로 등장한 것은 1949년이다.미국의 경제잡지 포춘(Fortune)의 기자로 활동했던 앨프리드 윈슬로 존스가 자신의 돈 4만달러를 포함,총 10만달러를 모아 공매도로 성공한 것이 시초로 알려져 있다.

공매도는 ‘없는 걸 판다’란 뜻으로,가지고 있지 않은 주식이나 채권을 미리 팔고 나중에 주식·채권값이 떨어지면 사서 갚는 방식의 투자기법이다.

1966년 저널리스트인 카롤 루미스가 존스의 펀드를 일컬어 ‘헤지펀드’라고 이름붙인 이후 이와 유사하게 운용하는 펀드를 헤지펀드로 부르게 됐다.

보통의 펀드(뮤추얼펀드)가 대부분 불특정 다수로부터 자금을 공모하는 펀드인데 비해 헤지펀드는 소수의 고액투자자를 대상으로 돈을 모으는 사모펀드가 많다.

또 뮤추얼펀드는 주식,채권 등 비교적 안전성이 높은 상품에 투자하는 데 반해 헤지펀드는 주식 채권만이 아니라 부동산 원유 금 등 실물자산,주요국의 통화,선물·옵션 등 다양한 자산에 투자해 위험을 분산시킨다.헤지펀드는 지난 20여년간(1990~2010년) 연평균 수익률이 12.7%로 미국 뉴욕증시의 다우지수 상승률(8.4%)를 크게 앞질렀다.

헤지펀드는 때론 국제금융시장을 교란시키는 주범이라는 비난을 듣는다.

지난 1992년 ‘헤지펀드의 대부’로 불리는 조지 소로스가 영국 파운드 가치가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파운드화를 대거 팔아치워 막대한 돈을 벌어들인 사건은 유명하다.

1994년 멕시코 금융위기,1997년 태국 바트화 폭락 사태로 시작된 아시아 외환위기 등의 배후 세력으로도 헤지펀드가 거론된다.

전 세계에서 활동하는 헤지펀드 수와 굴리는 돈의 규모(자산 규모)는 2010년말 현재 9550개,1조9200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1999년말 4600억달러였으니 10여년만에 네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2010년에만 650억달러의 자금이 순유입됐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2008년 큰폭으로 줄어들었다가 다시 늘어나는 추세다.퀀텀펀드나 타이거펀드,폴슨 앤 코 등이 간판 헤지펀드로 꼽힌다.

한국에서는 그동안 헤지펀드 설립이나 운용이 불가능했다.

금융당국이 투자 리스크가 높다며 헤지펀드의 차입규모나 운용주체,투자대상 등에 대해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이같은 규제를 상당부분 완화해 헤지펀드 설립을 허용할 계획이다.

금융산업을 육성하고,투자자들이 더욱 다양하게 자산을 투자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한 것이다.

강현철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hc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