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 Issue] 앗! 이번엔 '슈퍼 박테리아'… 지구촌 불확실성의 공포
2009년 9월 외국의 한 업체가 만든 귀체온계 가격이 3배로 뛰었다. 한

달 전엔 5만원 정도에 살 수 있었던 것이 18만원이 됐다.

온라인 가격비교 사이트인 다나와에서 이 제품은 최저 가격이 15만8400원이었다.

왜 그랬을까. 신종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신종플루) 때문이었다.

기존 약물이 듣지 않는 새로운 종류의 호흡기 질환이었다.

신종플루가 발생했던 2009년 4월부터 국내에선 신종플루로 인해 250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

신종플루의 발생 원인도 몰랐다.

사람들은 공포에 떨었다.

감염되지 않기 위해 손세정제와 마스크가 불티난 듯 팔려 품절 사태를 빚었다.

계절독감 백신 접종비도 2009년 가을엔 전년 대비 20% 이상 올랐다.

홍삼과 흑마늘 등 건강식품의 매출이 급증했다.

# 슈퍼 박테리아, 3주새 26명 사망

무엇이 이러한 공포를 만들어냈을까. 불확실성이다.

신종플루 발병은 누구도 겪어보지 못한 전대미문의 사건이었다. 발생 원인조차 파악할 수 없었다.

최근 비슷한 일이 또 일어났다.

이번엔 유럽에서다. '슈퍼 박테리아(세균)'로 불리는 장출혈성대장균(EHEC)이 발생하면서 유럽인들은 혼돈에 빠졌다.

독일을 시작으로 EHEC가 발생한 지 약 3주가 지난 9일 현재 26명이 숨지고 2400명이 감염됐다.

독일 폴란드 스페인 영국 등 유럽지역뿐 아니라 캐나다와 미국 등 북미지역에서도 발견됐다.

EHEC 감염자들의 대부분은 독일 북부 지역을 여행했던 사람들이다.

슈퍼 박테리아는 말 그대로 독성이 매우 강하고 기존 항생제가 듣지 않는 변종 박테리아다. 이번 EHEC도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다.

경제적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무역마찰로까지 번지고 있다.

일각에선 테러의 가능성까지 제기할 정도다.

EHEC가 발견된 것이 사실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러나 이 정도의 대유행으로 번진 것은 처음이었고 이번 대장균은 기존 사례와 달리 장기에 달라붙는 성질을 지니고 있다.

통상 병에 걸리는 경우 어린이나 노약자가 사망하기 마련인데 이번에는 여성이 주로 피해를 입었다.

세계보건기구(WTO)에 따르면 6일까지 대장균 감염으로 인해 합병증인 용혈성요독증후군(HUS)에 걸린 사람은 675명이다.

EHEC에 감염됐을 때 초기 증상은 설사 고열 등이지만 HUS가 발병하면 신장 기능에 문제가 생겨 급성 신부전이 오고 빈혈,혈소판 감소증 등을 보인다.

# 무역 분쟁으로 비화

문제는 원인이 밝혀지지 않아 사람들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는 점이다.

처음 독일은 스페인에서 식중독을 일으킨 한 유기농 농장의 오이를 원인으로 지목했다.

통상 대장균은 사람이나 동물의 배설물을 통해 옮겨진다.

즉 스페인의 농가가 동물의 배설물을 비료로 사용해 식물이 대장균에 감염되고 이를 사람이 날것으로 먹었다면 병이 날 수 있다.

그러나 스페인 농장 측은 동물의 배설물을 비료로 사용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조사 결과 스페인산 오이의 균은 이번 대장균과 다르다는 것이 증명됐다.

두 번째 추측은 독일 함부르크에서 약 100㎞ 떨어진 한 유기농 농장에서 재배된 콩 새싹이 슈퍼박테리아의 근원이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40개 실험샘플 중 23개가 대장균 음성으로 밝혀졌다.

나머지 17개의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이달 초 러시아는 유럽연합(EU) 27개국에서의 채소 수입을 금지했다.

BBC에 따르면 EU가 1년에 러시아에 수출하는 채소류는 6억유로 규모에 달한다.

이에 EU는 러시아의 수입 금지 조치는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에 위반된다고 주장하는 등 무역분쟁으로도 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최근 카타르도 독일과 스페인 등의 채소를 수입하지 않기로 했다.

미국 질병예방센터(CDC)는 독일을 방문하는 자국민에게 토마토나 오이 엽채류 등을 생으로 먹지 말라고 권고하기도 했다.

피해액은 어마어마하게 커지고 있다.

유럽연합농업협의회는 슈퍼박테리아로 인해 스페인은 매주 2억유로의 손해를 보고 있으며 △이탈리아는 1억유로 △네덜란드는 5000만유로 △독일과 프랑스는 각각 3000만유로 △벨기에는 600만유로 △덴마크는 75만유로 △리투아니아는 15만유로의 손실을 보고 있다고 추정했다.

# 불확실성이 만들어내는 공포

과학적으로 원인이 밝혀지지 않을 경우 사람들은 불안해한다.

불확실성은 사람들에게 공포를 불러일으킨다. 때론 정치권이 여기에 편승해 사회경제적인 불안감을 확대시키기도 한다.

한국의 광우병 파동 때가 그랬다.

최근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로 인한 세계경제 위기도 불확실성이 야기한 공포가 한 요인이었다.

미국발 경제위기는 부채담보부증권(CDO)과 신용부도스와프(CDS)라는 새로운 금융파생상품이 부동산 호황을 등에 업고 전 세계로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간 게 한 원인으로 작용했다.

CDO와 CDS를 어느 금융회사가 얼마나 사고 팔았는지를 몰라 도대체 어떤 은행이 건전하고 어떤 은행이 부실한지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금융사들은 너도나도 저 먼저 살기 위해 대출을 회수하고 돈줄을 움켜쥠으로써 세계적인 신용위축을 초래했다.

CDO는 회사채나 금융회사의 대출채권(부동산대출 등) 등을 담보(기초자산)로 발행하는 신용파생상품이며,CDS는 CDO나 국채,회사채 등의 부도 때 이를 보전해주는 일종의 보험상품이다.

불확실성이 야기하는 공포는 경제에도 최대의 적인 셈이다.

강유현 한국경제신문 기자 yh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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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즈는 더 이상 사형선고가 아니다. "(로이터통신)

14세기 유럽을 초토화시켰던 흑사병 이후 최악의 전염병으로 불리는 에이즈(후천성면역결핍증 · HIV)가 발견된 지 올해로 30년이 됐다. '신이 내린 형벌'이라던 에이즈도 완치 사례가 나오는 등 정복이 가능해질 것이란 예측이 나오고 있다.

에이즈가 처음 발견된 때는 1981년 6월5일.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남성 동성애자 5명에게서 특이한 종류의 폐렴이 발생했다.

면역력이 떨어지면서 이들의 몸엔 붉은 반점이 생겼고 의사들이 손도 써보지 못한 채 사망했다.

최근 들어선 완치 사례가 나오는 등 희망이 빛이 보이고 있다.

'베를린의 환자'라 불리는 미국인 티머시 레이 브라운이 주인공이다.

그는 독일 베를린에서 에이즈와 백혈병 치료를 받았다. 그러다 돌연변이 유전자인 'CCR5델타32'를 갖고 있는 사람의 골수를 이식받았고 완치돼 미국 샌프란시스코로 돌아갔다.

항레트로바이러스제를 사용하면 배우자에게 에이즈 전염을 최대 96% 막을 수 있다는 희망적인 연구 결과(미 국립보건원)도 발표됐다.

에이즈는 약 2500만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매일 새로 에이즈에 걸리는 감염자만 7100명에 이른다. 특히 아프리카에 집중됐다.

그러나 신규 감염자는 1997년 320만명까지 오른 뒤 2009년에는 260만명으로 줄었다.

사망자도 2005년 220만명으로 정점에 달한 뒤 2009년에는 180만명으로 줄었다.

물론 에이즈를 퇴치하는 데는 많은 노력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베를린의 환자를 치료하는 데 사용된 골수는 북유럽국 후손들로 추정되는 소수인들만 보유하고 있고 유전형질이 맞는 기부자를 찾기도 어려운 데다 비싸다.

비정부기구 '에이즈2031'은 향후 20년 동안 에이즈 치료에 드는 비용이 세계적으로 매년 500억~600억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