全 영역 만점자 3000명 넘을듯

상위권 대학 지원 대혼란 예고

[Focus] 쉬웠던 6월 모의고사, 수능에서 그대로 출제된다면...
지난 2일 고교 3학년과 재수생 등 69만90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된 '6월 모의고사'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모의고사는 자신의 실력을 가늠해보고 11월 수능의 난이도와 출제경향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고3 학생들에겐 큰 의미가 있다.

이번 모의고사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공언한대로 'EBS 연계성'을 극대화하고 '영역별 만점자 1%'를 유지하기 위해 쉽게 출제했다.

이 때문에 변별력이 약화돼 향후 대학입시에서 1점차 탈락,극도의 눈치보기와 같은 문제점을 낳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영역별 분석과 향후 전망을 해보자.

언어영역

언어영역이 쉽게 출제됐다는 것은 통계에서도 입증된다.

1등급 구분 원점수가 무려 98점이 될 것이란 대체적인 분석이다.

두 문제를 틀리면 바로 2등급으로 떨어진다는 얘기다. 만점자가 0.06%였던 2011학년도 수능에서 1등급 구분 원점수가 90점, 0.24%였던 2010학년 수능에서 94점이었던 것에 비하면 아주 높다.

문학 영역에서 출제된 6개 제시문 가운데 하나를 제외하고 모두 EBS교재에서 출제됐다.

지문뿐만 아니라 EBS 연계교재의 문항도 그대로 나왔다.

비문학 영역은 다양한 길이의 지문과 통합 사고력을 요구하는 기존의 언어영역 출제 경향이 그대로 유지됐으나 수록된 지문을 그대로 출제해 내용상 어렵더라도 EBS 교재로 학습한 학생들의 체감난이도는 낮았을 것으로 보인다.

교육당국이 공언한 대로 EBS 방송 및 교재와의 연관성이 그만큼 강화된 것이다.

시험이 쉬워지면서 상위권 학생을 겨냥한 고난도 문제 3~5문항을 어떻게 풀어내느냐가 매우 중요해졌다.

상위권 학생들은 고난도 문제를 풀면서 정답처럼 보이는 오답을 골라내는 연습이 절실히 필요하다.

또 개념과 문제풀이 접근 방식을 익히고 기출문제를 통한 유형 대비 학습이 필요해졌다.

수리영역

수리영역의 경우 EBS 연계 출제된 문항 대부분의 난이도가 낮았다.

상위권 수험생은 연계 여부와 상관없이 고난도로 출제된 몇 문항에 의해 고득점 여부가 결정됐다.

상위권 학생들의 경우 EBS교재의 연계 출제가 미치는 영향이 적은 반면 중하위권 학생들에게는 연계 출제가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했다.

모의고사가 매우 쉽게 출제되면서,인문계 최상위권 학생들에게는 수리 '나'형이 대입합격의 중요 변수가 됐다. 단 한 번의 실수로 역전당할 공산이 커졌기 때문이다.

기존 수능에서 이미 출제된 문제를 변형한 정도의 익숙한 문제들이 대거 출제됐고 올해 처음 출제된 수리 '나'형의 미분 파트 문제들도 교과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문제였다. 변별력을 가릴 수 있는 난이도 높은 고난도 문제나 신유형의 문제는 거의 없었다.

최상위권과 상위권은 그야말로 단 1점 차이로 희비가 엇갈리는 예측불허의 상황에 직면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외국어 영역

영역은 상대적으로 쉬웠던 다른 영역과는 달리 평년 수준이었다.

익숙한 제시문이지만 오히려 함정에 빠지기 쉬운 문제들이 출제된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제시문의 길이가 짧아 다소 쉽게 보였으나 일부 문항은 난이도가 있었다.

실제 수능에서는 변별력 확보를 위해 어휘와 문법 영역 등에서 출제된 문항을 얼마나 맞히느냐에 따라 고득점이 결정되리라 본다.

이번 출제 경향을 살펴보면 거의 모든 문제가 EBS지문을 그대로 인용하되 문제 유형을 변형해 출제하기 때문에 흐름을 명확히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개념부터 학습 후, 실제 기출문항과 EBS 문항을 반복적으로 연습해 유형을 숙달시킬 필요가 있다.

사회탐구 영역

사회탐구 영역 역시 EBS 방송 교재 및 강의에서 다루어졌던 내용이 70% 이상 출제됐다.

EBS 수능 교재 및 강의만 공부해도 일정한 수준의 점수를 얻을 수 있다.

또 사회탐구는 교과 개념을 바탕으로 사료 지도 도표 그림 사진 등 다양한 자료를 통합적으로 분석하고 이해하는 능력이 요구된다.

이러한 부분은 다양한 문제를 풀어보는 것으로 대비해야 한다.

기출문제 및 수록문제를 변형한 문제가 많아지는 경향에서 동일한 주제일 경우 표현만 약간 달리해 선택지를 구성하므로 오답 선택지도 소홀히해서는 안 된다.

6월 모의고사는 정말 쉬웠다는 평가가 다수다.

이번 모의고사 수준으로 수능이 출제된다면 언어 수리 외국어영역 만점자가 3000명 이상 나올 것으로 예상될 정도다.

입시전문가들은 우선 상위권 대학 지원과 선발에 큰 혼란이 발생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렇게 수능시험이 쉬워지면 어떤 폐단이 생길까?

일부 학생들은 공부를 열심히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왜냐하면 제시문까지 그대로 출제한 EBS 교재의 내용을 제대로 학습하지 않고 EBS 교재만 외우는 학생도 적지 않을 것이다.

이미 시험을 본 대다수 수험생들은 EBS 체감 연계율이 정부에서 발표한 70%를 넘었다고 판단한다.

과거 6월 모의고사는 당해연도 수험생들의 전반적인 학습능력을 평가하고 새로운 유형의 문제를 검토해보는 기능적인 역할을 돈독히 수행해왔는데 매우 평이한 시험으로 인해 이젠 순기능이라는 본래의 의미를 상실해버렸다.

11월 수능이 이번 모의고사 수준으로 출제된다면 남은 기간 동안 수험생들은 '하나라도 더 맞히기 위한 시험'이 아니라 '실수를 줄이기 위한 시험'에 초점을 맞춰 오답노트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좋다.


수시를 공략하라

정시모집에서 매우 극심한 눈치경쟁과 혼란이 일어날 것으로 예측되는 바 수시모집을 적극적으로 공략하는 것이 좋다.

수시모집은 학생부 뿐만 아니라 대학별고사의 중요성이 매우 높기 때문에 논술, 면접, 전공적성검사 준비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수시모집 지원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올해 주요 대학들은 가장 많은 인원을 선발하는 일반전형 우선선발에서 꽤 까다로운 수능 최저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수능문제가 쉬워져 동점자가 크게 늘어나면 1등급 범위가 지금처럼 4%로 제한되지 않고 5%대까지 확대될 가능성이 있고, 결국 1등급인 학생 수가 늘어나 수시전형의 우선선발 경쟁이 더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자연히 논술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증가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최근 명문대를 포함한 서울의 주요 대학들은 수능을 쉽게 출제한다는 교육부 방침에 따라 수시에서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높게 정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을 반드시 유념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6월 모의고사는 영역별 등급이나 백분위를 참고해 정시모집 지원 가능권은 물론 수시모집 최저학력기준 충족 여부 등을 예상할 수 있는 자료로 활용해야 한다.

올해부터 수시모집 미등록 충원 기간이 새로 생겨 정시모집으로 이월되는 인원이 최소화되겠지만,수시모집에 합격하고도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통과하지 못하면 최종 불합격 처리된다는 점을 명심하자.


김성율 한경에듀 평가이사 k2@hankyungedu.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