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요금은 통신 업체들 폭리 보장 수준"

"무조건 낮추라고 하면 아무도 투자 안할 것"

정부가 진통끝에 ‘통신요금 인하방안’을 발표했다.

기본료를 월1000원 내리고 한달에 문자(SMS) 50건을 무료로 제공한다는게 골자다.

또 음성과 문자 및 데이터를 이용자가 자신의 사용량에 맞게 각각 가입하고 요금할인도 제공하는 스마트폰 선택형 요금제도 도입될 것이라고 한다.

이밖에 음성통화를 많이 쓰지않는 사용자를 위해 선불요금 인하방식도 일부 시행된다.

이번 방안으로 연7500억원 정도의 요금 인하효과가 나타나고 1인당 연간 2만8000원의 통신비 절감효과가 있을 것으로 방송통신위원회는 추정했다.

이번 통신요금 인하 방안은 통신비 인하 태스크포스(TF)가 통신사업자들과 협의해 마련한 인하방안에 대해 한나라당이 미흡하다며 이의를 제기해 당초 정부안에 비해 기본료인하 등이 추가됐다.

하지만 일반 국민들은 이 정도로는 통신요금 인하효과를 피부로 느끼기 어렵다며 좀 더 획기적인 요금 인하를 주문하고 있다.

반면 통신업계는 기본요금 인하로 수익이 커다란 압박을 받게 됐다며 울며 겨자먹기 식의 결정이었음을 숨기지 않고 있다.

업계는 통신요금은 기본적으로 업계가 결정하는 것인데 마치 당연하다는 듯 정부와 정치권이 필요할때마다 국민들의 정서를 등에 업고 부당한 요구를 하는데 이런 관행은 없어져야한다는 것이다.

통신요금을 정부나 정치권이 개입해 내리도록 유도하는 것이 옳은지, 통신요금을 둘러싼 논란을 알아본다.

찬성
통신비 추가 인하를 주장하는 측은 현행 통신요금이 통신업체들의 폭리를 보장해주는 불합리한 구조라는 입장이다.

통신사들은 현재 월 1만원 이상의 기본요금을 거두고 있는데 지난해 통신 3사 매출 22조8000억원 중 38%인 8조 7000억원이 기본요금이라는 것이다.

이처럼 규모가 큰 기본요금을 고작 1000원 내린 것은 한마디로 ‘눈가리고 아웅’ 하는 식인만큼 추가 인하가 필요 하다고 지적한다.

특히 일부 시민단체들은 기본요금은 통신사들이 애당초 초기설비투자비를 회수한다는 목적에서 받아온 것인데 지금은 설비투자에 소요된 자금을 다 회수한 상태라고 주장하고 있다.

통신사들은 또다시 LTE등 새로운 통신서비스를 위한 신규투자를 위해 재원이 필요하다며 기본요금을 내릴수 없다고 하는데 도대체 언제까지 투자를 핑계 삼아 요금 인하 요구를 거부하려는 속셈인지 알 수 없다고 꼬집는다.

가계가 부담하는 통신비가 과다하다며 인하필요성을 제기하는 측도 있다.

지난해 가구당 월 통신비는 평균14만원이 넘어 가계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7%를 웃돌았다.

우리나라의 통신비 비중은 선진국의 3배나 된다.

국내 이동통신 3사는 지난해 3조 6000억원의 이익을 냈고 올들어서는 이익규모가더커져1분기에만1조4000억원을기록했다.

이런 천문학적 이익을 내는 통신사들은 스마트폰 가입자수가 2000만명을 넘을것으로 예상되는 연말쯤이면 더 많은 이익을 낼 것이 확실한 만큼 가계통신비 부담 경감차원에서도 추가요금인하는 필수라는 주장이다.

반대

통신업계에서는 통신 데이터 이용이 그야말로 폭증하고 있어 여기에 맞게 투자를 하기 위해서는 업계에 투자유인이 있어야 하는데 지금처럼 통신요금인하의 목소리만 높이면 어느 누구도 투자하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표현명 KT 개인고객부문 사장은“통신사들은 네트워크 확대 뿐만 아니라 클라우드 컴퓨팅,애플리케이션,콘텐츠 등 투자가 필요하며 이를 진행해야 하는 중요한 시점에 와있기 때문에 투자를 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야 한다”며 인위적인 통신비 인하에 대한 반감을 표시했다.

일각에서는 통신비 인하가 합리적인 논리보다는 주로 정치적 이유로 추진되고 있다며 또하나의 포퓰리즘 정책이라는 비난의 목소리도 내놓고 있다.

선거 때마다 정치권에서 통신비 인하가 단골메뉴로 등장해왔고 내년선거에서 또다시 나올 것이 뻔해 업계에서는 내년에 또 통신비를 내려야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도 통신요금 인하라는 기본적인 방향에는 동의하지만정치논리가지나치게개입되는것은문제가있다는 입장이다.

업계가 자율적으로 결정하게 되어 있는 통신요금을 정부가 직접 낮추라고 요구하는 것 자체가 넌센스라는 지적도 있다.

통신요금이 공공요금과 유사한 성격을 갖고있다는 점을 전적으로 부인하기는 어렵지만 아무리 그래도 공기업도 아닌 통신업계에 직접적 압력을 넣는 것은 관치이며 불법이라는 것이다.

생각하기

현재 통신비를 둘러싼 논란을 이해하기위해서는 국내 이동통신 업계의 구도와현행 요금체제가 생겨난 배경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국내 이동통신 요금은 정부의인가제로 운영되고 있는데 업계가 요금을 조정하거나 새로운 요금제를 도입할때마다 정부의 인가를 받아야 하는 구조다.

이는 선발 업체(SKT)가 시장지배력을 이용해 가격을 인하해 후발주자(KT,엘지유플러스)의 시장진입을 막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도입됐다.

결국 현행 요금 인가제는 독점을 막는 대신 소수 사업자의 시장과점을 보장해주는 시스템이다.

이런탓에 후발업체들은 모두 요금인가제라는 우산의 그늘에 안주해 왔고 요금을 SKT의 턱밑수준으로 유지하면서 정부쪽에 요금인가제를 통해 시장지배적 사업자인 SKT가 요금을 내리지 못하게 해달하는 요구를 지속해왔다.

정부는 업계가 높은 요금을 유지하는 대신 이로인해 거둬들이는 수익을 기지국 구축 등 시설 투자에 충당토록해왔다.

주무부처인 방통위가 통신요금 원가를 공개하라는 시민단체의 요구에 적극적으로 응하지 않고 실효성있는 통신비 인하안마련에 소극적인 데는 바로 이런 배경이 있다.

따라서 이런 시장구조를 이해하고 나면 통신요금인하에대해 무조건 이동통신업계를 욕하기만도 어려운게 현실이다.

가장 바람직한 것은 업계간 경쟁을 통해 요금이 자연스레 내려가는 것이나 국내통신시장은 아직 이런단계에까지는 이르지 못했다.

그 전까지는 어정쩡한 상황이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통신업계도 통신요금 인하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높은 가격 체계의 수혜를 입은 부분은 빼고 자신
들에게 유리한 부분만을 부각하는 자세는 결코 바람직하다고 보기 어렵다.

김선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