땡! 열두시를 알리는 종이 치자 신데렐라는 서둘러 집으로 돌아간다.

자신을 놓아 주지 않으려고 하는 왕자가 눈에 밟히지만 요정할머니의 마법은 열두 시까지만 지속되기 때문에 서둘러 가야 한다.

그때, 신데렐라는 자신을 구속하는 제약을 교묘하게 피할 묘안을 떠올린다.

'신발을 떨어뜨리고 가면 왕자가 날 찾을 수 있겠지?' 만약 유리 구두도 열두 시에 사라지는 물건이었다면 다른 방법으로 자신을 드러내기 위해 신데렐라는 장갑을 떨어뜨렸거나, 왕자의 물건을 가져갔을 수도 있다.

이 발칙한 상상이 참이든 거짓이든 결과적으로 신데렐라가 규제를 피해 왕자와의 행복한 삶을 살게 해준다.

이와 같이 규제를 가하면 규제를 피하는 다른 길이 발생하고 결과적으로 더 많은 규제를 요구하는 상황을 규제의 사다리라고 한다. 지금 이 상황이 '게임 셧다운제'라는 이름으로 우리 앞에 와 있다.

게임 셧다운제는 신데렐라처럼 밤 12시가 되면 16세 미만 청소년들이 게임을 강제적으로 종료해야 하는 법안을 말한다. 해당하는 게임은 현재 온라인 게임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법안의 주요 제안자인 여성가족부는 연령제한을 19세 미만으로 하는 안과 게임을 모바일 게임으로 확대하자는 안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여성부는 이 법안을 통해 청소년의 건강과 충분한 수면시간을 보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벌써부터 나타나는 규제의 회피를 어떻게 막을 것인지가 문제다.

지난 4월 유명 온라인 게임 아이온은 회원가입절차를 간소화해 주민등록번호나 실명을 기재할 필요가 없도록 변경했다.

누가 16세 미만의 게임 사용자인지 가려낼 수 없게 하기 위해서다.

청소년들 사이에서는 애초에 부모님의 주민등록번호를 이용해 회원가입하자는 의견도 있다.

또 우리나라에서 개발되지 않은 게임은 게임 셧다운제도에 저촉을 받지 않기 때문에 외국게임을 이용하겠다고 한다.

이렇게 많은 우회로가 생긴다면 우회를 막는 비용과 법안이 사회에 가져올 편익을 비교했을 때 과연 무엇이 더 클지 의문이다.

많은 부모들도 자녀가 12시 이후까지 게임을 하는 것에는 반대할 것이다. 하지만 단순히 부모들이 그렇다고 여기는 것이 부모들이 자녀의 게임 사용시간을 규제할 권리를 정부에 양도하겠다는 의미로는 볼 수 없다.

무엇보다도 이번 게임 셧다운제에 대해 가장 아쉬운 점은 청소년들이 왜 컴퓨터 게임을 할 수밖에 없었나에 대한 고민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컴퓨터 게임을 대신할 여가생활을 꼽자면 운동을 들 수 있다. 그러나 운동을 하고 싶어도 운동할 공간이 마땅치 않다.

통계청이 2003년부터 2006년까지 조사한 체육시설조사에 따르면 3년간 초 · 중 · 고등학교를 합해서 대형운동장은 20%가량 줄었으며 지금도 계속 줄고 있는 추세다.

계모와 두 언니는 결국 왕자와 신데렐라를 갈라놓지 못했다.

자신들이 유리 구두를 신어도,요정할머니를 불러서 12시가 아닌 11시에 마법이 풀리도록 만들어도 결과는 같을 것이다.

만약 계모가 생각을 바꾸어 다른 멋진 남자를 신데렐라에게 소개시켜주었다면 어땠을까?

아마도 전보다는 더 만족스런 결과를 얻지 않았을까 싶다.

김태환 생글기자 (화곡고 3년) strong97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