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과 경제의 만남] '크리스마스의 선물'과 수요 변화의 요인
유래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고령화되는 사회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장수(長壽)는 더 이상 축복할 수만은 없는 일이 되어버렸다.

장수가 어차피 주어진 것이라면,이제는 어떻게 하면 무병(無病)할 수 있을까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그래서일까? 음식과 식품에 대한 정보가 넘쳐나는 요즘이다. '음식 정보의 홍수시대'에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이는 음식이 저마다의 독특한 성분과 맛을 통해 인간의 육체와 정신에 영향을 주고,무병장수의 길로 이끄는 요인 중 하나이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맛 좋고 영양이 풍부한 음식일지라도 같이 먹으면 독이 되는 음식들이 있다.

우유와 설탕이 그러하다. 우유에 설탕을 뿌리면 단맛으로 인해 마시기에는 좋지만,우유 속의 비타민 B1의 손실이 커진다.

삼겹살과 냉면도 서로 독이 된다. 삼겹살과 냉면은 대표적인 고열량 음식으로,삼겹살을 먹고 입가심으로 냉면을 먹으면 식사를 두 번할 때와 맞먹는 열량을 섭취하게 된다.

또한 한의학적으로 삼겹살과 냉면의 재료인 메밀은 둘 다 찬 성질의 음식으로,함께 섭취하면 위통과 설사를 일으키기 십상이다.

칼국수와 김치도 상극이기는 마찬가지다. 칼국수는 나트륨 함유량이 높은 고염분 음식인데,칼국수를 먹을 때 소금에 절여 만든 김치까지 곁들인다면 나트륨 섭취량이 더욱 늘어나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음식에도 궁합이 있어

이와는 반대로 함께 섭취할 때 그 효능이 배가 되는 음식들도 있다. 소위 궁합이 잘 맞는 음식들이다.

새우젓에는 단백질과 지방의 소화에 필요한 효소가 들어 있어 돼지고기와 잘 어울린다.

또한 소고기는 단백질이 풍부하지만 칼슘과 비타민의 함유량이 매우 적다. 반대로 깻잎에는 비타민과 양질의 무기질, 섬유소가 다량으로 함유되어 있다. 따라서 두 음식을 함께 섭취하면 서로 부족한 영양분을 채워주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깻잎 못지않게 배도 육류와 궁합이 잘 맞는 음식이다. 배에는 전분과 단백질 분해효소가 다량으로 함유되어 있는데,고기를 양념할 때 배를 사용하면 음식의 맛이 좋아질 뿐만 아니라 고기가 연해지고 소화에도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와 같이 음식 배합상 궁합이 잘 맞는 음식들은 서로의 효능을 향상시키기도 하고,다른 것의 효능을 보완해주기도 한다.

그렇다면 궁합이 잘 맞는 음식들은 경제학적으로 어떤 상관관계를 갖고 있을까?

경제학에서 수요의 변화는 수요곡선의 이동을 의미한다.

수요곡선이 이동한다는 것은 가격과 수량의 그래프 상에 있는 수요곡선이 어떤 요인에 의해 오른쪽(수요 증가) 또는 왼쪽(수요 감소)으로 움직인다는 의미로,재화의 가격 변화에 따른 수요량의 변화를 나타낸다.

수요곡선 이동시키는 변수

수요곡선을 이동시키는 요인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그중 하나가 소득이다. 소득이 늘어나면 재화(정상재)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반대로 소득이 줄면 수요는 감소한다.

소비자의 선호도 수요곡선의 이동 요인이다. 소비자는 자신이 좋아하는 재화에 대한 소비를 증가시키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미래에 대한 기대 역시 수요곡선을 이동시키는 변수다. 사람들은 백화점 세일기간 때까지 소비를 미루는 경향이 있는데,이것이 바로 미래에 대한 기대가 수요에 영향을 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한 재화와 특정한 관계에 있는 재화의 가격 변화도 수요곡선에 영향을 준다.

음식궁합을 떠올려보자. 돼지고기 값이 떨어지면 보쌈을 사먹으려는 사람이 늘어날 것이고,이는 새우젓의 수요 증가로 이어질 것이다. 마찬가지로 소고기 값이 떨어지면 더 많은 사람들이 깻잎을 소비하려고 할 것이다.

이와 같이 한 재화의 가격이 하락할 때 다른 재화의 수요가 증가할 경우,경제학에서는 이러한 두 재화를 가리켜 보완재라고 한다. 보완재는 가격 변화가 아닌 효용의 측면에서도 생각해볼 수 있다.

다음은 오 헨리의 단편소설 '크리스마스의 선물'의 줄거리이다.

주인공 부부는 가난하지만 행복한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부부에게는 각자 소중히 여기는 물건이 있었는데,남편이 할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회중시계와 부인의 아름다운 머리카락이 바로 그것이었다.

부부는 크리스마스가 다가오자 각자 소중히 여기는 물건을 팔아 상대에게 줄 선물을 마련하였다. 남편은 시계를 팔아 부인의 머리를 묶을 머리핀을 샀고,부인은 머리카락을 잘라 받은 돈으로 남편에게 줄 시계줄을 구입했다.

부부는 선물이 소용없게 되어버렸다는 사실을 알게 되지만,서로를 향한 사랑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버터와 마가린은 대체재

위에서 회중시계와 시계줄,머리카락과 머리핀은 따로 사용할 때보다 함께 사용할 때 더 큰 효용을 얻을 수 있는 재화들이다.

어쩌면 이들 재화는 단독으로 쓰일 때에는 거의 재화로써의 기능을 하지 못한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다.

보완재는 회중시계와 시계줄,머리카락과 머리핀처럼 함께 사용하는 재화의 의미도 가지고 있다.

반대로 한 재화의 가격이 하락할 때 수요가 감소하는 재화도 있다. 지하철 요금이 인하되면 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의 수는 줄어들게 마련이다. 버터와 마가린 사이에도 마찬가지 현상이 벌어질 것이다.

이처럼 한 재화의 가격이 하락함에 따라 다른 재화의 수요가 감소하는 경우,우리는 이 두 재화를 대체재라고 한다.

보완재가 함께 사용하는 재화라면,대체재는 같은 목적으로 사용되는 서로 다른 두 재화라고 할 수 있다.

식품업계 비방전의 의미는?

최근 '포름알데히드 사료 우유'가 논란이 되었다. 한 방송에서는 문제가 되었던 업체가 논란의 불씨를 지핀 곳으로 경쟁사를 거론하였다고 보도하였다.

그러면서 이와 같은 식품업계의 비방전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며 비방전의 대상이 되었던 제품의 종류도 고추장,두부,라면,통조림 등 다양하다고 하였다.

비방전이 지속되는 것에 대해 한 관계자는 제품군이 거의 똑같고 내수시장이 한정되어 있어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진단하였다.

이러한 진단이 맞는다면,이는 경제학적으로 무슨 의미일까?

식품업계의 비방전은 제품들이 서로 보완재이기 때문에 발생한다는 것일까?

아니면 대체재이기 때문에 흠집내기식 경쟁이 재연되고 있다는 의미일까?

한 번쯤 생각해 볼 일이다.

정원식 KDI 전문연구원 kyonggi96@kdi.re.kr


경제용어 풀이

보완재

한 재화의 가격이 하락(상승)할 때 다른 한 재화의 수요가 증가(감소)하면 두 재화는 서로 보완재다. 보완재 관계에 있는 두 재화는 따로 소비할 때보다 함께 소비할 때 효용이 증가한다.

대체재

한 재화의 가격이 하락(상승)할 때 다른 한 재화의 수요가 감소(증가)하면 두 재화는 서로 대체재다. 대체재 관계에 있는 두 재화는 서로 같은 효용을 얻을 수 있는 재화로,경쟁재라고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