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만 벙긋 거리고 큰 돈챙기는 건 잘못

“자칫 한류 붐에 찬물 끼얹을 수도 있어”

최근 각종 오디션프로그램이 인기를 끌고있는 가운데 가수들의 립싱크(녹음된 노래를 실제 노래 하듯이 입모양만 따라하는 것)및 핸드싱크 (녹음된 연주를 실제 연주하듯이 보여주는 것)를 금지하는 내용의 립싱크 금지법이 발의돼 논란이일고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이명수 자유선 진당의원은 “돈을 내고 보는 공연에서 사전고지 없이 립싱크를 하는것은 관객에 대한 명백한 기만이며 사기”라고 주장하며 상업 공연에서 가수들의 립싱크나 핸드싱크를 원칙
적으로 금지하는 내용의 공연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의원은 “관객이 공연장을 찾는 이유는 가수의 노래와 연주를 듣기 위한 것인데 그런 관객을 대상으로 정교한 립싱크나 핸드싱크를 하는 것은 결국 공연에 대한 불신을 초래하고 음악산업의 발전을 저해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의원이 제안한 법안은 다만 부득이한 사유로 가수가 립싱크나 핸드싱크를 해야할 경우에는 관중에게 사전에 그 사실을 알려야 하고 위반할 경우에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실제로 중국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개막당시 축가를 불러 주목 받았던 소녀가 다른 사람의 노래를 립싱크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국제적인 망신을 당하자 립싱크를 금지하는 법을 만들어 현재까지 시행하고 있다.

립싱크 금지법에 대해서는 가수들은 물론 네티즌 사이에서도 찬반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찬성

법안을 발의한 이의원은 “과거 가요프로그램은 발라드,댄스,트로트 등 다양한 장르의 가요를 들을 수 있었지만,최근 가요 프로그램에서는 댄스 그룹 중심의 아이돌 가수들 밖에 볼 수 없다”며 “이러한 장르의 편중 현상은 결국 가창력보다는 비주얼을 가꾸는 가수들만 양성시키는 결과를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과거 외국의 유명가수를 초대해 입장권을 판매한 상업 공연에서 립싱크로 일관해 관중들의 항의가 있었으나,이에대한 제재 방법이 없었다.

이러한 행태가 우리 가요계에서도 만연했는데,이 법안을 통해 건전한 공연 문화를 양성하고 공연자의 실연능력 향상을 도모하는데 기여할 것 으로 보여진다”고 강조했다.

이런 이 의원의 주장에 대해 가수란 본래 노래를 잘해야하는 것이 너무나 당연한데 최근에는 노래가 아닌 외모와 춤으로 인기를 얻으려는 가수가 너무 많다며 가창력이 부족한 가수들을 퇴출시켜 가요계의 수준을 높여야 한다면서 지지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일부 네티즌은“가수들이 행사에서 입만 벙긋거리고 거액의 돈을 받아가는 건 말이 안된다”며 립싱크 규제에 공감의 뜻을 표하고 있다.

또 다른 쪽에서는 최근 오디션 프로그램이 인기를 얻고 있는 것도 춤과 외모 위주의 가수들에 식상해진 대중이 진짜로 노래 잘 하는 가수들을 원하고 있다는 방증이라며 이 법을 계기로 가요계가 진짜 실력으로 승부하는 곳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반대

립싱크 금지법에 반대하는 측은 이제 외모나 춤도 가수를 평가하는 하나의 기준이 되고 있는 만큼 가요나 가수들의 다양성을 인정해야 한다고주장한다.

현 가요계의 상황을 배려하지 않은 일방적인 규제라는 의견도 같은 맥락이다.

이들은 특히 이 같은 규제가 일본 중국 동남아 등 아시아를 넘어 최근 유럽에까지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는 한류 바람에 찬물을 끼얹을 수도 있다며 반대한다.

한류 바람의 주역들이 바로 화려한 댄스와 외모,그리고 노래를 겸비한 아이돌 그룹들인데 이들의 곡은 특성상다소 격렬한 댄스가 필수 여서 경우에 따라 립싱크가 불가피한 경우가 많다는 얘기다.

그런데 이를 고지식하게 금지하고 위반시 처벌한다면한류 열풍 확산에 발목을 잡게 된다는 논리다.

한류는 단순한 연예인의 외국 공연차원을 넘어 문화 산업의 수출과 외화획득 등 산업적인 측면에서도 이제 새로운 영역으로 주목받고 있는데 고루하고 편협한 생각으로 무조건 립싱크를 금지하는 것은 시대 착오적이라는 주장도 일부가수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립싱크의 이유가 가창력이 없기 때문이라는 지적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요즘 댄스 가수들은 수년간의 혹독한 훈련과정과 치열한 경쟁을 통해 육성되는 경우가 많아 이들의 노래 실력이 결코 부족하지 않다는 것이다.

다만 곡의 특성상 립싱크가 불가피한 경우가 있는데 이를 가창력 부족 때문이라고 매도하는 것은 잘못이라는 얘기다.


생각하기

요즘 연예인들은 단순히 가수나 연기자 등으로 딱 부러지게 분류하기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이다.

상당수 연예인이 노래도 부르고 춤도 추는 것은 물론 각종 프로그램에서 사회도 보고 때에 따라서는 영화나 드라마 등에서 연기도 한다.

또 소위 '예능'이라고 불리는 오락프로그램에 출연해 입담을 과시하고 장기자랑도 한다.

가수라고 하더라도 노래만 하는 경우는 상당히 드물어졌다.

이런 현상을 긍정적으로 볼 것인지, 부정적으로 볼 것인지는 사람마다 다를 것이고 누구의 견해가 옳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아이돌 그룹들의 노래와 춤은 이제 거의 전 세계에서 인기를 끌고 있으며 K-POP 이라는 이름으로 아시아를 넘어 유럽에서까지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얼마 전 한국 아이돌 그룹의 프랑스 파리 공연은 티켓 판매 15분 만에 전석이 매진됐고 표를 사지 못한 현지 젊은이들이 연장 공연을 요구하며 시위까지 벌이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유럽 젊은이들이 한국 아이돌 그룹에 열광하는 이유는 화려한 무대 퍼포먼스에 안정된 가창력까지 더해졌기 때문이라고 한다.

한마디로 가창력,외모,춤 실력 등이 모두 잘 어우러져 새로운 음악세계를 보여준다는 설명이다.

이런 것이 현실인데 "가창력이 가장 중요하며 춤이나 외모 퍼포먼스 등 다른 요소는 중요치 않다"는 생각이 무조건 옳다고 보기는 어렵다.

립싱크 금지법도 이런 맥락에서 접근해야 할 것이다.

물론 진짜 노래하는 척하면서 립싱크를 했다면 비난 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이는 비난 받을 일은 될지언정 법으로 처벌할 대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고의적으로 대중을 속인 연예인은 결국 대중의 외면을 받게 마련이다.

인터넷과 SNS 등으로 대중의 입김이 강해진 요즘에는 더욱 그렇다.

결국 립싱크 문제는 대중문화의 소비자인 대중들의 선택으로 남겨두면 되지 법으로 재단할 성격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김선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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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닷컴 5월 14일자 보도기사>

최근 상업 공연이나 방송에서 립싱크를 금지하자는 법안이 국회에 제출돼 논란이 일고 있다.

5월13일 이명수 자유선진당 의원은 "돈을 내고 가는 공연에서 사전 고지 없이 립싱크를 하면 이는 명백히 관객에 대한 기만이며 사기 행위"라고 주장하며 이른바 '립싱크 금지법'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 법안의 내용에는 피치 못한 사정으로 립싱크를 하게 될 경우에는 관객에게 미리 알려 양해를 구해야 하고 만약 이를 어긴다면 1년 이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는 규정이 포함돼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이러한 법안이 낯설게 느껴지겠지만 실제로 중국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 개막 당시 축가를 불러 주목을 받았던 소녀가 다른 소녀의 립싱크를 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국제적 망신을 당하자 립싱크를 법으로 금지하는 법안을 발의,현재까지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이를 두고 "현 가요계 상황을 전혀 배려하지 않은 일방적인 규제"라는 일각의 목소리도 흘러나오고 있는 상황.적지 않은 논란이 예상된다.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한류 영역'을 구축하며 위상을 높이고 있는 아이돌 가수들이 격렬한 댄스와 함께 라이브로 무대를 소화하기에는 현실적으로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는 것이다.

이처럼 양측 의견이 팽팽히 맞서는 가운데 어떠한 결과가 도출될지 향후 귀추가 주목되고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