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성: "환자 본인의 안전위한 불가피한 조치였다"

반대: "의사 소견서 제출에도 거부한 건 부당하다"

대한항공이 미국에서 말기 암 환자의 비행기 탑승을 거부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런 항공사측 행위가 타당한 것이었는지를 둘러싸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MSNBC 방송 등 미국 언론들은 유방암 4기 진단을 받은 한인 동포 크리스털 김(62)이라는 여성이 미국의 어머니 날(5월8일)을 맞아 미국 시애틀에서 대한항공을 이용해 한국으로 갈 예정이었지만 대한항공 측이 탑승을 거부했다고 보도했다.

대한항공 측은 탑승수속을 밟으러 온 김 씨의 안색이 안 좋다며 의사의 진단서를 받아올 것을 권유했다는 것이다.

이에따라 김 씨 가족들은 장거리 비행을 해도 괜챦다는 의사의 진단서를 다음날 제시했는데도 대한항공이 한국 본사의 허가를 받아야만 탑승할 수 있다며 탑승을 허용하지 않았다고 한다.

대한항공 미주본부의 대변인은 "김씨가 장거리 비행을 할 수 없을 것으로 생각했으며 적절한 탑승 승인이 날 때까지 김 씨 가족을 위해 호텔까지 알선해 줬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 씨의 딸은 시애틀 지역방송에 "어머니 날을 맞아 어머니를 한국에 모시고 가고 싶었다"며 "어머니는 여행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건강했다"고 말했다.

반면 대한항공 측은 환자의 생명과 직결되는 문제인 만큼 섣불리 결정할 수 없는 문제였다고 맞서고 있다.

사흘 후 김 씨는 다른 항공편으로 한국에 입국했고 가족들은 법적 소송에 나설 예정이라고 한다.

말기 암 환자의 탑승거부를 둘러싼 찬반 논란을 알아본다.



찬성 "환자 본인의 안전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다"

대한항공이 탑승을 거부한 것은 다른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라 혹시도 있을지 모를 환자의 응급사태에 대비하기 위한 조치였기 때문에 타당하다는 주장이다.

실제 대한항공 측은 위중한 환자의 탑승 여부는 환자의 생사를 결정할 수도 있어서 전문적인 의학지식이 없는 공항직원이 탑승 여부를 임의로 결정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지난 8일 탑승수속을 하는 과정에서 환자 외견과 소지한 병력기록을 바탕으로 탑승 가능성을 검토한 결과 유방암 말기 환자로 최근에도 복통으로 응급실을 찾았던 점을 발견해 본사 항공의료센터 의료진과 협의 후 당일 탑승이 불가함을 설명하고 지속적으로 탑승을 위한 준비를 진행하겠다고 안내했다"고 해명했다.

한마디로 환자에 대한 차별은 결코 아니며 환자 본인의 안전을 위해 취해진 불가피한 조치였다는 것이다.

대한항공 측은 또 만약의 경우 환자가 사망하기라도 한다면 가족 뿐 아니라 탑승객 전체가 큰 충격을 받게된다는 사실도 고려해야만 했다고 밝히고 있다.

대한항공은 또 의사의 진단서를 제출했는데도 탑승을 거부한 부분에 대해서는 "진단서가 회사가 정한 양식에 맞지 않은데다 휠체어를 타고 탑승절차를 밟으러 온 김 씨의 건강이 좋지 않아 보여 내부규정에 따라 본사 의료팀과 협의해 김씨에 대한 의사 소견서를 한국으로 보내 정해진 검토절차를 밟고 있었는데 그 와중에 언론보도가 나가게됐다"며 결코 환자에 대한 탑승거부가 아님을 강변하고 있다.



반대, "의사 소견서를 제출했는데도 거부한 건 부당하다"

김씨의 딸은 어버이의 날을 맞아 어머니를 꼭 고향인 한국으로 모시고 가려고 했다며 대한항공의 처사는 너무 비정하다고 분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 가족들은 특히 대한항공의 요구에 따라 의사 소견서를 2통이나 제출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탑승을 거절해 결국 타려던 비행기를 놓치고 말았다며 다른 승객들의 불쾌함을 고려한 환자 차별 아니냐고 주장하고 있다.

온라인 게시판에는 "한국 국적기가 이래도 되는가.

국제적 망신이다. 특별석이라도 만들어야 되는 것 아니었나"는 식으로 항공사측을 비난하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탑승거부가 부당하다고 주장하는 측은 항공사들이 자사의 규정에 따라 고객 탑승을 거절할 수는 있지만 그 이유가 터무니 없으면 안된다며 이번 일은 단순한 탑승거부가 아니라 항공사의 요구대로 의사의 소견서를 제출했음에도 또 다시 탑승을 못하게한 것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다시말해 의사 소견서는 핑계였고 승무원이나 다른 승객들이 불편을 겪지 않기위해 중환자를 차별했다는 것이다.

지난해 체중이 200kg이 넘는 한 영국 남성이 캐나다 항공사로부터 탑승거부를 당했던 사례와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당시 캐나다 항공사는 이 남성이 의자에 달린 팔걸이를 내릴 수 없자 2인승 요금을 내거나 아예 내리라고 요구했다.

이 남성은 결국 비행기를 못탔고 대장암에 걸려 사경을 헤매는 이모를 만나지 못해 결국 나중에 이모의 사망소식을 들어야만 했다.



생각하기 "항공사 좀 더 세부적 규정 만들어야"

대한항공은 과거에도 보호자 동승 등을 요구하며 장애인 탑승을 거부해 인권침해 논란을 불러일으킨 적이 있다.

하지만 이런 논란은 우리나라 항공사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외국 항공사에서도 이런 뉴스는 종종 들려온다.

이 모든 경우를 동일선상에서 논하기는 곤란하다. 탑승거부 대상 승객의 건강상태, 타 승객에게 불편을 줄 지 여부, 그리고 재탑승을 위해 항공사가 요구하는 조건 등을 모두 케이스별로 따져봐야 부당한 탑승거부 여부를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항공기는 다른 운송수단과는 다른 특징이 분명이 존재한다. 운행도중 일부 승객이 내릴 수도 없을 뿐 아니라 비상시 대처할 수 있는 수단도 다른 이동수단에 비해 아주 제한되어 있다.

그러다보니 특정 승객의 탑승여부를 항공사가 내부규정에 의해 정할 수 있고 승객들은 이에 따라야할 의무도 있다.

다만 그 내부규정이 다른 항공사에 비해 터무니 없이 까다롭다든가, 개인의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것이라면 문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각 항공사들은 국제항공수송협회(IATA)가 정한 큰 지침내에서 각 업체가 자체적으로 세부적인 환자승객 탑승규정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이 규정도 모든 상황을 다 정할 수 없기 때문에 애매한 상황에서 항공사는 본사의 지시를 기다리는 게 보통이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어느 쪽 잘못인지를 판단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다만 항공사들은 가능한 좀더 세부적인 내부규정을 만들어 승무원들에게 숙지시킬 필요가 크다.

그래야 승객들의 불만도 줄어들 것이고 부당한 차별대우 논란도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김선태 한국경제신문사 논설위원 k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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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닷컴 5월11일자 기사

대한항공이 미국에서 암환자의 비행기 탑승을 거부해 논란이 일고 있다.

11일 MSNBC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유방암 4기 진단을 받은 한인 동포 크리스털 김 씨(62)는 지난 8일 시애틀에서 대한항공을 이용해 한국으로 갈 예정이었으나 탑승을 거부당했다.

김씨 가족은 다음날 '장거리 항공여행을 해도 괜찮다'는 의사 진단서를 제시했지만,대한항공 측은 '한국 본사의 허가를 받아야만 탑승할 수 있다'며 허용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 측은 "대부분 항공사가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의 지침을 근거로 환자 승객 탑승 여부를 결정한다"며 "김씨는 말기암 환자인 데다 최근에도 복통으로 응급실을 찾았던 점을 발견해 본사의 최종 승인을 받아야 했다"고 설명했다.

IATA 규정에 따르면 △움직일 수 없는 사지마비 승객 △의료장비를 필요로 하는 승객 △의료용 산소를 필요로 하는 승객 △중증질환,최근에 수술을 받은 승객 △정신질환,각종 중독 승객 △기내에서 의료처치가 필요한 승객 △임신 36주 이상의 임신부 등은 본사 승인을 거쳐야 한다.

대한항공은 또 "환자 승객의 탑승 여부는 환자의 생명과 직결되는 중대한 사안이기 때문에 전문적 의학지식이 없는 공항직원이 결정할 수 없다"며 "김씨에 대한 의사 소견서를 한국으로 보내 정해진 검토 절차를 밟고 있는 과정에서 언론 보도가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유정 한국경제신문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