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국가 신용등급 강등 악재에 유로화 가치는 달러화 대비 3주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지난 10일(현지시간) 런던 외환시장에서 달러화에 대한 유로화 환율은 1.4277달러에 거래됐다.
전날에는 지난달 19일 이후 최저치인 1.4255달러로 하락,50일 이동평균선(1.4279달러)을 뚫고 내려갔다.
엔화 대비 유로화 가치는 6주 만의 최저치에서 거래되고 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일부 국가들의 재정적자 악화로 유로화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면서 통화가치도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 파국으로 치닫는 그리스 사태
유로화 가치는 이달 초만 해도 17개월 만에 최고치까지 오르며 유로당 1.5달러에 근접했다.
하지만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설과 같은 흉흉한 소식이 전해지면서 약세를 타기 시작했고, 국제 신용 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그리스의 국가 신용등급을 'B'로 두 단계 내리면서 하락세가 가팔라졌다. 그리스가 또 다시 유럽 재정위기의 핵으로 떠올랐다.
유럽연합(EU)과 국제통화기금(IMF)에서 1100억유로의 구제금융을 받은 지 1년 만이다.
신용평가사 S&P는 9일 그리스의 국가신용등급을 'BB-'에서 'B'로 2단계 하향 조정했다.
S&P는 EU 회원국 사이에서 그리스의 채무 만기를 연장해주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어 민간 채무까지 상환이 연기될 수 있다며 그리스의 신용등급을 낮춘 이유를 밝혔다.
또 다른 신용평가사인 무디스도 현재 'B1'인 그리스의 국가신용등급을 여러 단계 강등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리스가 지난해 받은 구제금융만으론 현재의 부채를 감당할 수 없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그리스의 10년물 국채수익률은 15%를 넘어서고 채무불이행 위험을 나타내는 5년물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사상 최고치인 13.75%포인트까지 치솟았다.
국채수익률과 CDS 프리미엄이 치솟는다는 것은 그 나라의 경제상태가 그만큼 불안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스가 당초 계획대로 2012년에 자금시장으로 정상복귀할 수 있는 가능성도 점점 희박해지고 있다.
그리스가 내년에도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지 못하면 내년에 만기 도래하는 채무에 대한 상환 기간이 연장되든지 EU 등을 통해 자금이 추가 지원돼야 한다.
최근엔 그리스가 결국 채무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유로존에서 탈퇴할 것이란 루머가 돌았다.
그리스와 EU 등은 말도 안된다고 반박했지만 애널리스트들은 유로존 탈퇴를 포함해 그리스에 대해 뭔가 추가 조치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 그리스 경제성장률은 -6%대이며 실업률은 14% 수준이다.
# 속도내는 그리스 국영기업 민영화
국가신용등급이 강등된 그리스는 국영기업 민영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재정적자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민영화를 서두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일자리 감소를 우려한 노조가 반발하고 있어 계획 실행이 쉽지만은 않을 전망이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그리스 의회가 조만간 그리스철도와 레이스트랙,국영 복권회사 등 3개 국영기업의 민영화를 승인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그리스 정부는 이와 함께 2004년 세워진 아테네 올림픽경기장과 카타르 정부가 개발에 관심을 표명했던 옛 아테네 공항 부지도 매각하거나 리스할 계획이다.
그리스는 국영기업과 자산 매각으로 2015년까지 500억유로(78조원)를 조성해 재정위기에서 벗어난다는 구상이지만 계획대로 민영화를 추진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우선 그리스 노조연맹이 정부의 민영화 방침에 반대 의견을 분명히 하고 나섰다.
국영기업 민영화엔 구조조정이 뒤따르고 이는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집권 사회당 내에서도 민영화 반대 목소리가 적지 않다.
유럽의 다른 변방국 경제 전망도 어두워 그리스 사태 해결을 어렵게 하고 있다.
# 그리스,유로화 포기할까?
그리스의 향후 행보를 둘러싸고 글로벌 시장에선 여러 설이 나돈다.
채무조정과 추가 지원,구제금융 조건 완화,그리스의 유로화 포기 등이다.
현 상황에선 채무조정은 정지된 상태다. 무엇보다 유럽 채권은행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유럽중앙은행(ECB)이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대안으론 구제금융 추가 지원이 고려되고 있다. 그리스에 좀 큰 용량의 산소호흡기를 물려 EU 금융안정펀드가 상설화되는 2013년까지 수명을 연장하려는 의도다.
일부 전문가들은 그리스의 부채 부담이 치솟고 있어 채무를 재조정하는 것 외엔 근본적인 해법이 없다고 본다.
이는 채권국들이 그리스의 채무를 어느 정도 깎아줘야 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 같은 채무재조정은 그리스 은행들에 대규모 자금을 빌려준 ECB와 유럽 은행권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하기 때문에 쉽게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이 아니다.
ECB는 그리스 국채도 대거 보유하고 있는 상황이다.
# 유로존 불안감 상당기간 지속될 듯
그리스가 유로화를 포기하는 방법은 두 가지다.
유로화를 버리고 옛 그리스 통화인 드라크마 체제로 돌아가는 것이다.
이 경우 유로화 대비 드라크마 가치가 폭락하면서 그리스의 가격경쟁력이 살아나 어느 정도 경제를 회생시키는데 도움을 얻을 수 있다.
그리스 노동자들의 실질 임금은 유로존 회원국들에 비해 크게 낮아지게 된다.
독일과 프랑스 등은 재정이 방만한 다른 국가에 자금을 지원하는데 대한 자국 국민들의 불만을 가라앉힐 수 있다.
하지만 이 같은 긍정적인 요인은 그리스에서 발생할 예금 인출 사태로 상쇄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그리스 예금자들은 화폐 가치 폭락을 피하기 위해 은행으로 몰려 들어 유로화로 예금을 찾아갈 것이란 예상이다.
이와 함께 유로존에 남아 있되 국내용 통화를 동시에 발행하는 방안이다.
어느 쪽이든 그리스의 부채 4500억달러를 제때 상환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그럴 경우 유로화는 신뢰성 위기를 맞는다. 국채 선물 · 옵션과 신용파생상품 시장 등도 혼란을 피할 수 없다.
장성호 한국경제신문 기자 ja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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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단일통화 출범이후 최대위기
⊙ 시험대 오른 유로화
유로화가 1999년 출범 이후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지난해 유럽 재정위기의 시발점이었던 그리스가 유로존 탈퇴를 고려하고 있다는 소문이 시장에서 나돌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 언론들도 이런 분위기를 보도하며 유로존 붕괴에 대비해야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애널리스트 등 전문가들은 그리스가 실제 유로존에서 탈퇴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윈 신 브라운 브라더스 해리먼앤코 대표는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비용은 다른 유로존 국가들에 비해 크다"며 "그리스 정부는 무슨 수를 쓰더라도 이 같은 사태를 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스가 유로존을 탈퇴하는 것은 사실상 국가부도를 선언하는 것과 같다는 얘기다.
가뜩이나 국채 수익률이 치솟아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그리스가 유로존에서 나올 경우 투자자들이 투자를 기피해 재정압박이 커질 전망이다.
또 유로존 탈퇴는 유럽연합(EU)의 막대한 자금지원이 끊기는 것을 의미하며,유럽 단일공동체의 일원으로 누렸던 정치 · 경제 · 문화적 혜택의 포기를 뜻한다.
독일과 프랑스 등 유로존 중심 국가들은 이미 그리스를 구제하기 위해 상당한 자금을 제공했기 때문에 이들 자금을 돌려받기 위해서라도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를 막을 전망이다.
지난 10일(현지시간) 런던 외환시장에서 달러화에 대한 유로화 환율은 1.4277달러에 거래됐다.
전날에는 지난달 19일 이후 최저치인 1.4255달러로 하락,50일 이동평균선(1.4279달러)을 뚫고 내려갔다.
엔화 대비 유로화 가치는 6주 만의 최저치에서 거래되고 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일부 국가들의 재정적자 악화로 유로화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면서 통화가치도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 파국으로 치닫는 그리스 사태
유로화 가치는 이달 초만 해도 17개월 만에 최고치까지 오르며 유로당 1.5달러에 근접했다.
하지만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설과 같은 흉흉한 소식이 전해지면서 약세를 타기 시작했고, 국제 신용 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그리스의 국가 신용등급을 'B'로 두 단계 내리면서 하락세가 가팔라졌다. 그리스가 또 다시 유럽 재정위기의 핵으로 떠올랐다.
유럽연합(EU)과 국제통화기금(IMF)에서 1100억유로의 구제금융을 받은 지 1년 만이다.
신용평가사 S&P는 9일 그리스의 국가신용등급을 'BB-'에서 'B'로 2단계 하향 조정했다.
S&P는 EU 회원국 사이에서 그리스의 채무 만기를 연장해주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어 민간 채무까지 상환이 연기될 수 있다며 그리스의 신용등급을 낮춘 이유를 밝혔다.
또 다른 신용평가사인 무디스도 현재 'B1'인 그리스의 국가신용등급을 여러 단계 강등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리스가 지난해 받은 구제금융만으론 현재의 부채를 감당할 수 없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그리스의 10년물 국채수익률은 15%를 넘어서고 채무불이행 위험을 나타내는 5년물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사상 최고치인 13.75%포인트까지 치솟았다.
국채수익률과 CDS 프리미엄이 치솟는다는 것은 그 나라의 경제상태가 그만큼 불안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스가 당초 계획대로 2012년에 자금시장으로 정상복귀할 수 있는 가능성도 점점 희박해지고 있다.
그리스가 내년에도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지 못하면 내년에 만기 도래하는 채무에 대한 상환 기간이 연장되든지 EU 등을 통해 자금이 추가 지원돼야 한다.
최근엔 그리스가 결국 채무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유로존에서 탈퇴할 것이란 루머가 돌았다.
그리스와 EU 등은 말도 안된다고 반박했지만 애널리스트들은 유로존 탈퇴를 포함해 그리스에 대해 뭔가 추가 조치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 그리스 경제성장률은 -6%대이며 실업률은 14% 수준이다.
# 속도내는 그리스 국영기업 민영화
국가신용등급이 강등된 그리스는 국영기업 민영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재정적자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민영화를 서두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일자리 감소를 우려한 노조가 반발하고 있어 계획 실행이 쉽지만은 않을 전망이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그리스 의회가 조만간 그리스철도와 레이스트랙,국영 복권회사 등 3개 국영기업의 민영화를 승인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그리스 정부는 이와 함께 2004년 세워진 아테네 올림픽경기장과 카타르 정부가 개발에 관심을 표명했던 옛 아테네 공항 부지도 매각하거나 리스할 계획이다.
그리스는 국영기업과 자산 매각으로 2015년까지 500억유로(78조원)를 조성해 재정위기에서 벗어난다는 구상이지만 계획대로 민영화를 추진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우선 그리스 노조연맹이 정부의 민영화 방침에 반대 의견을 분명히 하고 나섰다.
국영기업 민영화엔 구조조정이 뒤따르고 이는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집권 사회당 내에서도 민영화 반대 목소리가 적지 않다.
유럽의 다른 변방국 경제 전망도 어두워 그리스 사태 해결을 어렵게 하고 있다.
# 그리스,유로화 포기할까?
그리스의 향후 행보를 둘러싸고 글로벌 시장에선 여러 설이 나돈다.
채무조정과 추가 지원,구제금융 조건 완화,그리스의 유로화 포기 등이다.
현 상황에선 채무조정은 정지된 상태다. 무엇보다 유럽 채권은행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유럽중앙은행(ECB)이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대안으론 구제금융 추가 지원이 고려되고 있다. 그리스에 좀 큰 용량의 산소호흡기를 물려 EU 금융안정펀드가 상설화되는 2013년까지 수명을 연장하려는 의도다.
일부 전문가들은 그리스의 부채 부담이 치솟고 있어 채무를 재조정하는 것 외엔 근본적인 해법이 없다고 본다.
이는 채권국들이 그리스의 채무를 어느 정도 깎아줘야 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 같은 채무재조정은 그리스 은행들에 대규모 자금을 빌려준 ECB와 유럽 은행권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하기 때문에 쉽게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이 아니다.
ECB는 그리스 국채도 대거 보유하고 있는 상황이다.
# 유로존 불안감 상당기간 지속될 듯
그리스가 유로화를 포기하는 방법은 두 가지다.
유로화를 버리고 옛 그리스 통화인 드라크마 체제로 돌아가는 것이다.
이 경우 유로화 대비 드라크마 가치가 폭락하면서 그리스의 가격경쟁력이 살아나 어느 정도 경제를 회생시키는데 도움을 얻을 수 있다.
그리스 노동자들의 실질 임금은 유로존 회원국들에 비해 크게 낮아지게 된다.
독일과 프랑스 등은 재정이 방만한 다른 국가에 자금을 지원하는데 대한 자국 국민들의 불만을 가라앉힐 수 있다.
하지만 이 같은 긍정적인 요인은 그리스에서 발생할 예금 인출 사태로 상쇄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그리스 예금자들은 화폐 가치 폭락을 피하기 위해 은행으로 몰려 들어 유로화로 예금을 찾아갈 것이란 예상이다.
이와 함께 유로존에 남아 있되 국내용 통화를 동시에 발행하는 방안이다.
어느 쪽이든 그리스의 부채 4500억달러를 제때 상환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그럴 경우 유로화는 신뢰성 위기를 맞는다. 국채 선물 · 옵션과 신용파생상품 시장 등도 혼란을 피할 수 없다.
장성호 한국경제신문 기자 ja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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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단일통화 출범이후 최대위기
⊙ 시험대 오른 유로화
유로화가 1999년 출범 이후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지난해 유럽 재정위기의 시발점이었던 그리스가 유로존 탈퇴를 고려하고 있다는 소문이 시장에서 나돌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 언론들도 이런 분위기를 보도하며 유로존 붕괴에 대비해야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애널리스트 등 전문가들은 그리스가 실제 유로존에서 탈퇴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윈 신 브라운 브라더스 해리먼앤코 대표는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비용은 다른 유로존 국가들에 비해 크다"며 "그리스 정부는 무슨 수를 쓰더라도 이 같은 사태를 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스가 유로존을 탈퇴하는 것은 사실상 국가부도를 선언하는 것과 같다는 얘기다.
가뜩이나 국채 수익률이 치솟아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그리스가 유로존에서 나올 경우 투자자들이 투자를 기피해 재정압박이 커질 전망이다.
또 유로존 탈퇴는 유럽연합(EU)의 막대한 자금지원이 끊기는 것을 의미하며,유럽 단일공동체의 일원으로 누렸던 정치 · 경제 · 문화적 혜택의 포기를 뜻한다.
독일과 프랑스 등 유로존 중심 국가들은 이미 그리스를 구제하기 위해 상당한 자금을 제공했기 때문에 이들 자금을 돌려받기 위해서라도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를 막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