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대중문화는 소프트파워…"부드러운 게 강하다"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가장 부강한 나라가 되기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남의 침략에 가슴이 아팠으니 내 나라가 남을 침략하는 것을 원치 아니한다.

우리의 부력(富力)은 우리의 생활을 풍족히 할 만하고 우리의 강력(强力)은 남의 침략을 막을 만하면 족하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기 때문이다. "

독립운동가인 백범 김구가 쓴 [백범일지] 뒤에 붙은 '나의 소원'이라는 연설문 성격의 논설문이다.

정치력 군사력 경제력보다 더 가치있는 것으로 문화의 힘을 언급하고 있다.

미국의 국제정치학자인 조지프 S 나이는 [소프트파워]라는 책에서 "한 나라의 소프트파워는 주로 세 가지 형태의 자원에 좌우된다.

그 나라의 문화,정치적 가치관,그리고 대외정책이 그것이다"고 밝혔다.

# 문화의 힘은 곧 국력

문화란 한 사회에서 의미를 만들어내는 가치체계와 관행으로 정의된다.

문화가 표출되는 형태는 다양하다.

흔히 문화는 문학 미술 교육처럼 엘리트층의 고급문화와 대중의 오락거리에 초점을 맞춘 대중문화로 나뉜다.

한 나라의 문화가 다른 나라에서 호평받고 수용된다면 국제 사회에서 그 나라의 입김은 강해지는 것이 보통이다.

경제적인 측면도 마찬가지다.

한 나라의 문화가 추종세력을 거느리게 되면 자발적인 호감과 충성도가 생긴다.

소녀시대와 샤이니,빅뱅이 좋으니 한국 제품이 좋다는 외국인이 나온다.

한국 드라마를 보며 서울이 아름답고 매력있는 도시여서 꼭 방문하고 싶은 도시로 생각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문화 수출이 갖는 일종의 '프리미엄'이다.

고대 그리스와 로마 중국,산업혁명 시기의 영국,나폴레옹 시대의 프랑스,현대 미국 등 역사상 세계를 주름잡았던 강대국들은 자신들의 문화를 전파하고 글로벌 스탠더드로 만드는 데 노력해왔다.

고대 그리스는 민주주의의 기원이다.

그리스 신화는 로마 신화로 이어져 유럽 각국에서 여러 형태로 변형돼 이어졌다.

그리스 · 로마 문화는 헬리니즘으로 헤브라이즘(기독교 문화)과 함께 서양 정신 문화의 양대 축을 이루고 있다.

로마는 이탈리아의 작은 도시국가에서 공화국,제국으로 발전하는 과정에서 정복한 도시나 국가를 단순히 착취하지 않고 정복 국가의 지도층을 로마의 귀족으로 편입시켰다.

정복국은 로마의 세련된 문화에 매료돼 그 문화를 받아들였다.

중국은 유교 문화를 바탕으로 2000년 이상 동양의 강대국으로 군림했다.

중국은 스스로를 '황제의 나라'라고 칭하며 오랑캐라고 부르는 주변국으로부터 조공을 받았으며,그 답례로 서책과 문물을 되돌려보냈다.

중국이 '세상의 중심에서 가장 빛나는 나라(中華)'라는 사상을 갖고 있는 것은 그들의 문화적 자신감에서 비롯됐다.

영국이 '해가 지지 않는 나라'로 불리는 대영제국을 건설할 수 있었던 것도 산업혁명의 종주국으로서 자본주의적인 생산양식을 전 세계에 퍼뜨렸기 때문이다.

나폴레옹 시대의 프랑스는 왕정 형태인 유럽 각국을 침략해 자유 평등 박애라는 프랑스혁명 정신을 전파하고 각국에 민족의식,국민의식을 싹트게 했다. 미국은 자유 민주 인권 등의 이념과 함께 합리적 정신,실용주의 등을 바탕으로 공산주의 진영에 맞서 민주주의 진영을 이끌었다.

'아메리칸 드림'으로 상징되는 미국은 여러 나라에서 우수한 인력들을 받아들여 교육시키고 자국민으로 동화시켜왔다.

# 점점 커지는 대중문화의 힘

최근 대중문화의 힘은 점점 커지고 있다. 민주화와 세계화,스마트 혁명으로 불리는 IT(정보기술)의 발전은 대중과 대중문화의 파워를 증진시킨다.

미국의 할리우드 영화는 세계 영화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대중들은 재미있고 화려한 할리우드 영화에 열광한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영화 속에 스며있는 미국적 가치를 받아들인다.

서양에서 일본에 대한 재평가를 불러온 것도 일본이 1980년대 세계 제조업을 석권한 영향도 있지만 일본 애니메이션이 큰 인기를 얻으면서다.

일본 애니메이션은 유럽 독자들이 뻔한 선악구도와 코미디에 식상했을 때 장대한 스토리에 고뇌하는 주인공을 내세워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었다.

세계화와 매스미디어의 발달은 이런 현상을 가속화시키고 있다.

과거에는 보통 한 나라 안에서 소비되던 드라마나 TV 프로그램이 최근에는 세계 곳곳에서 방영된다.

'미드''영드'라는 표현에서 볼 수 있듯이 미국 영국 일본 등의 드라마를 우리 안방에서 보는 게 자연스러워졌다.

우리나라 드라마도 중국 일본 동남아 등 아시아를 넘어 중동 등에서까지 인기를 끌기도 한다.

케이블 등 TV채널이 늘어나고 유튜브 등 인터넷 매체가 발달하면서 기술적인 한계도 뛰어넘고 있다.

정재형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j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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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流, 북한 주민 마음도 흔든다

"20대 탈북자인 A씨는 북한 고위층 자제로 외국생활도 오래 했다.

북한 상위권 대학의 관광학과를 졸업했고 영어 러시아어 중국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한다.

그는 USB저장장치와 CD를 통해 한국 드라마를 접했다. 이병헌 송혜교 주연의 드라마 '올인'을 보고 그는 탈북을 결심했다.

중국으로 가서 벤츠를 렌트해 운전하고 태국으로 가서 한국 대사관을 찾았다.

A씨의 탈북 동기는 '한국 드라마를 자유롭게 보고 싶어서'였다. "

이 거짓말 같은 사실은 A씨가 인턴으로 취직해 있는 회사의 한 임원이 들려준 얘기다.

세계 각국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한류가 북한까지 흔들고 있다.

평양 등에선 CD USB 외장하드 등을 이용하는데 김일성대학에서도 남한 영상매체를 대놓고 즐긴다는 탈북자 증언이 나온다.

2006년 출판된 '북한요지경(탈북자 호혜일 저)'이라는 책에도 "2002년 김일성 종합대학에서 1만 명 이상이 되는 대학생들을 모아놓고 소지품 검사를 실시한 적이 있는데 이때 가방에서 회수한 한국의 음반 비디오 CD 출판물 등이 플라스틱으로 된 50Kg 마대 11개 정도였다"고 적혀 있다.

'한류 · · · ' 책의 탈북자 응답에 따르면,북한에서 가장 많이 본 영화는 '장군의 아들' '올가미'였고 드라마는 '가을동화' '천국의 계단'이었다.

북한당국은 남한 영상매체 적발에 혈안이 돼 있으며 처벌도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남한 드라마를 보다가 걸리면 뇌물로 대부분 해결되지만 영상 내용에 따라 징역 8년 이상의 형벌이 처해지는 경우도 있다.

드라마 · 영화를 통해 본 남한에 빛과 그림자,리얼리티는 북한주민들로 하여금 대한민국에 대한 동경과 환상을 갖게 되고 이것은 김정일에 대한 반감,북한체제에 대한 회의,탈북의 강력한 동기로 작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