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민주노총!… 강성 서울지하철노조 "제3노총 설립" 선언
[Cover Story] 노동계 '相生의 바람' 이념 투쟁 사라지나
굿바이! 민주노총.

'파업철(鐵)'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격렬한 투쟁을 일삼아온 서울지하철 노조가 민주노총을 탈퇴했다.

대신 다른 노조와 함께 새로운 상급 노동단체인 제3노총(가칭 국민노총)을 설립하기로 했다.

노동운동에 새로운 장이 열리고 있는 것이다.

제3노총은 국민과 조합원을 섬기는 노동운동을 기치로 내걸었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등 양대 노총이 주도해온 정치투쟁이나 이념투쟁과는 거리를 두겠다는 뜻이다.

정연수 서울지하철 노조 위원장은 지난달 민주노총을 탈퇴하면서 "국민노총은 이념투쟁,정치투쟁과 완전히 결별하고 자본과 함께 하는 상생 협력의 노동운동을 펼치겠다"고 밝혔다.

한국 노동운동사에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을 가져올 제3노총 출범은 국내외 경제 · 사회 변화의 산물이다.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는 세계화,국가 간 치열한 경쟁으로 재편되고 있는 국제질서는 물론 국민의 의식 및 생활 수준 향상 등으로 과거와 같은 파업 투쟁은 설 땅을 잃게 된 것이다.

게다가 갈등과 대립의 노사관계로는 조합원들의 고용 불안을 해결하기도 어려워졌다.

노조가 조합원은 물론 국민들로부터 외면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낡은 투쟁 방식과 작별을 고할 때가 됐고 그것이 제3노총의 탄생을 가져온 셈이다.

노동현장에서 여전히 마르크스의 계급투쟁론을 신봉하거나 북한을 무비판적으로 추종하는 종북(從北)세력이 활개를 치고 있는 현실에 대한 상당수 조합원들의 실망감도 새 노동운동의 기폭제가 됐다.

민주노총은 물론 한때 노사 협조주의적 노동운동을 추구했던 한국노총도 지도부의 성향에 따라 투쟁과 대화 사이를 오락가락하는 등 정치투쟁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노사문화를 획기적으로 개선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타임오프(노조 전임자가 급여를 받으면서 노조활동을 할 수 있는 시간을 엄격히 제한하는 제도)를 철회시키겠다는 수구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

오는 7월1일 시행될 복수노조의 교섭창구 단일화에도 반대하며 노조법 재개정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에 대해 일반 국민들은 기득권 세력의 자리보전만을 위한 '그들만의 노동운동'이라는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박재완 고용노동부 장관도 양대 노총을 향해 "상대적으로 근로조건이 좋은 대기업의 정규직 이익을 대변하는 소수의 노동권력"이라고 비판했다.

이들과 작별을 선언한 제3노총은 사회적 책무도 적극 실천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정연수 위원장은 "노조가 비판만 해왔지 책임 기능을 한 적이 별로 없어 국민들로부터 외면받아 왔다"며 "노조도 지역사회 봉사 등 국가와 사회를 위한 책무를 수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3노총 참여 의사를 밝힌 노조들이 적지 않다. KT 코오롱 영진약품 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노조 등으로 이미 민주노총을 탈퇴했다.

공공 부문에서도 시 · 도교육청 노조,지방공기업 노조,자치단체 노조,광주도시철도 노조 등이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노동단체의 출범은 우리나라 노동운동 전반에 상당한 변화의 바람을 몰고올 것으로 예상된다.

4,5면에서 노동계는 왜 노조법 재개정을 요구하고 있으며 이게 과연 타당한지,노사관계와 나라 경제의 경쟁력 간에는 어떤 관계가 있는지 자세히 알아보자.

윤기설 한국경제신문 노동전문기자 upyk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