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발적 위기 대비 위해 많을 수록 좋다”

“일반적인 권고 수준에 비해 다소 많다”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이 사상 처음으로 3000억달러를 넘어섰다.

한국은행은 지난 3일 “올 4월 말 기준 외환보유액이 3072억 달러로 3월말의 2986억 2000만 달러와 비교할때한 달 사이에 85억 8000만 달러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같은규모는외환보유액월간통계로는1971년이후가장많은것이다.

또 2005년 2000억 달러를 넘어선지 6년만이며 외환위기를 겪었던 1997년 204억 달러에 비하면15배 이상 급증한 수준이다.

외환 보유액이 늘어난 것은 글로벌 마켓에서 미국 달러화 약세로 유로화,파운드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이들 통화표시 자산의 미달러화 환산액이 큰 폭으로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한은은 설명했다.

보유외환의 운용수익이 늘어난 것도 외환보유액이 사상 최고치로 늘어나는데 일조했다.

외환 구성 비중으로 보면 유가증권이 88.5%,2719억1000만달러로 가장 많았고 예치금은 301억9000만달러로 9.8%를 차지했다.

국제통화기금(IMF) 특별인출권(SDR)은 36억2000만달러로 1.2%, IMF 포지션(회원국 수시 인출권)은 14억달러로 0.5%, 그리고 금 보유액은 8000만달러로 전체 외화 자산의 0.03%를 점하고 있다.


이같은 우리나라의 외환 보유액은 중국(3조447억달러) 일본(1조1160억달러) 러시아(5025억달러 )대만(3926억달러) 브라질(3171억달러) 인도(3035억달러)에 이어 세계 7위다.

외환보유액이 사상 최초로 3000억달러를 돌파하자 일각에서는 그 규모가 적절한지를 두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찬성외환보유액이 3000억달러를 넘어 섰지만 무역수지 및 자본수지 흑자를 토대로 당분간 확대 기조를 유지해야한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돌발적 위기 발생에 대한 준비론을 내세운다.

즉 국제금융시장의 환경이조금만 변해도 외국인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한국의 상황에 늘 대처해야 한다는 논리다.

무엇보다 우리나라는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금융위기 등 두 차례 외화 유동성 부족으로 국가 부도 위기까지 몰린점을 감안할 때 3000억 달러 정도의 외환보유액을 놓고 과다 논란을 벌이는 것은 근시안적이라는 지적이다.

실제 2008년 11월에는 외환보유액이 2000억달러 초반까지 내려갔었는데 이때 위기의식이 팽배했던 것을 상기 해야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최근에는 유럽발 재정위기,중동사태,한반도의 지정학적 리스크 등이 이어지고 있어 언제 닥칠지 모르는 외부 충격을 방어 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한 외환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고 외환보유에 따른 얼마간의 비용은 충분히 지불할 가치가 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지난해 11월 ‘외환보유액의 적정성 평가 및 시사점’ 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한국의 적정 외환보유액은 3800억 달러 정도라는 견해를 밝혔다.

삼성경제연구소가 근거로 든 것은 한국 같은 소규모 개방경제에서는 3개월치 경상수입대금과 유동외채, 도피성 국내 자본, 외국인 주식 투자금의 3분의1을 더한 보수적 기준이 적절한데 이렇게 계산하면 적정 외환보유액은 3800억달러 정도로 나온다는 것이다.


반대3000억달러는 일반적인 권고 수준에 비할 때 다소 많다는 지적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국제통화기금(IMF)이 권고하는 적정 외환보유액은 3개월치 경상수입대금(상품수입액+대외서비스지급액)보다 조금 많은 정도인데 이 기준에 따르면 한국의 적정 외환보유액은 1500억달러를 조금 넘는 정도라는 것이다.

따라서 현수준은 이의 2배가량으로 지나치게 많다고 지적한다.

만기1년 미만의 유동외채를 갚을 수 있을 정도가 적정 외환보유액이라는 주장도 있는데 이 기준으로는 약2000억 달러가 적정 수준으로 나온다.

현 외환보유액이 많다고 하는 사람들은 외환 보유에는 유지비용이 들고,결과적으로 물가 상승등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도 종종 강조한다.

외환보유액을 늘리기 위해 달러를 사들이면 풀린 원화로인한 물가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한은은 통화 안정증권을 발행해 원화를 회수하는데 이 경우 통안 증권 금리보다 투자 대상 상품의 금리가 낮으면 역마진이 발생해 결국 보유비용이 늘어난다는 얘기다.

실제 2001년 부터 2008년 까지 외환보유액을 관리하는데 들어간 비용만 52조 2000억원에 이른것으로 추정되고있다.

이같은 비용을 감안하면 무조건 외환보유액이 많은 것이 좋을 수 없다는 것이다.

실제 외환보유액의 80%가 넘는 금액이 금리가 낮은 미국채등에 투자되고 있는데 이런 형태로는 계속 외환보유 비용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외환운용의 다변화가 전제되지 않는 상태에서는 무조건 규모를 늘리는게 만사가 아니라는 목소리도 적지않다.

생각하기어느 정도의 외환 보유가 적정 수준인지에 대해서는 사실상 정답이 없다.

IMF 등에서 권고하는 기준은 있지만 각 국가의 경제 규모나 산업 구성 등이 서로 다른 데다 금융시장 개방 정도, 외환시장 현황, 해당 국가 통화의 국제화 정도 등에 따라 사정이 천자만별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3000억달러를 넘은 현재의 외환보유액 수준이 많은지 적은지에 대한 논란은 어떻게 보면 무의미한 것일 수도 있다.

우리 경제뿐 아니라 대외 경제 여건이 계속 변하고 있어 특정 시기를 기준으로 적정한 외환보유액 수준이 있다고 하더라도 시간이 흐르면 이 수준은 계속 바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절대적인 적정 규모 자체에 대한 논란보다는 이미 보유한 외환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운용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보다 더 생산적이고 현실적인 것이 될 수 있다.

현재 지나치게 미국채에 많이 투자되고 있는 것을 좀 더 분산시키고 보유 외환의 표시 통화도 좀 더 다변화하는 것이 더 중요한 과제라는 얘기다.

통화 종류별로는 달러 표시 자산에 비해 유로 등 다른 통화 표시 자산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도 달러 표시 자산 의존도가 너무 높다는 점을 감안해 좀 더 다양화할 필요가 크다.

투자 대상도 미국채에서 좀 더 대상을 확대하고 고수익 자산을 찾아볼 필요도 있다.

그래야 보유 외환이 많아지더라도 이의 유지비용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고수익 자산은 그만큼 투자위험도 큰 만큼 적정 수준의 조화가 요구된다.

김선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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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신문 5월4일자 A1면

외환보유액이 사상 처음으로 3000억달러를 돌파했다.

외환위기 때인 1997년 12월 말 204억달러와 비교하면 13년4개월 만에 15배 늘었다.

한국은행은 지난 4월 말 기준 외환보유액이 3072억달러로 집계됐다고 3일 발표했다.

한 달 전(2986억2000만달러)보다 85억8000만달러 늘어난 규모다.

외환보유액은 지난해 12월부터 5개월 연속 상승했다.

한은은 외환보유액 증가에 대해 "유로화 파운드화 등의 강세로 이들 통화 표시 자산의 미국 달러화 환산액이 큰 폭으로 증가한 데다 보유 외환의 운용수익이 발생해 외환보유액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한 달 전과 비교하면 유로화 4.5%,파운드화 4.2%,엔화는 2.6% 절상됐다.

3월 말 기준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 규모는 전달과 같은 세계 7위를 기록했다.

외환보유액이 가장 많은 나라는 중국이고 일본 러시아 대만 브라질 인도가 그 뒤를 이었다.

주용석 한국경제신문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