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식'(transplant)을 '수혈'로,'역학'(epidemiological)을 '피부의학'으로.

최근 한 · 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한글본 협정문에서 공식 확인된 207건의 오류 중 일부다.

이런 단순 오류가 국가 간 조약에 포함되는 무역 협정문에서 무더기로 쏟아진 원인은 무엇일까.

김종훈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은 "1300쪽의 협정문 전부를 전문인력에 맡기면 2억6000만원이 들어 내부에서 작업을 했다"고 말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내부 작업 당시 실무자들이 일일이 다 볼 수 없어 인턴들이 상당 부분 번역작업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국제 거래가 활발해지고 기업들의 해외 진출이 늘면서 정부와 기업의 업무용 문서 번역 시장은 급성장하고 있다.

대한번역개발원의 추산에 따르면 기술번역시장의 연평균 성장률은 90%에 육박한다.

업계 관계자들은 국내 통 · 번역시장 규모가 3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한다.

그러나 번역서비스를 실시하는 기업들은 대부분 소규모 중개업체 형태로,1000여개의 업체가 난립해 있다.

1인 프리랜서로 활동하는 번역사들의 몸값은 천차만별이다. A4용지 한 장 기준으로 계산되는 번역료는 적게는 장당 2000원에서 많게는 20만원까지 편차가 매우 크다.

번역사들의 수입이 100배까지 차이난다는 얘기다.

통번역대학원을 졸업하고 5년째 프리랜서 번역사로 활동하고 있는 노희연 씨(32)는 "기업이 발주한 중요 문서를 번역할 때는 장당 20만원까지도 받는다"며 "일을 많이 하면 연수입이 1억~1억5000만원 정도 된다"고 말했다.

노씨는 "번역사들의 역량이 천차만별이라서 대기업과 로펌들은 소개 받은 사람이나 검증된 인력만 쓴다"고 전했다.

반면 한국외대 구인 게시판에 오른 한 정부 부처 계약직의 연봉은 불과 2300만원.

이 때문에 번역사들은 대학원을 졸업한 후 단순히 경력을 쌓기 위해 정부 기관에 취직,1~2년간 경험을 쌓으려 할 뿐이다.

알바천국 등의 구인 사이트에선 장당 8000원에 번역자를 구하는 광고를 흔히 볼 수 있다.

강경민/이현일 한국경제신문 기자 kkm1026@hankyung.com

-전문가도 이해하기 쉽지 않은 국가간 협정문 번역을 인턴에게 맡겼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나요. 영어회화를 잘 한다고 전문영역의 영어까지 잘 하는 것은 아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