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이의 비밀 금고를 열기 위해서는 암호를 알아야 합니다.

그런데 암호를 쓴 종이가 더러워져서 숫자가 지워졌습니다.

암호는 세 자릿수 다섯 개이고 이 수들은 가장 작은 수부터 70씩 뛰어 세기를 한 것입니다'라는 문제가 있다.

종이에는 '3○○-○○7-4○○-○○57-○○○'라고 쓰여 있다.

이 빈칸을 채워야 하는 문제이다.

한번 고민해 보길 바란다.

정답은 347-417-487-557-627이다. 쉽게 단번에 풀 수 있었는가?

이 문제는 놀랍게도 초등학교 2학년 1학기 수학익힘책 1단원에 나온다.

최근 초등학교 교사들이 초등학생이 풀 수 없는 교과서라면서 그에 관한 책을 내서 화제다.

주로 초등학교 교과서에 대한 모순을 써 놓았는데 초등학생이 가진 능력으로는 풀어낼 수 없다는 것이 핵심이다.

예를 들어 사과가 6개 그려져 있고 '영수가 사과 6개를 한 봉지에 2개씩 담는다고 합니다.

그럼 몇 봉지를 담아야 할까요?'라는 문제가 있다.

답은 당연히 3봉지이다. 하지만 '왜 그렇게 생각합니까?'라고 말하면 어떻게 답하겠는가.

원래 이 문제는 창의력을 향상시키는 목적이었지만 직관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문제에 이유를 말하라고 하면 답답해서 흥미를 잃게 돼 오히려 능률적이지 못하다.

그 과정에도 문제가 있다고 말한다.

2학년 때는 세 자리 숫자 더하기를 하고 3학년 때는 네 자리 숫자 계산을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계산 원리는 4학년 때부터 나오는데 더 작은 숫자를 계산하라고 나온다.

그리고 사회 3학년 1학기 교과서 16쪽에서 아직 배우지 않은 개념인 기후와 지형이 나와서 혼란을 준다.

이렇게 발달과정을 무시하게 되면 사교육을 부추기는 원인이 된다.

더불어서 슬기로운 생활 2학년 2학기 6단원에 '우리 집이 좋아요'라는 항목이 있다.

그러나 초등학생 대부분이 살고 있지 않은 부유한 집이 연속해서 나온다.

이는 계층 간 위화감을 조성하는 원인이 된다.

왜 이렇게 초등학교 교과서가 어렵고 조잡하게 되었을까. 바로 교과서를 만드는 기간이 짧기 때문이다.

보통 1년으로 잡지만 연구진을 모집하는 과정을 빼면 순수하게 제작하는 것은 6개월에 불과하다.

그리고 문제점 파악도 교사들에게 설문지를 돌리는 것으로 대체한다.

그래서 아이들의 발달과정을 무시한 교과서가 탄생한 것이다.

한 학부모가 안병만 전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에게 편지를 보냈다. 527+694=1221이라는 것과 21÷3=7이라는 것을 어떻게 초등학교 3학년생들이 3가지 방법으로 설명할 수 있겠냐면서 항의를 한 내용이었다.

이러한 편지가 다시는 안 쓰여지도록 제도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송민수 생글기자(대전 지족고 2년) md00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