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규모10억弗이상 '큰손' 헤지펀드 1년새 2배로늘어

[Global Issue] 브라질·홍콩·싱가포르 ‘新 트로이카’로 헤지펀드 몰린다
글로벌 헤지펀드 산업의 중심지가 이동 중이다.

과거 미국과 유럽에서 최근 아시아와 중남미로 중심추가 움직이고 있는 것.

홍콩,싱가포르,브라질 상파울루는 헤지펀드 매니저들로 북적거린다.

고성장과 높은 변동성을 보이는 시장을 찾는 헤지펀드의 특성에 따른 행보다.

신흥국에 부호들이 급증하고 있는 것도 자금력이 있는 소수의 투자자들로부터 돈을 모아 투자하는 헤지펀드가 새로운 거점을 찾아 나선 배경이다.



◎홍콩 · 싱가포르 성장

글로벌 헤지펀드 자산 규모는 2000년대 들어 빠르게 성장했다.

1999년 말 4600억달러 수준이었던 헤지펀드 자산 규모는 금융위기가 시작되던 시점인 2007년 말 1조8700억달러로 4배 이상 커졌다.

전문가들은 금융위기 여파로 자산 규모가 줄어드는 등 침체기에 빠져 있지만,장기적으로는 성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예컨대 보스턴컨설팅그룹은 향후 헤지펀드 자산 규모가 연평균 10% 내외 성장할 것으로 내다본다.

헤지펀드가 계속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는 이유는 투자자들의 분산투자 수요 때문이다.

주식과 채권 등 전통적인 자산의 상관관계가 갈수록 높아지면서 분산투자 효과가 떨어지자 헤지펀드 등 대체투자상품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 홍콩과 싱가포르에는 10억달러 이상의 자산을 굴리는 대형 헤지펀드 수가 최근 1년 새 거의 두 배로 늘어나고 있다.

헤지펀드 정보제공업체인 헤지펀드인텔리전스가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두 도시에 위치한 대형 헤지펀드 수는 지난해 초 10개에서 최근 18개(홍콩 11개,싱가포르 7개)로 늘어났다.

물론 아직까지는 뉴욕과 런던이 헤지펀드 산업의 중심 역할을 하고 있다. 10억달러 이상 규모 헤지펀드가 뉴욕에는 128개,런던에는 63개나 있다.

그러나 그 비중은 줄어드는 추세다.

최근 1년간 전 세계 헤지펀드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자산 기준)이 뉴욕은 47%에서 45%로,런던은 16%에서 14.5%로 줄었다.

이런 추세는 앞으로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반면 아시아 지역엔 매달 7개의 새로운 헤지펀드가 생겨나고 있다.

홍콩에도 헤지펀드 설립이 줄을 잇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골드만삭스 프롭트레이딩(자기계정매매) 부문 전 대표인 모건 체는 조만간 아젠투스라는 이름의 헤지펀드를 홍콩에 세울 계획이다.

아젠투스의 운용 자산은 15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2007년 이후 세계에서 설립된 헤지펀드 중 가장 큰 규모다.

또 뉴욕에 있는 하이브리지캐피털에서 14억달러짜리 아시아 펀드를 운용하던 칼 허텐로커도 홍콩에 대규모 펀드를 설립할 계획이다.

이미 설립된 헤지펀드 중에서 곧 10억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보이는 펀드들도 있다.

영국계 헤지펀드 TCI의 아시아 사장을 지낸 존 호의 잰처파트너스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초 설립된 이 펀드의 운용 자산 규모는 이미 7억달러에 육박하고 있다.

브라질에도 헤지펀드들이 몰려들고 있다.

JP모건 계열 헤지펀드인 하이브리지캐피털은 지난해 브라질 현지 최대 헤지펀드인 가베아인베스티멘토스를 인수했다.

유럽의 최대 헤지펀드 중 하나인 브레반하워드도 최근 상파울루에 사무실을 개설했다.

지난 3월29~30일 상파울루에서 열린 '브라질 헤지펀드 포럼'에는 폴슨앤드코를 비롯해 세계적인 헤지펀드 매니저들이 대거 참석해 큰 관심을 보였다.

뉴욕타임스는 지난해 중남미로 유입된 헤지펀드의 자산 규모가 214억달러로 1년 새 75% 늘었다고 최근 보도했다.

◎ 높은 변동성이 헤지펀드 유혹

홍콩 싱가포르 브라질로 헤지펀드들이 모여드는 이유는 시장 때문이다.

홍콩은 세계 2위 경제대국 중국을 공략하기 위한 거점이다. 싱가포르는 인도와 그 밖의 동남아시아 시장에 투자하기 위한 전략적 요충지다.

중남미 시장의 거점인 브라질은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이 7.5% 증가했다.

2013년에는 영국 프랑스를 제치고 경제 규모가 세계 5위로 성장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지난 5년간 브라질의 중산층 숫자는 3400만명이나 늘어났다.

잠재적 투자자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도 헤지펀드들에는 장점이다.

메릴린치가 지난해 발표한 '세계부유층 보고서'에 따르면 아시아에는 투자자산이 100만달러 이상인 고액 순자산 보유자가 300만명에 달한다. 유럽과 맞먹는 규모다.

그들이 보유한 투자자산은 9조7000억달러로 이미 유럽을 넘어섰다.

아시아와 브라질은 금융시장 변동성이 심해 헤지펀드들이 투자 차익을 노리기에도 적당하다.

정보제공업체 헤지펀드리서치(HFR)의 조시 구 이사는 "아시아의 많은 투자자들이 1998년 아시아 외환위기 때보다 더 리스크를 먹고 사는 헤지펀드를 선호하고 있다"며 "과거 어느 때보다 변동성에 따른 수익 창출 기대가 높다"고 말했다.

미국과 유럽에서 강화되고 있는 금융규제도 헤지펀드들의 '대이동'을 부추기고 있다.

유럽연합(EU)은 매도포지션이 회사 전체 주식의 0.5%를 초과하면 공개적으로 밝혀야 한다는 내용의 공매도 규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펀드매니저들은 이런 규제가 모방 투자를 부추기고 투자 의욕을 떨어뜨리는 등 시장을 위축시킬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런 사이 홍콩과 싱가포르는 펀드매니저들이 선호하는 환경을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다.

홍콩은 공매도시 매도 포지션에 대한 공시를 비공개적으로 하겠다고 밝혀 펀드매니저들의 박수를 받았다.

싱가포르는 홍콩보다 더 과감하게 규제를 풀고 있다.

◎ 한국형 헤지펀드 성장 가능성은

한국형 헤지펀드가 연내 도입될 것으로 보이면서 이에 대한 성장 가능성에 관심이 쏠린다.

처음 시행되는 것인 만큼 국내 여건으로 봤을 때 어느 정도나 성장할 것인지에 대한 기대다.

특히 쟁쟁한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이 참여할 것으로 여겨지면서 국내 증권사들은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에 대한 관심도 집중되고 있다.

최근 금융감독원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올해 자본시장 개정안을 통해 헤지펀드 관련 규제를 완화하고 이를 8월까지 확정할 계획이다.

규제 완화에서는 펀드 재산의 50% 이상을 기업구조조정 등 특정 목적에 투자해야 하는 의무 등의 제한을 없애고 차입한도도 대폭 확대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구조화상품과 헤지펀드,파생상품,외환,벤처캐피털 등의 활성화로 국내 개인투자자들의 대체투자 비중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면서 그 중에서도 헤지펀드의 장기적 성장이 두드러질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대체투자 비중이 전 세계적으로 6%에 달하지만 국내의 경우 1%에 그치고 있어 성장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또 통상 연평균 10% 내외의 수익률을 추구하는 헤지펀드의 경우 채권보다는 수익률이 높고 주식보다는 안정적인 대안상품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선진국에서는 원금보장형 공모 헤지펀드가 연금 성격의 상품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러나 헤지펀드가 연내 허용되더라도 국내 증권사들엔 별다른 혜택이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헤지펀드의 주된 사업인 프라임브로커 시장이 골드만삭스 JP모건 모건스탠리 도이치뱅크 등 글로벌 IB들의 독무대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프라임브로커란 헤지펀드의 설립부터 자금대출,주식대여,증거금 대납 · 대출,자산보관,결제 등 헤지펀드가 요구하는 모든 서비스를 한번에 제공하는 사업으로 대형 증권사를 중심으로 관심이 높다.

그러나 국내 증권사 가운데 프라임브로커를 제대로 할 수 있는 곳이 거의 없다.

국내 증권사가 할 수 있는 업무가 다양한 전략 수행을 위한 주식대차와 일부 파생상품 제공 및 소개 정도에 불과하다는 게 업계의 자성이다.

장성호 한국경제신문 기자 ja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