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 잘하는 비결이요? 교과서만 여러 번 봤어요. "

우리 주변에서 쉽게 들어보는 말이다.

교과서는 흔히들 모든 과목을 공부하는 것에 있어서 기초가 되는 것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그렇게 중시되는 교과서가 많은 학교에서 손도 대지 않고 버려지고 있는 일이 허다하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다.

단적인 예로 내가 학교를 3년간 다니면서 사용한 교과서는 8권가량이다.

1년에 받는 교과서의 수가 10권 정도인 것을 고려하면 교과서의 4분의 3 이상은 그냥 버려지는 것을 의미한다.

그나마 사용한 교과서들 중에서도 중간 중간 참고하는 정도에 그친 교과서도 여러 권 있었다.

대부분의 선생님들은 따로 부교재를 만들어서 수업하거나 시중문제집으로 수업하는 경우가 많았다.

더욱이 작년부터 EBS반영 정책이 발표되면서 교과서 대신 EBS로 수업하는 학교가 전국적으로 많아졌다.

교과서의 활용빈도가 이렇게 낮은 이유는 학생들에게 설문을 한 결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바로 공부하기에 부적합하다는 것이었다.

공부를 하기 위해 교과서를 읽어 본 학생들은 교과서의 내용이 정리가 잘 안되고 난잡하게 구성이 된 글이 많다는 것에 쉽게 공감할 것이다.

교과서는 공부의 기초가 되는 특성상 읽기 편하고 이해하기 쉽게 구성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실제 대다수의 교과서들은 그렇지 않기 때문에 상당수의 학생들은 교과서 대신 시중 참고서를 구입하거나 사교육을 받는 경우가 많다.

교과서에 비해 시중 참고서나 학원들에서 나오는 교재들은 깔끔하게 정리가 잘 되어있고 내용구성도 알차 이해하기가 훨씬 편하기 때문이다.

또한 교과서는 현 입시제도와 연관성이 떨어진다.

교과서의 내용만으로는 대학 수학 능력시험을 준비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게다가 이론적인 내용에만 치중한 나머지 문제를 풀어야 하는 시험과는 거리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국사과목은 교과서가 수능시험과 밀접한 관련을 갖기 때문에 다른 과목들에 비해 활용 빈도가 상당히 높은 편이다.

또한 작년 수능시험 70%의 반영률로 화제를 불러일으킨 EBS는 2010년 교재 판매 매출액이 1137억원에 달할 정도로 출판시장을 독점하고 있다.

이는 학생들이 입시제도에 얼마나 민감하게 반응하는지를 입증해주는 사례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입시제도와 직접적인 관련이 떨어지는 교과서를 등한시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입시위주의 교육현실에서 교과서는 '시대에 뒤떨어진다,질적으로 부족하다' 등의 이유로 선생님들과 학생들이 모두 외면한 상태이다.

교과서의 획기적 변화가 없는 한 이런 현상은 지속될 것이다.

EBS와 같이 교과서를 수능과 연계하는 것이 교과서 활용 빈도를 높이는 방법이 될 수 있을지 몰라도 그것은 단지 미봉책에 불과하다.

교과서활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측면에서 교과서의 내용을 현대 교육현실에 맞게 개정,보완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폐휴지장에 깨끗한 채로 버려져 있는 교과서가 아닌 학생들의 책상에서 새까만 필기로 지저분해진 교과서가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황인성 생글기자(성남외고 3년) hwag10000@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