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글 논술 첨삭노트] (55) “문제조건에 맞게 요약을 구성해야”
이번 호에는 지난주 예고한 바와 같이 구체적으로 비교하기 문제를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문제를 보시지요.

기초적인 논술 훈련을 하기에 가장 좋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가톨릭대학교의 2010년도 수시 기출문제를 제가 편집했습니다.

자주 말씀드리지만,논술 훈련의 시작은 가톨릭대 문제들로 하는 것이 좋습니다.

(2011년판 초급교재 53페이지에 있습니다. )



사극이 인기리에 방영되면 역사 왜곡 논란이 종종 뒤따른다.

이는 사료가 매우 적고 그 기록도 한두 줄에 불과한 고대사(古代史)의 사건 · 인물이나,비록 사서에 분명하게 기록되어 있지만 진위 논란에 휩싸여 있는 사건 · 인물에 관해서도 사극을 제작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제작진은 수십 회 분량의 사극을 찍어야 하고 시청률을 의식해야 한다.

사실,제작진은 역사학자가 아니기에 사극을 통한 역사교육의 책임까지 감당할 필요가 없으며,역사에 대한 수많은 이견을 모두 참조하여 드라마를 제작할 수도 없다.

이런 논란에도 불구하고 사극에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사극은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던 역사 속 사건이나 인물에 대하여 관심을 불러일으키곤 한다.

예컨대 중국의 동북공정 논란이 뜨거웠을 때 고구려 관련 사극은 이 문제에 대해 대중의 관심을 고취하였다.



일본 문부과학성이 통과시킨 2002학년도 중학교 역사교과서 8종 가운데 '새역사 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이 편찬한 역사교과서는 한일관계 역사를 심각하게 왜곡하였다.

예컨대 문제의 교과서는 일본 군국주의자들이 19세기 말 대한제국을 침략할 때 소위 '황국사관'이라는 침략주의 사관에 의거해 날조한 '임나일본부(任那日本府)'설을 채택하였다.

이에 따르면,야마토 정권이 4~6세기에 한반도 가야 지방에 '임나일본부'라는 총독부를 두고 가야를 직할식민지로 통치했으며,백제와 신라는 '임나일본부'에 조공을 바치는 종속국가였다는 것이다.

이 교과서는 1910년 한국 강점이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라 고대의 '임나일본부'와 같은 것을 다시 복구하여 설치한 것이라고 정당화하였다.

그리고 문제의 교과서는 한반도가 지리적으로 일본을 향해 뻗은 '흉기'와 같기 때문에 조선이 외국으로 넘어가면 안 되므로 일본의 안전을 위해 러 · 일전쟁을 일으켰다고 기술하였다.

이런 표현에 문부과학성이 당황하여 수정 지시를 내리자 이 교과서는 '흉기'를 '팔뚝'으로 고쳤다. 또한 러 · 일전쟁에서 유색인종인 일본이 백색인종인 러시아에 승리하자 억압받던 한국민족이 독립의 힘을 얻었고,아시아 민족들은 용기를 내어 내셔널리즘을 일으켰다고 왜곡하였다.

<문제> 역사 왜곡에 대한 지문 (가)와 (나)의 관점 차이에 대하여 논하라.(띄어쓰기 포함 350~400자)



◎ 비교의 기준은 무엇인가? 그리고 그에 따른 방향은 어떻게 되는가?

역사 왜곡에 관한 문제들은 면접에서 자주 출제됩니다.

제시문 (가)는 이에 대해 거의 정석적인 대답을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훈련 삼아 푸는 논술 제시문이지만 이런 것들이 훗날 배경지식이 된다는 것을 잊지 않고 차곡차곡 머리 속에 담아두면 좋겠네요.

자,우선 문제를 보니 '역사 왜곡'이라는 비교 기준을 하나 던져주었군요.

그렇다면,한결 부담이 적습니다.

그냥 비교하라고 했으면 '역사 왜곡'이라는 소재를 스스로 찾아야 할 테니까요.

(가)는 전형적인 not A but B 형태의 제시문으로,첫 문단에서는 사극 드라마 제작시 역사 왜곡이 따를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를 하는군요. 그렇지만,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장점이 있다(긍정적인 측면)고 이야기하며 마무리짓고 있습니다. 물론,마지막에 나와 있는 부분에 강조점이 있겠지요.

(가)만 보더라도,'아하,역사 왜곡이 갖고 있는 긍정적인 측면을 강조하는구나!'라고 이해할 수 있겠지요?

반대로 (나)를 보도록 하지요.

(나)는 우리가 이미 어려서부터 접해오던 그런 내용입니다.

최근에도 이런 일이 있었지요.

특별한 주장없이 일정한 사실만을 나열하고 있는 제시문 (나)는 분명 설명문입니다.

일본의 역사교과서가 어떤 내용을 담았다는 것뿐이지요.

즉 첫 번째 문장 외엔 다 부연에 불과한 예시입니다.

분위기상 (가)가 긍정인 만큼,(나)는 부정이라는 것쯤은 눈치챌 수 있습니다.

하지만,실제로 그런 주장이나 내연이 보이진 않습니다.

필자의 목소리,즉 '역사 왜곡은 정말 나빠!'라는 내연이 담겨져 있지 않은 것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학생들의 입장에서는 이 부분에서 다소 당황할 수 있습니다.

"뭐야,내연이 없는데,나보고 어떻게 요약하라는거야?"

맞습니다. 없는 내연은 찾아야지요. (가)의 내연과 대립되는 내용을 그럴싸하게 하나 찾아 넣어야 합니다.

어차피 이러한 역사 왜곡이 왜 나쁜지만 쓰면 되는 것이니까요.

일본 역사교과서처럼 있지도 않은 사실을 있는 것처럼 서술하는 것이 왜 나쁠까요?

하나 예를 들자면,(나)에서 돋보이는 단어 중 하나가 '정당화'입니다.

A라는 사실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A라고 말하는 이유는 그 A가 일본 자국의 이해관계에서 이익이 되기 때문입니다.

과거의 사실을 자신에게 해가 된다거나,이익이 된다는 이유로 막 바꾸어놓는 것이지요.

물론,구구절절 쓸 수는 없습니다. 기껏해야 400자 정도를 요구했으니까요.

자신이 없다면 은근슬쩍 반복되는 내용을 넣어 놓을 수도 있습니다.

'정당화하는 행위에 불과한 것이다' 정도로요.

어차피 있는 단어를 재생산한 것이니 크게 어긋날 것도 없습니다.

◎ 구체적인 요약과 결론 쓰기

(가)를 요약하는 데 걸림돌이 되는 것은,자잘하게 나열된 사실들입니다.

사료가 적고,진위 논란도 있습니다. 드라마는 시청률도 의식해야 하고,역사교육의 책임도 할 필요도 없습니다. 이런 내용들이 대략 5~6개씩 나열되어 있습니다. 이걸 다 써서 400자를 채워야 할까요?

물론 그럴 필요는 없습니다.

이것들을 묶기 위해서는 이 내용들을 포괄하는 단어가 필요할 뿐입니다.

사료의 문제와 드라마 제작의 문제를 <사료상의 한계>나 <드라마 제작상의 한계>라고 표현하도록 하지요.

'이런 단어를 써도 괜찮나요?'라든지,'어떻게 이런 표현을 생각해내죠?'라고 물을 필요는 없습니다.

지금 이걸 봤다면,다음부터는 이렇게 써도 됩니다.

(나) 역시도 임나일본부설과 러 · 일전쟁에 대한 내용들을 다 쓸 필요는 없지요.

그것은 2개의 예시에 불과하기 때문이지요.

어차피 그것들은 <한국 강점을 정당화하기 위한> '수작' 중 하나였으므로,간단하게 처리해도 됩니다.

중요한 것은 어차피 이런 것들이 '나쁘다'는 것을 써주는 일이지요.

그리고 그 써준 내용이 (가)의 긍정적인 측면과 대립이 일어나면 됩니다.

결론은 굳이 긍정적인 측면인 (가)와 부정적인 측면인 (나)라고 쓸 필요는 없습니다.

긍정과 부정 정도는 그냥 '상이한 관점'이라고 표현해도 무방하거든요.

문제가 좀 더 복잡하고 어려워진다면 대립의 내용을 정확히 써줘야겠지만,이 정도라면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가)의 긍정을 '부분적인 긍정'으로 보고 싶다면,그 정도를 담는 것은 환영합니다.

좀 더 정확한 지적이니까요. 이렇게 만들어진 예시답안입니다.

어떤 식으로 비교하기 답안이 구성되는지 잘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두 제시문은 역사 왜곡을 부분적으로 긍정하는 (나)와 절대적으로 부정하는 (나)로 나뉜다.

제시문 (가)는 사극 제작진의 제작 여건과 전문성의 한계로 인해 사극이 역사를 왜곡할 여지가 있다는 사실을 우선 인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극이 대중들에게 역사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측면을 부각시키고 있다.

이와 반대로,제시문 (나)는 역사 왜곡에 대해서 부정적인 견해를 보이고 있다.

일본의 역사 교과서는 임나일본부설과 러 · 일전쟁을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해석함으로써 한국 강점을 정당화하고 있다.

이는 역사 왜곡이 과거의 진실을 외면한 것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강조하는 것이다.

(동명여고 이은수 학생)



◎ 교재 요청에 대하여

지금 연재 중인 2011년판 초급교재를 깔끔하게 정리된 책자로 보고 싶으신 분들은 메일을 주시기 바랍니다.

제본 형태의 교재를 보내드립니다.

(물론 크지 않지만 비용이 들어갑니다. ) 기숙사에서 지내기 때문에 인쇄가 어려운 경우나,보충수업을 위해 학교 차원에서 대량으로 요청하실 경우 역시 제본해서 보내드리고 있습니다.

논술 전반에 대한 문의도 계속 받고 있으니,주저없이 질문해주시기 바랍니다.

다음 주에는 공통점 찾기,비교하기에 이어 '설명하기' 문제 유형에 대한 이론 설명에 들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이용준 S · 논술 선임 연구원 sgsgnote@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