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적 개념과 추상적 개념의 차이

가)인공위성이 애초에 목표로 한 궤도에서 '이탈했다/일탈했다'.

나)지금 하는 논의는 본래의 주제에서 많이 '이탈한/일탈한' 것이다.

'이탈(離脫)'과 '일탈(逸脫)'은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쓰임새의 차이를 보이는 말이다.

가)에서는 '이탈했다'가 '일탈했다'보다 자연스럽다.

이에 비해 나)에서는 '일탈한'이라고 하는 게 더 자연스럽다.

'이탈'의 '離'는 '떠나다, 떨어지다, 떼어놓다'란 뜻이다.

'이유기(離乳期)'는 젖을 떼는 시기,'이합집산(離合集散)'은 헤어졌다가 모였다 하는 것을 나타내는 말이다.

'일탈'의 '逸'은 '달아날 일'이다. 이탈과 일탈에 공통적으로 있는 '脫'은 '벗어나다'란 뜻이다.

하지만 한자의 의미 차이로는 두 말을 구별해 쓰기가 쉽지 않다.

이런 경우는 각각의 쓰임새 차이를 살펴보는 게 효과적이다.

우선 '이탈'은 어떤 범위나 대열 따위에서 떨어져 나오거나 떨어져 나감을 뜻하는 말이다.

'행군 도중에 대열을 이탈하다/무리에서 이탈하다/부대를 이탈하다/근무지 이탈/범위 이탈/민심 이탈/유체이탈' 식으로 쓴다.

이 말은 '본디 속해 있는 무리나 집단 또는 궤도 등을 벗어나 있어서는 안 될 다른 곳에 있게 되는 것'을 가리킨다. 구체적인 대오에서 벗어나는 것을 말한다.

'일탈'의 사전적 풀이는 '정해진 범위나 본래의 목적에서 벗어나는 것' 또는 '사회적인 규범으로부터 벗어나는 일'이다. 가령 청소년 비행, 탈선, 약물 남용 따위가 그런 것에 해당한다.

'규범을 일탈하다/가정교육의 소홀로 말미암아 청소년의 일탈이 늘고 있다'처럼 쓰인다.

이 말은 추상적인 규범이나 사회적 흐름, 기준에서 벗어나는 것을 가리킬 때 자연스럽다.

정리하면 '이탈'은 어떤 물리적/유형적/구체적 범주에서 벗어나는, 빠져 나오는 것을 말한다.

이에 비해 '일탈'은 '어떤 규범이나 준거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다소 추상적이고 사회적인 개념을 담는다.

따라서 '이탈행위'라 하면 '시간/공간적으로 어떤 영역에서 벗어나는 것'을 뜻하고, '일탈행위'라 하면 '행위의 양태나 성질 등이 일반적이거나 정상적인 기준에서 벗어나는 것'을 가리킨다.

'이탈'보다 '일탈'이 사회적 규범이나 영역을 나타내는, 추상적이고 넓은 범위의 개념으로 쓰인다.

가령 '북한 주민의 이탈'이라고 하면 북한을 '물리적'으로 빠져나오는 것을 가리키고, '북한 주민의 일탈'이라 하면 평소 보이던 것과는 다른 어떤 가치관이나 언행을 나타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