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4일, 한나라당은 대입 수능에서 국사과목을 필수과목으로 채택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과연 한국사는 필수화되어야 하는가.

필자는 모 방송국에서 진행된 토론에 참여해 필수가 아닌 선택 과목으로 남겨야 한다는 입장에서 의견을 나누어 보았다.

국사가 국민의 인식 확립을 위해 필수적이라는 사실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그 방식이 굳이 필수가 되어야 한다는 점에선 의견을 달리했다.

첫째, 우리가 배워야 하는 것은 사실(fact)이 아닌 가치(value)이다.

현재 국가에서 가르치는 것은 단순히 사건나열식의 교육이다.

정부에서 원하는 '학생들의 애국심 고취'는 이런 사실 위주의 교육이 아닌 가치 탐구를 통해 성취된다.

동북공정이나 독도 문제를 예로 들어보자.

'우리나라도 한때 만주에 고구려 제국이 있었다'는 팩트만으로 중국에 대응할 수 있을 것인가.

또 '지증왕 때 울릉도를 복속하였기에 독도는 우리 땅이다'는 사실로 영유권 정당성이 인정되는 것인가.

역사는 가치가 개입된 학문이다.

스스로 탐구하고, 자신의 의견을 개진해 나갈 때 비로소 역사의 본질을 학습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둘째, 수업의 질이 저하되거나 바르지 못한 역사 인식관을 확립할 우려가 있다.

교육개발원 측의 2009년 자료에 따르면 현재 국사과목을 가르치고 있는 학교 선생님의 15.4% 정도가 국사과 비전공자라고 한다.

또한 역사과목의 특성상 학생들의 흥미를 끄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기 때문에 수업시간 집중도도 현저히 떨어지게 마련이다.

결국 이런저런 이유로 수업의 질이 떨어지게 되고, 선택적 수업에 비해 전문성도 떨어지는 수업을 받게 되는 것이다.

셋째, 현재의 교육은 휘발성 교육이다.

현재와 같은 교과서와 교육 방식에는 많은 문제가 있다.

시험을 위한 공부는 자연스레 단기성을 갖게 되고, 장기적으로 머릿속에 남는 공부가 될 수 없다.

공부를 위한 공부인 셈이다. 현재 추진 중인 '수능 필수과목화'의 논리가 큰 모순을 담고 있다는 것이다.

스토리 텔링식 교육법을 채택해 흥미롭게 역사적 사실을 배우고, 역사적 가치에 대해 토론하며 직접 유적을 방문하는, 말 그대로 살아있는 수업을 해야 그 교육적 효과가 드러날 수 있을 것이다.

넷째, 국민이 역사를 알아야 한다는 당위론적 문제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국사를 배우는 것은 한국인으로서 매우 중요한 일 중 하나다.

게다가 세계화가 되면서 자국에 대한 확실한 역사인식 없이는 타 문화에 물들기 쉽기 때문에 민족의 기틀을 잡는다는 의미에서 국사 교육은 필수적이다.

그러나 초 · 중 · 고 국사교육을 의무화하고 수능에서 필수과목으로 채택한다는 것은 필요 이상의 강요라고 볼 수 있다.

중학교 때 배운 내용의 연장선이자 심화가 고등국사인데, 온 국민이 역사인식 고취를 위해 전공과는 상관없이 깊은 학습을 해야 한다는 것은 학습권의 침해라고 봐도 무방하다.

아예 배우지 않는 것이 아니라 중학교 때 기본 교육은 하기 때문에, 고등교육 이상부터는 역사학에 관심 있는 학생들 위주로 선택적 전문 교육을 시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큰 논란이 되고 있는 이번 국사 논쟁 속에서 찬성이나 반대 측 모두 동의하는 부분은 2009년 이후 교육과정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사실이다.

역사 교육 방식에 변화를 주지 않는 이상, 필수든 선택이든 근본적 문제점이 바뀌지 않는다는 점을 교육 당국이 명심했으면 한다.

정재희 생글기자 (광남고 3년)fkdleps25@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