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 “금융 회사들이 폭리 취하지 못하도록 하기위해 필요”

반 “저신용자들이 오히려 돈을 빌리지 못할 수 도 있어”

정치권을 중심으로 법정 최고 이자 수준을 현행 40%에서 30%로 내리고 금융회사나 대부업체에서 돈을 빌릴 때도 30%의 이자 상한을 적용하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한나라당은 최근 모든 대출금리를 최고 연 30%로 제한하는 내용으로 이자제한법을 개정해 4월 국회에서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현행 이자제한법은 최고금리를 40%로 하고 있는데 (실제로는 시행령에서 30%로 정하고 있음) 이를 30%로 내리고 이 법의 적용 대상을 대폭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현재 이자제한법이 적용되는 금전거래는 개인 간의 거래와 미등록 대부업체와의 거래에 국한되는데 앞으로는 모든 금융회사에서 돈을 꿀 때도 30%를 넘는 이자는 내지 않아도 되도록 법을 개정하겠다는 얘기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저축은행 신용카드 캐피털사 등은 물론 대부업체로부터 돈을 꿀 때도 이자를 30% 이상 내지 않아도 된다.

현재 대부업의 경우에는 최고 연 44%까지 이자를 받을 수 있도록 되어 있으나 이것도 30%로 제한된다.

한나라당은 물론 야권에서도 유사한 내용으로 이자제한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정치권이 앞을 다투어 최근 이자제한법 개정에 관심을 기울이는 이유는 내달 4 · 27 재보선을 앞두고 '표'를 의식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고금리로 고통을 겪고 있는 서민들의 이자 부담을 줄여주겠다는 것이니 일단 표심을 얻는 데 무조건 유리하다고 보는 것도 당연하다.

하지만 이자의 상한을 법으로 제한하는 것이 과연 옳은지,그 상한을 갑자기 내리는 것이 정말로 고금리 자금을 쓰고 있는 서민들에게 도움이 되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많은 논란이 있다.

⊙ 이자 제한 찬성론, "제도권 금융회사들의 폭리를 낮추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한나라당 서민정책특별위원회에서 마련한 이자제한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이범래 한나라당 의원은 "제도권 금융회사가 사채이자보다 더 높은 이자율을 보장받고 있는 모순을 해결해야 한다"며 법안 개정의 당위성을 역설한다.

'이자율 상한을 점진적으로 낮춰야 한다'는 일부의 주장에 대해서는 업계의 이익을 보호하려는 의도라며 수요자인 국민을 위하는 입법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의원의 주장은 지난해 이명박 대통령이 미소금융 현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한 민원인이 연 40~50%대의 이자를 내고 있다고 말한 것을 듣고 "대기업 계열 캐피털 회사의 이자율이 이렇게 높은 것은 사회 정의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다분히 의식한 것이다.

1998년 이자제한법이 일시적으로 폐지(이자제한법은 2007년부터 다시 시행됐음)된 후 대부업체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사채시장을 이용하는 서민들의 금리 부담은 1998년 이전에는 평균 24~36%였으나 폐지 이후에는 연 평균 200%를 넘었다고 주장하며 이자제한법의 필요성 내지는 법정 이자의 상한선을 낮출 필요성이 크다는 주장도 있다.

금리 상한을 낮출 경우 제도권 금융회사들이 사실상 등록 대부업체와 다름 없는 고금리 영업을 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측면에서도 이자 상한을 낮추는 게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심지어 일부 여신금융회사들은 과거에 더 높은 금리를 받기 위해 여신금융전문업 등록을 반납하고 대부업으로 전환한 사례도 있는데 이는 금융산업의 건전한 발전에도 역행한다는 것이다.

⊙ 이자 제한 반대론, "저신용자들을 오히려 불법 대출로 내몰 뿐이다"

저축은행 신용카드사 캐피털사 등은 "연 30%로 대출이자를 제한하는 것은 업계를 고사시키는 것은 물론 저신용 대출자의 상당수를 사금융으로 내몬다"며 반대하고 있다.

이들은 현재 자신들의 조달금리가 평균 36~38%인데 대출금리를 30%로 제한하면 역마진이 생겨 소액 신용대출이나 7등급 이하 저신용자 대출은 사실상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지금도 44%까지 이자를 받을 수 있는 대부업체들은 "30%까지만 이자를 받으라고 하면 신용이 낮은 사람들에 대한 대출을 줄일 수밖에 없다"며 "그렇게 되면 제도권 대출을 받기 어려워진 저신용자들은 고금리를 무릅쓰고 불법 대출로 몰릴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결과적으로 고리대의 고통으로부터 서민들을 보호한다는 좋은 명분과 의도에도 불구하고 이자를 법으로 제한하고 그 상한을 낮추는 것은 자칫하면 서민들에게 더 큰 부담을 지울 수도 있다는 얘기다.

금융위원회는 법정 최고 이자를 낮추자는 취지에는 동감하지만 너무 갑작스레 낮추는 것은 부작용이 클 수도 있다며 그 속도와 폭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조심스런 입장이다.

실제 일본에서는 지속적으로 대출이자 상한을 이자제한법을 통해 낮춰왔는데 그런 와중에 제도권 대출은 크게 줄었고 등록 대부업체 수도 역시 감소했다는 게 금융위의 설명이다.

결과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불법 사채시장으로 흘러들었다는 얘기다.

따라서 이자율을 법으로 묶기보다는 당장 충분하지는 않더라도 서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금융서비스를 확대하고 그에 대한 접근 기회를 늘리는 것이 더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게 반대론자들의 주장이다.

⊙ 마이크로 크레디트 등의 확충이 더 시급한 과제

각종 법과 제도는 일단 만들어진 뒤 실제 이들을 만들 때 의도했던 결과를 가져오는 것이 있는 반면 의도했던 것과는 아주 다른,때로는 정반대의 결과를 가져오는 경우도 있다.

이자를 법으로 제한하는 것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아무리 좋은 뜻으로 시작됐지만 정책의 대상이 되는 사람들에게 오히려 더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 바로 이자제한법이다.

따라서 이자제한법을 부분적으로 손질하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각종 서민 전용 금융인 마이크로 크레디트를 우선적으로 늘려가는 것이 실질적으로는 서민들에게는 더 효과적인 대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김선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st@hankyun.com

용어설명

◆마이크로 크레디트(micro credit)

제도권 금융회사를 이용하기 힘든 금융 소외계층(저소득자, 저신용자)을 대상으로 창업 운영자금 등의 자활 자금을 무담보,무보증으로 지원하는 소액대출사업을 말한다.

국내 마이크로 크레디트 사업은 2009년 12월 정부 주도로 시작됐는데 기업과 금융기관에서 출연한 기부금과 휴면예금 등의 자금을 재원으로 미소금융재단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


<연합뉴스 3월22일자 보도기사>

한나라당이 최고금리를 연 30% 이하로 낮추는 이자제한법 개정을 추진하는 것과 관련,서민금융 업계가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22일 금융감독당국과 업계에 따르면 저축은행중앙회,여신금융협회,대부업협회 등 3개 단체는 이날 오후 대책회의를 열어 이자제한법 개정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이들 단체는 공동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업권별 자금조달 금리와 신용도별 대출액 및 대출금리 책정 방식을 따져 점진적인 금리 인하 방안을 국회에 제시할 계획이다.

저축은행,여신금융(카드 · 캐피털),대부업계는 이자제한법 개정이 업계를 고사시키는 것은 물론 수백만명의 대출자 가운데 상당수를 사금융으로 내몬다는 점을 내세워 반대하고 있다.

최고금리 제한으로 대다수 업체가 손해를 감수하지 않는 이상 영업을 할 수 없고,결국 제도권 대출을 받지 못한 대출자들이 고금리를 무릅쓰고 불법 대출을 받게 된다는 것.현재 이들 3개 업권 가운데 대출금리가 가장 높은 대부업계의 경우 상위 20개사의 대출원가가 평균 38%로,최소 8%포인트의 역마진이 생긴다는 게 업계의 계산이다.

이와 관련해 당국은 이자제한법이 개정되면 당장 자본력이 뒷받침되는 몇몇 업체를 제외하고 대부분 정상 영업이 어려울 것으로 추정했다.

실제로 일본계 자금을 들여온 대부업계 2위 산와머니의 경우 법 개정을 전제로 국내 시장에서 철수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대부업협회 관계자는 "7등급 이하 저신용자 대출은 앞으로 취급하지 말라는 뜻이나 다름없다"며 "국회가 서민의 금융 이용 실태를 제대로 알고 법안을 만드는 건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