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과이익공유 · 전·월세 상한제 · 징벌적 손해배상 '논란'

⊙ 찬성="초과이익에 협력사도 기여"

[Cover Story] 정부가 왜 시장에 개입하지?…혹시, 시장이 잘못돼서?
정 위원장의 초과이익공유제 주장은 "초과이익이 나는 것은 대기업 스스로의 노력도 있겠지만 중소기업의 노력도 있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이는 "이익 공유의 대상을 주주나 임직원뿐 아니라 협력기업으로 확산시키겠다"는 논리로 이어진다.

초과이익은 연초 기업이 정한 목표이익과 연말에 나오는 실제 이익을 비교하면 산출할 수 있다는 게 정 위원장의 설명이다.

현실에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에 대해선 "대기업이 초과이익의 일부를 활용해 기술협력 기금 등을 만들고,정부는 그 결과를 동반성장지수 평가에 반영해 세제 혜택을 주는 방안"을 제시했다.

초과이익공유제 선택 여부는 "대기업이 자율적으로 결정할 문제"라고 한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김동선 중소기업청장,이재오 특임장관 등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윤 장관은 "경제학으로 보면 대기업이 여러 중소기업을 상대로 하는 수요 독점으로 인한 피해를 시정하고 공정거래 여건을 조성하자는 차원"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이 장관도 지난 21일 자신의 트위터에 "이익이 예상보다 많이 생기면 중소기업에 기술 개발비도 좀 지원해주고 중소기업도 스스로 성장할 수 있도록 상생하자는 것인데 무슨 교과서에 없느니 자제해 달라느니 왜 그러는지 알 수 없다"고 썼다.

⊙ 반대="손실도 공유할 건가"

그러나 반론이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대기업이 초과이익을 협력사와 공유해야 한다면 손실이 났을 때는 어떻게 할 것이냐는 문제가 생긴다.

재계 관계자는 "초과이익을 공유하려면 손실도 공유해야 하는데 사회적 합의가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초과이익이란 개념도 애매하다는 지적이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연초에)이익 추정치를 공개하라고 하면 기업 대부분이 달성이 어려운 목표치를 내놓을 것"이라며 "반강제적으로 이익을 빼앗기는 상황에서 어느 기업이 적정 이익을 발표하겠느냐"고 꼬집었다.

모 대기업 관계자는 "글로벌 기업의 이익은 경쟁 업체의 행보,원자재 가격,금융시장 동향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수시로 바뀌기 때문에 연초에 이익 규모를 추산하라는 것은 무리한 요구"라고 말했다.

중소기업 간 공정한 게임의 규칙이 무너진다는 반론도 있다.

초과이익공유제가 이미 대기업 납품권을 확보한 중소기업의 보호막 역할을 하면서 새로 납품권을 따내려는 기업이 설 자리를 잃게 된다는 것이다.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이 "초과이익공유제는 기업 내에서 사용자와 노동자가 성과를 배분하는 개념으로 기업 간에는 적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인 것도 이런 점들을 의식한 때문이다.

시장경제 원칙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건희 삼성 회장은 "사회주의 용어인지,공산주의 용어인지 들어본 적이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고,홍준표 한나라당 최고위원은 "급진 좌파적 생각"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서승환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마디로 시장경제와는 거리가 먼 포퓰리즘적 정책"이라고 평가했다.

⊙ 전 · 월세 상한제는 선거용 정책?

전 · 월세 상한제는 원래 야당인 민주당의 당론이다.

그런데 여당인 한나라당이 지난 16일 민주당과 유사한 내용의 전 · 월세 상한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히면서 논란이 됐다.

전 · 월세 가격 상승이 극심한 지역을 전 · 월세 거래 관리지역으로 지정해 임대료 상한선을 고시하겠다는 게 여당의 구상이었다.

임대인이 상한선 규정을 위반한 경우 과징금 부과나 형사처벌을 하는 제재 수단도 함께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자 당내에서조차 선거를 앞둔 무리수라는 질타가 이어졌다.

전여옥 의원은 "분양가 상한제 실패에서 보듯 이면계약과 같이 생각지 못한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한성 의원도 "전세 대란이 워낙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다 보니 당 차원에선 표를 의식하고 이 같은 대책을 내놨다"며 "어떤 방식으로든 상한제의 부담이 임차인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시장 반응도 싸늘하다. 권주안 주택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공정시장 임대료 등 기술적 부분들이 많이 검토되고 데이터도 축적돼야 한다"며 설익은 제도 도입의 부작용을 우려했다.

어느 정도 임대료가 적정한지,전 · 월세 거래 관리지역을 어떻게 정할지 고민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니라는 얘기다.

주무부처인 국토해양부도 부정적 입장이다. 예상보다 반응이 신통치 않았기 때문인지 여당은 전 · 월세 상한제 도입 계획을 밝힌 지 1주일 만에 "당론으로 추진할 계획이 없다"며 꼬리를 내렸다.

⊙ 민법과 충돌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

[Cover Story] 정부가 왜 시장에 개입하지?…혹시, 시장이 잘못돼서?
지난 10일 국회 정무위원회를 통과한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는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유망 기술을 가로챘을 때 피해액의 3배를 배상토록 하는 제도다.

대기업의 중소기업 기술 탈취를 막기 위해 말 그대로 '징벌적인 손해배상' 부담을 지우자는 것이다.

또 기술 유용 과정에서 고의나 과실이 없다는 것을 대기업이 입증하도록 했다.

당초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해 발의한 하도급법 개정안에는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빠져 있었다.

그러나 한나라당과 민주당 등 여야가 하도급법 개정안 처리를 위해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에 전격 합의하면서 법제화가 추진되고 있다.

공정위가 이 제도에 부정적인 이유는 반(反)시장적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제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현행 법률 체계와 충돌할 위험이 있다.

민법 393조는 손해배상의 범위에 대해 '통상의 손해를 그 한도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손해액만큼 배상하는 게 원칙이라는 얘기다.

과잉금지와 비례원칙 등이 모두 여기에 해당하는 법 개념들이다.

결국 실손해의 3배를 보상하게 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하려면 민법부터 우선 개정해야 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미국에선 대규모 가격 담합 등에서만 제한적으로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가 적용되고 있다.

중소기업 기술 유용을 어떻게 판단할지 여부도 논란이다. 이철행 전국경제인연합회 기업정책팀장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기술협력이 많은데 거래관계가 끊겼을 경우 기술을 이용하는 대기업을 '유용'이라고 고발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징벌적 손해배상제와 함께 중소기업협동조합에 납품단가 조정 협의권을 부여하는 문제도 향후 논란이 불거질 수 있는 대목이다.

원자재 가격 등이 오를 경우 중소기업협동조합이 개별 기업들을 대신해 대기업과 납품단가 조정을 협의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게 이 제도의 취지다.

대기업들이 "너무 과도한 부담"이라며 반발하면서 정치권은 일단 2년간 도입을 유보하기로 했지만 그 이후에 도입 논의가 되살아날 수 있다.

주용석 한국경제신문 경제부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