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째 訪韓… 공항에 환영인파
[Focus] 세계 3번째 부자…주식투자로 번 돈 대부분 사회환원 '오마하의 賢人'
'투자의 신(神)''오마하의 현인(Oracle of Omaha).'

주식투자로만 56조원(500억달러)의 거부를 일군 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회장(81).

세계 세 번째 부자로 꼽히는 그에겐 이처럼 여러 별칭이 따라다닌다.

그에 대한 표현은 많지만 '존경받는 부(富)'를 대변하는 롤모델이라는 평가는 어디에서건 일치한다.

재산 대부분을 사회에 환원키로 하는 등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의 길을 실천했기 때문이다.

물론 미국의 세금 제도가 우리와 다른 점이 있지만 그는 투자 세계에서 왕이자 대통령이다.

그의 말 한마디에 세계 주식시장이 주목한다.

그가 거론한 회사는 곧바로 '대박주'로 떠오르기 일쑤다. 이른바 '버핏 효과'다.

그와의 한끼 식사를 위해 내로라하는 사업가들이 매년 수십명씩 줄을 서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한끼 식사값이 무려 24억원이다.

한국 회사 대구텍(전 대한중석광업)에 1000억원을 추가 투자하기 위해 최근 두 번째로 한국을 방문했을 때도 버핏 현상은 재현됐다.

환영인파가 공항에 몰렸고,관련 주식들이 요동쳤다.

그에 대한 열광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 천재 꼬마 사업가

그는 올해 포브스가 평가한 자산 기준 세계 3위 갑부다.

멕시코 통신재벌 카를로스 슬림(704억달러)과 빌 게이츠(560억달러) 등 단 두 명만이 그보다 많은 재산을 가졌을 뿐이다.

그가 투자자는 물론 일반인들로부터도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는 것은 '무에서 유'를 창조한 '순수투자'의 살아 있는 성공 교과서이기 때문이다.

1930년 미국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에서 태어난 그는 어려서부터 복잡한 수치 계산에 능했다.

8세 때부터 주식책을 읽었고,13세 때에는 신문배달로 돈을 벌었다.

이렇게 번 돈 25달러로 중고 핀볼 게임기를 사들여 이발소에 설치해 1주일에 50달러를 벌었다.

또 350달러를 주고 구입한 중고 롤스로이스 자동차로 하루 35달러의 임대수입을 벌기도 했다.

주위에선 '사업 천재'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그가 처음 주식투자에 뛰어든 것은 1956년 주식회사 형태의 조그만 투자펀드를 만들면서부터다.

10만5000달러의 자본금으로 시작한 이 펀드는 이후 13년 동안 평균 29.5%의 수익률을 달성했다.

이 기간 중 한번도 손해를 보지 않았다. 반면 주식시장은 5년 동안이나 하락했다.

버핏은 펀드운용 수익을 바탕으로 1969년 벅셔해서웨이라는 작은 섬유회사의 지분을 사들였다.

이후 35년 동안 이 회사의 주당 가치는 19달러에서 3만7000달러로 치솟았다.

⊙ 가치투자의 대부

버핏의 성공 비결은 '가치투자의 대부'라는 그의 또 다른 별명에 함축돼 있다.

저평가된 한두 종목을 싸게 사들여 오래 가지고 간다는 게 기본 원칙이다.

여러 종목에 투자해 위험을 분산시키는 '포트폴리오'투자 기법과는 거리가 있는 전략이다.

때문에 좋은 회사 고르기에 무엇보다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얼마나 많이 아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자세히,정확히 아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또 "10년 뒤에 어떤 모습이 돼 있을지 상상하기 쉬운 회사를 좋아한다"고 그는 늘 강조한다.

애플이나 삼성전자 같은 첨단 기업의 10년 후보다는 코카콜라의 10년 후가 예측하기 더 쉽다는 얘기다.

특히 좋은 기업의 주식이라는 확신이 들 경우 가능한 한 많은 주식을 사두라고 조언한다.

실제 그는 1962년 펀드 자산의 40%인 1300만달러를 아메리칸익스프레스카드에 쏟아부었다.

이 회사가 비리의혹에 휘말리면서 주가가 하루 만에 65달러에서 35달러로 폭락하자 과감하게 주식을 매집한 것이다.

아메리칸익스프레스 주가는 2년 후 3배로 뛰었다.

면도기 업체인 질레트 주식을 15년간 투자한 것은 '장기투자 원칙'의 대표적인 사례다.

질레트 주식총액은 이 기간 6억달러에서 46억달러로 8배가량 뛰었다. 일본 대지진에도 "주식을 팔지 않았다.

오히려 살 기회"라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한국에도 거액을 장기투자하고 있다. 각종 절삭기 제조업체인 대구텍(2000억원) 외에도 2007년 "주식을 가지고 있다"고 공개한 포스코 지분 4.5%도 여전히 보유 중이다.

이와 관련,그는 최근 국내 기자회견에서 "포스코는 놀라운 철강회사(incredible steel company)"라고 극찬하기도 했다.

⊙ '존경받는 부'의 상징

억만장자임에도 그는 소박하다.

52년 전 고향 오마하에서 구입한 3만1500달러짜리 주택에서 여전히 산다.

고급 레스토랑보다 햄버거와 콜라를 더 좋아한다. 중고차를 몰고 동네 이발소에서 머리를 깎은 모습은 영락없는 옆집 할아버지다.

최근 인천공항 입국장에서 보여준 헐렁한 운동복 차림에 대해 네티즌들은 '공항패션 종결자'라는 별명을 붙여주기도 했다.

그 많은 재산은 어디에 있을까.

그는 재산 99%를 사회에 기부하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음악가인 그의 아들 피터 버핏은 최근 "아버지가 물려준 것은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라는 가르침이었다"고 말했다.

2004년 첫 번째 아내인 수전 버핏이 세상을 뜨자 그녀의 유산 25억달러를 모두 기부했다.

아예 빌 게이츠와 조지 소로스,테드 터너 등 17명의 억만장자를 모아 "재산 절반 이상을 사후에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약속까지 받아내는 등 '슈퍼 리치(super rich)'들의 연대까지 이끌어냈다.

'버핏이 부의 개념을 바꾸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우리나라는 자선재단 기부금에 높은 세금을 매기기 때문에 미국과 비교하기 힘들다. )

대통령부터 꼬마들까지 친구로 만드는 비결 중 하나가 친근감 넘치는 화술이다.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성공한 투자에 대해 그는 이렇게 말했다.

"내 인생에서 가장 잘한 두 가지 투자는 두 명의 아내에게 사준 '결혼반지들'이었다.

세 번째로 잘한 투자는 집을 산 것이다. "

이관우 한국경제신문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