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선택제는 1지망으로 학생이 속하지 않은 학군의 고등학교를 포함해서 서울 시내 어느 고등학교도 선택할 수 있게 하고, 2 · 3지망으로 학군 내의 고등학교를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이 제도는 현재 2학년을 대상으로 처음 시작돼 올해로 시행 2년차를 맞고 있다.

고교 선택제로 배정받은 학교에 대해 학생들은 만족보다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실제로 많은 학생들이 자신의 지망과 반대되는 배정 결과를 받았다는 이야기가 많다.

학생들이 지망학교와 실제로 배정받은 학교에 대한 실태를 설문 조사를 통해 분석해봤다.

설문조사는 동작고등학교 여자 신입생 154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154명의 학생 중 69%에 해당하는 106명의 학생이 1지망이 아닌 학교에 진학한 것으로 분석됐다.

더욱이 이 중 약 절반을 차지하는 52명의 학생들은 아예 지망을 하지 않은 학교에 무작위로 배정됐다.

이는 동작고를 1지망으로 선택한 학생 수인 48명을 넘는 것이다.

또 10여명의 학생들이 근거리에 있는 학교를 지망했지만 무작위 배정으로 인해 오히려 자신의 집과 거리가 먼 학교로 배정됐다.

집이 구로구에 있다는 한 학생은 "고교 입학 후 처음으로 동작고에 대해 알게 됐다.

구로구에 사는 사람이 왜 동작구의 학교에 배정된 것인지 모르겠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고교 선택제도에 대해 한 학생은 "고교 선택제를 통해 자신이 희망하는 학교에 진학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

그러나 많은 학생들이 실제로는 지망과 상관없이 집 근처의 학교들로

진학하게 돼 제도의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다른 학생은 "학생을 배정하는 과정이 불투명하며 대부분 무작위 배정을 당해 이른바 학생들 사이에선 '복불복'이라고 불린다"고 전했다.

이런 현상이 일어난 첫 번째 이유는 일부 강남 8학군 학교에 학생들이 몰린 것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실제로 동작고를 지망하지 않았으나 동작고에 배정된 학생의 대부분이 강남, 서초에 위치한 학교에 지망한 학생들이다.

이처럼 많은 학생들이 강남, 서초 지역의 고등학교에 지망했지만 뽑힐 수 있는 정원이 한정되면서 많은 학생들이 떨어졌다.

이로 인해 강남,서초 지역의 학교에 진학하기를 희망했던 다른 지역의 학생들은 결국 2 · 3 지망의 학교로 배정되거나 그 외의 학교에 배정됐다.

두 번째 이유는 고교 선택제가 학생들의 지망 자체에 기준을 둔 제도여서 1차에서 탈락한 학생들의 경우 거주 지역에 대한 배려가 거의 없었다.

이 때문에 많은 학생들이 결국 집 근처의 학교를 두고 멀리 통학해야 하는 결과가 나와 재배정을 신청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사실 동작고등학교는 서울에서 중위권 정도의 학교다.

또 강남 8학군 인근에 위치해 근처 동네의 학생들 대다수가 8학군 지역의 고등학교를 지망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지만 학교에 대한 지망 여부와 실질적 진학 여부가 심하게 불일치하는 것은 학교보다는 제도 자체의 문제로 보인다.

서울시 교육청은 고교 선택제를 단순히 시행하는 데 그치지 말고 지망에 따른 배정 결과 등을 면밀하게 재분석해 문제점을 해결해야 한다.

이유경 생글기자(동작고 3년) leeyk93@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