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아웃도어 회사가 한국 10대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세계 아웃도어 업계 2위로 부상했다.

흔히 제2의 교복이라고 불리는 '노스페이스' 이야기다.

최근 몇 년간 길거리에서 이 회사의 눕시 다운재킷을 입는 학생이 많아졌다.

심지어 한 학급 학생들이 모두 같은 제품을 입고 찍은 사진이 인터넷에 올라오기도 했다.

이 밋밋한 검은색 다운재킷에는 어떤 비밀이 숨어 있는 것일까.

최근 같은 신드롬이 일어나기 이전에도 이 재킷은 아웃도어 업계 부동의 1위였다.

눕시 재킷은 1997년 처음 선보인 이후 시즌마다 10만장 이상씩 꾸준히 팔리는 대표적인 '스테디셀러'였다.

하지만 아웃도어 시장을 넘어 교실을 점령한 '사건'에 대해서는 회사 측에서도 의아스럽다는 반응을 보인다고 한다.

특별히 10대를 겨냥해 마케팅을 한 것도 아니고,그렇다고 10대 취향에 맞는 튀는 디자인을 채택한 것도 아니었다.

기본적으로 이 브랜드는 품질이 좋다는 평을 듣고 있다.

이미 전문 산악인들에게 검증을 받았다.

신소재를 접목해 시장을 장악해 나가고 있었다. 품질면에서 소비자의 신뢰를 확보한 것이다.

업계에서 처음으로 스타 마케팅을 활용한 것도 인지도 상승에 큰 효과를 가져왔다.

지금은 흔한 일이 됐지만 과거엔 '산악인'을 모델로 내세우는 일이 없었기에 그 효과는 성공적이었다.

이런 대중성과 전문성의 괴리에서 오는 역설이 바로 노스페이스 인기를 설명할 수 있는 유일한 단서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하지만 가장 큰 요인은 신드롬을 형성하기 시작한 제품인 눕시 재킷이 어두운 색상의 교복과 무난히 잘 어울리고, 다른 제품에 비해 비교적 저렴하기 때문으로 추측된다.

소수 학생들의 입바람을 타면서 브랜드가 알려졌다. 자연스레 다른 품목에 대한 매출도 상승했다.

이른바 '고등학생의 힘'이 엄청난 구매력을 보여줬다고 할 수 있다.

홈페이지 방문객의 59%가 10~20대임을 간파해 최근 캐주얼한 제품을 다수 내놓은 것도 유행에 불을 지피는 중요한 요인이 됐다.

학생들이 많이 입는다는 점에서 문제점도 노출되고 있다.

학생들의 머릿속에 자리잡게 될 '잘못된 소비인식'과 '무분별한 소비'이다. 잠재적 구매층으로 합리적인 소비 구조를 익혀야 할 나이에 또래를 모방해 소비하는 법을 익힐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이들이 성장해 주 소비층으로 자리잡게 될 경우 모방소비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또 이런 '밴드왜건' 효과로 인해 자원이 비효율적으로 분배되는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

특정 상품에만 과하게 수요가 몰릴 경우 다른 곳으로 고르게 분배돼야 할 재화가 한곳에 몰리면 사회 전체적으로 손실이 발생한다. 유행이 끝나면 막대한 재고가 쌓여 가격이 폭락할 수도 있다.

자원이 낭비되는 것이다.

이 신드롬이 언제까지 계속될지는 모른다.

분명한 사실은 이런 고르지 못한 소비 패턴은 올바른 방향이라고 볼 수 없다는 점이다.

잠깐의 유행은 있을 수 있지만 이런 '지속적인' 신드롬은 시장에 좋은 영향을 끼치지는 않을 것이다.

정재희 생글기자 (광남고 3년)fkdleps25@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