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줄만 알았던 물물교환이 다시 등장해 사람들에게 놀라움을 선사하고 있다.

캐나다에 사는 28세의 카일 맥도널드는 2007년 집을 장만했는데 자금 마련이 특이했다.

자비도 아니고 대출받은 돈도 아니었다.

그는 오직 인터넷을 통한 물물교환만으로 집을 마련했다.

빨간 클립 한 개에서부터 교환을 시작한 그는 자신의 성공담을 적은 책 '빨간 클립 이야기'에서 물물교환이 자신에게 가져다 준 기적을 소개했다.

과거의 물물교환은 득보다 실이 더 많은 방식이었다.

우선 물건을 바꾸려는 사람은 자신이 원하는 물건을 누가 가지고 있는지 스스로 찾아 다녀야 했다.

시간적으로,금전적으로 막대한 탐색비용이 들어가는 일이다.

설령 그런 상대를 찾았다 하더라도 상대방이 나의 물건을 원하지 않을 수도 있었다.

이런 경우 상대방이 원하는 물건을 누가 가지고 있는지 다시 찾아봐야 했다.

판매자는 물건을 직접 보여주며 상품의 질과 신뢰도를 입증해야 했기 때문에 물건을 휴대하는 비용도 만만치 않았다.

만약 물건이 크고 무거운 것이라면 더욱 비용이 커졌다.

판매자는 시장에서 거래비용이 실제 물건의 가격보다 더 큰, 말 그대로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을 걱정해야 할 만큼 부담이 컸다. 때문에 물물교환을 대체하는 화폐는 빠르게 발전했다.

반대로 물물교환은 쇠락했다.

그러나 인터넷은 물물교환의 단점을 보완하면서 물물교환이 다시 활성화되게 했다.

전 세계를 하나의 권역으로 연결한 인터넷을 통해 판매자는 자신이 원하는 소비자를 찾는 수고를 덜었다.

사진이나 동영상을 통해 물건을 소개할 수 있기 때문에 비용도 줄었다.

인터넷을 사용하면 탐색비용과 거래비용이 적게 들어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물건을 인터넷에 올리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맥도널드가 겪은 것과 같은 '기적'이 탄생할 수 있었다.

하지만 물물교환이 편리해졌다고 해서 사람들이 물물교환에 더 많이 참여하게 된 이유를 설명할 수는 없다.

쉬워진 물물교환보다 더 쉬운 방법은 일반 화폐로 거래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일정한 양의 화폐 구매력은 우리나라 어디서나 동일하기 때문에 가치가 분명하지 않은 물건끼리 교환하는 것보다 더 빨리 물건을 구입할 수 있다.

화폐에는 없는 물물교환만의 장점은 아이러니하게도 물건끼리 교환한다는 것이다.

그것도 그냥 일반 물건이 아니라 자신이 아끼던 물건이 대부분이다.

사람들은 고장이 나거나 낡고 해진 물건을 물물교환시장에 내다 놓지 않는다.

자신도 그런 물건이 다른 사람의 이목을 끌 만큼 상품성이 있다고 보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다수 사람들은 자신이 아끼지만 피치 못할 사정으로 인해 포기해야 하는 물건을 내놓는다.

이런 물건들은 대체로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

가령 돌잔치 때 집었던 연필이라든지,용돈을 모아서 처음으로 산 자전거는 세상에서 하나뿐인 것이고 그 가치는 어느 것에 비할 수 없을 만큼 크다.

물물교환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이와 같은 상대적 가치도 가격표에 새긴 명시적 가치와 함께 고려한다.

맥도널드가 빨간 클립 한 개를 명시적 가치가 큰 다른 물건과 바꿀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이와 같은 이유에서다.

지구촌이란 말이 어울리게 인터넷을 통해 사람들은 더욱더 가까워지고 있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를 통해 만나보지도 않은 사람들과 친구가 될 수도 있고,안면도 없는 사람으로부터 고민에 대한 조언을 들을 수 있다.

물건에 얽힌 다른 사람의 일화를 듣고 물건을 교환하는 물물교환도 이와 다르지 않다.

물물교환이 지구촌 시대에 사는 우리들에게 의미 있는 거래가 되길 기대해 본다.

김태환 생글기자(화곡고 3년) strong97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