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었을 때 고생은 앞으로 미래를 살아가는 데 큰 힘이 될 것이다. "

대한민국 교육부 차관의 명언이다. 이 말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많지 않다.

하지만 그 고생이 대학 등록금을 갚아 나가야 하는 문제라면 말은 달라진다.

대학 등록금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학생들의 시름이 깊어만 가고 있다.

1999년 이후 지난 10년간 대학 등록금 인상률은 국공립대가 약 115%,사립대가 80.7%였다.

같은 기간 물가상승률이 35.9%인 것을 감안하면 이런 살인적인 등록금 상승률이 단순히 물가 탓이라고 말하긴 어려워진다.

정부는 대안으로 저이율 학자금 대출 방안을 내놓았지만 약간의 이자율 차이만 보일 뿐 졸업과 동시에 학자금 빚이 생기고,그 빚을 갚기 위해 학생들이 허덕이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문제점은 여전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로 그 범위를 넓혀보자.

685만원이라는 평균 대학 등록금을 자랑하는 대한민국을 상회하는 국가는 미국밖에 없다.

이들의 연간 등록금은 약 1억원 정도라고 한다.

그러나 '졸업할 때 빚지고 졸업하는' 대한민국 대학생들과 '졸업할 때 빚지지 않는' 미국 대학생들 사이엔 큰 차이점이 있다.

미국의 경우 가족 수입이 6만달러 이하인 경우 학비를 내지 않고,12만달러 이하일 경우 수입의 10% 안에서만 내도록 한 것이다.

프랑스의 경우 대부분의 비용을 국가에서 부담해 주기에 학생들은 배움의 의지만 있다면 돈 걱정 없이 공부만 열심히 하면 된다.

한국과는 대정부적 교육 철학 자체가 다른 것이다.

한국의 대학들은 어떤가? 교육에 대한 질 향상은 뒤로 한 채 대학 등록금을 이용해 부동산 투기를 한다거나 펀드를 통해 수익을 내는 등 '돈 벌이'를 위해 눈에 불을 켜고 있다.

정부 역시 대학 등록금 인상폭에 대한 적절한 규제안을 제시하지 못한 채 말뿐인 행정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분석이 나오기도 한다.

대학의 목적은 영리가 아닌 참된 교육을 통한 인재 양성이다.

그 기본 철학을 굳건히 지켜나갈 때 비로소 국가를 이끌어 나갈 인재가 배출되고,국가의 위상을 드높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살인적인 대학 등록금 인상이 지속된다면,학문에 대한 열정은 충만한데 등록금이 부족해 학업을 이루지 못하는 젊은 인재들은 해외로 눈을 돌리게 되고,결국 눈 뜨고 인재를 빼앗기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

학생이 가진 배움의 신성한 권리가 금전적 문제로 인해 더 이상 침해되어서는 안 된다.

대학들이 잇속 채우기보단 더 많은 연구 보조금을 책정하고,더 높은 수준의 강의를 배당해 타국에 뒤처지지 않는 최고의 교육 기관으로 거듭나길 당부한다.

정재희 생글기자(광남고 3년) fkdleps25@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