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이면 잠을 덜 깨 졸음과 함께 살 속을 파고드는 찬바람과 싸워야 하는 새 학기가 시작되었다.

하지만 모두들 올해만큼은 공부를 잘해 보자는 결심이 가득한 얼굴로 학교생활을 시작하기에 추위나 졸음을 탓하지는 않는다.

아마도 이번 새 학기를 시작하는 모든 학생들은 이런 마음과 각오로 시작할 것이다.

그러기에 어떠한 어려움도 이겨내고 공부에 전념하겠다는 생각을 저마다 가진다.

나아가 무한 경쟁의 시대에서 남보다 더 공부를 잘해 좋은 성적을 거두고 더 좋은 학교와 학과에 진학하겠다는 각오를 다진다.

그것이 곧 대부분의 학생들이 생각하는 부모님께 효도하고 학교를 빛내며 자신을 위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흔히들 10분 더 공부하면 남편의 직업이 바뀌거나 아내의 얼굴이 바뀐다는 세속적인 생각도 학생들에게는 다분히 설득력이 있다.

얼마 전 일부 지역의 교육청에서는 그간 고등학교에서 해 오던 심화반 운영과 0교시 수업 등을 전면 금지하고 방과후 야간 자율학습 운영시간도 대폭 단축한다는 발표가 있었다.

여기에 야간 자율학습과 방과후 수업 참여 여부도 학생과 학부모가 자율적으로 선택하도록 했다.

지나친 입시 경쟁 교육을 지양하는 대신 학교 교육을 정상 운영한다는 취지에서라고 한다.

이런 배경에는 학생과 학부모 및 교사 대상 여론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한 조치라는 설명도 뒤따랐다.

사실 이런 조치들은 강압적이고 획일적인 공부로 피폐해진 학생들이 삶을 정상적으로 돌려놓아 꿈과 소질을 계발할 수 있는 시간과 환경을 갖게 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되고 있다.

또 학생들이 과연 지나친 입시 경쟁 교육을 지양해 자신이 필요한 특기나 적성을 살리는 공부를 해 미래의 삶에 대비하게 된다는 점에서도 긍정적이다.

아울러 강제적이고 획일적인 교육에서 파생되는 문제점을 개선하여 학생 스스로 공부하는 환경을 만들겠다는 교육당국의 의지도 엿보인다.

이런 조치에 대해 일부 학생들은 공감하기도 한다. 하지만 일부 학생들은 우려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우선 학교에서의 학습 시간이 줄었다 하더라도 입시를 앞둔 학생들은 학교에서 해오던 교육을 결국 학원에서 하도록 떠밀릴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본래 교육당국이 바랐던 의지와는 정반대 현상이 일어나게 된다.

또 학원으로 내몰리지 않는 학생들은 결국 절대적인 학습 시간이 줄어들게 된다.

그나마 학교에서 강제적으로 공부할 수 있었던 시간에 다소 차이는 있더라도 학습에 매진하는 시간으로 활용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0교시나 자율학습을 폐지하게 되면 과연 얼마나 많은 학생들이 이 시간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인가는 의문이다.

얼마 전 미국의 한 방송에서는 과연 미국의 교육이 다른 나라를 이길 수 있을 것인가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보도가 있었다.

이 보도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앞으로 미국의 발전은 교육의 강화에 있다며 현재 미국 교육 시스템으로는 이런 국제경쟁력을 따라잡을 수 없으므로 한국이나 중국처럼 강제적이고 강화된 교육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고 한다.

6 · 25 한국전쟁 직후 우리나라의 눈부신 발전 원동력은 높은 교육열에 있었다는 주장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런데 일부 지역에서의 수업 시간 단축은 어쩌면 세계가 롤 모델로 삼는 우리만의 장점을 스스로 포기하는 처사이자 시대의 트렌드에 역행하는 것일 수도 있다.

나아가 이런 '교육개혁'이 일부 지역에서만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은 또 다른 차별이 될 수도 있다.

다른 지역에서는 자율학습이나 0교시를 폐지하지 않고 오히려 학습을 강화하고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그동안 막강한 사교육을 대신해 '자주 학습'과 '공교육'으로 승부했던 지역에서의 수업 축소는 학습 시간의 감소로 이어져 결국 개천에서 용 나는 일은 더욱 일어나기 힘들게 될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다른 지역 학생들의 책장은 넘어가고 있을텐데 공부를 더 열심히 시키지 못하도록 하는 지역의 학생들은 당국의 조치가 아쉬울 수밖에 없다.

그나마 개천에서도 용이 나게 하려면 오히려 더 학습 시간을 보장하는 쪽으로 환경을 개선해야 하지 않을까.

송유진 생글기자(광주 동아여고 3년) bcadspi@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