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東 정정 불안에 치솟는 유가… 식량값 폭등은 유가보다 더 걱정
튀니지에서 시작돼 이집트를 거쳐 파죽지세로 이어질 것만 같았던 중동 민주화 바람이 리비아에서 주춤하고 있다.
리비아 내전이 장기화되면서 무아마르 카다피 국가원수를 따르는 카다피군과 반정부 시위대가 주도하는 시민군들은 수도 트리폴리를 비롯해 석유 요충지를 놓고 일진일퇴의 공방을 벌이고 있다.
카다피군은 시민군이 차지하고 있는 라스 라누프 등의 도시를 폭격하고 나섰다.
화력이 상대적으로 열세인 시민군들은 국제사회에 카다피군의 폭격을 요청하기도 했다.
이에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군사적인 개입을 고려하는 등 이 지역의 긴장은 하루가 다르게 높아지고 있다.
작년 전세계를 휩쓸었던 가뭄으로 지난 1월 초부터 촉발된 식료품 가격 급등으로 불붙은 중동 민주화 시위는 이제 정치적인 문제가 아니라 경제적인 문제로까지 번지고 있다.
중동의 정정불안은 국제 유가를 치솟게 하고 있고 전 세계는 이로 인한 물가 폭등을 경험하고 있다.
과연 유가와 물가의 향방은 어찌될 것인가?
⊙ 유가상승은 세계경제 쇼크로
중동지역의 정정불안은 늘 유가불안으로 이어졌고 세계 경제 충격의 원인이 됐다.
튀니지와 이집트에 이어 리비아 사태가 악화되면서 또 한 차례 석유파동이 일어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리비아는 하루 최대 165만배럴의 석유를 생산하는 북아프리카 최대 산유국이다.
세계 전체 석유 수출에 차지하는 비중은 약 1.7%로 큰 편은 아니다.
하지만 반정부 시위가 다른 석유수출국기구(OPEC) 국가로도 확산되고 있어 불안감은 커진다.
전 세계 원유의 약 30%를 공급하는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쿠웨이트 등지에서도 정치 · 사회적 불안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 세계 경제에 타격을 입힌 오일쇼크는 1973년과 1979년에 각각 일어났다.
제1차 석유파동은 1973년 발생한 이스라엘과 아랍권 간 중동전쟁이 석유전쟁으로 번지면서 1974년 초부터 본격화됐다.
당시 OPEC 회의에서 페르시아만의 6개 석유수출국이 원유 가격을 17% 인상했고 팔레스타인의 영토 주권을 회복하는 시점까지 매달 원유 생산을 전월 대비 5%씩 감산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때문에 국제 원유값은 1973년 배럴당 2.59달러에서 1년 만에 11.65달러로 4.5배나 뛰었다.
그해 세계경제는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제2차 오일쇼크는 1978년 말 이란의 국내 정세 혼란과 1979년 이슬람 혁명으로 인해 불거졌다.
당시 세계 석유공급량의 15%를 차지한 이란이 전면 수출 금지를 결정하자 석유업자들의 시장 조작과 매점매석이 횡행했다.
1980년 8월 이란과 이라크 간 전쟁이 발발하면서 배럴당 30달러를 돌파한 뒤 고공행진을 거듭한 유가는 1981년 10월이 돼서야 배럴당 34달러 선에서 안정됐다.
1978년의 배럴당 12.70달러와 비교해 2.7배 오른 것이다.
이때도 물가 급등으로 경제성장률이 하락하는 등 세계 경제는 어려움을 겪었다.
1990년엔 이라크가 쿠웨이트를 침공하며 벌어진 걸프전으로 유가가 배럴당 17달러에서 40달러 선까지 뛰었다.
이후 배럴당 24달러 선을 유지하던 국제유가는 2003년 미국이 이라크전쟁을 일으킨 이후 30달러 후반대로 올라섰다.
캐피털 이코노믹스 관계자는 "시위가 리비아보다 산유량이 더 많은 국가로 확산된다면 국제유가가 수주 내에 배럴당 140달러까지 치솟을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했다.
⊙ 유가보다는 식량값이 더 걱정
유가보다는 식량값 폭등 사태가 향후 글로벌 경기 회복에 더 큰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최근 로이터통신은 각 분야 전문가 인터뷰와 설문조사 결과를 인용해 "식량 가격 상승에 따른 고통이 선진국보다는 개발도상국에 집중될 가능성이 높고 이로 인해 선진국 경기 회복을 떠받쳐온 개도국의 성장엔진이 식을 수 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최근 리비아 사태 확산 여부로 관심을 끌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원유 공급이 차질을 빚지 않는 한 글로벌 소비자들의 지출 추세는 완만하게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게 로이터통신의 분석이다.
반면 식량 가격은 당분간 추가 상승할 가능성이 높아 전 세계적인 파급효과가 더 크다고 통신은 진단했다.
토마스 헬빙 국제통화기금(IMF) 연구원은 "개도국 가계에서 식량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라며 "지금 식량 문제는 어떤 문제보다 더 큰 우려를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제경제 전문가들은 원유 가격이 배럴당 110달러를 뛰어넘지 않으면 올해 글로벌 경제성장률은 0.4%포인트가량 하락하는 데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원유 가격이 배럴당 150달러까지 치솟을 확률은 10~15% 정도인 것으로 추정됐다.
⊙ "유가상승 문제없다" 낙관론도
반면 이번 사태가 또 다른 오일쇼크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낙관론도 나온다.
최근 로렌스 이글스 JP모건 애널리스트는 "역사적으로 볼때 내부 정치적 혼란으로 석유 공급이 장기간 차질을 빚은 사례를 찾아보기 어렵다"며 "오히려 새 정권이 들어설 경우 민심 수습을 위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석유 수출을 늘릴 가능성도 높다"고 설명했다.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와 뱅크 오브 아메리카의 에단 해리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유가가 2008년 최고치까지 오른다 해도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지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루비니 교수는 국제 유가가 140달러까지 오르면 "일부 선진국 경제는 더블딥에 빠지기 시작할 것"이라며 "유가가 2008년 수준으로 오르면 미국 경제의 성장 속도가 급속히 떨어지겠지만 침체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상대적으로 리비아에서 많이 생산되는 고급 석유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유럽은 다소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브렌트유가 140달러까지 올랐다가 2분기 내에 다시 하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해리스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평균 유가가 높아진다고 해도 세계 경제가 다시 침체에 빠지진 않을 것으로 봤다.
그는 "리비아 이외 지역으로 석유 생산 감축이 확산되면 유가 전망치를 다시 검토할 것"이라며 "유가가 역사적 고점을 넘어 배럴당 150달러 정도까지 올라 오랫동안 그 수준에 머물러 있으면 글로벌 침체는 실질적인 리스크로 부상하고 배럴당 200달러가 되면 글로벌 침체는 거의 확실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2008년보다 여유로운 대처의 이유가 유가 급등으로 인한 충격이 2008년보다는 크지 않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글로벌 경제가 2008년 금융위기와 경기침체의 시기에 유가 급등세를 경험하면서 갖게 된 이른바 '학습효과' 덕분이라고 분석했다.
소비자와 기업들이 유가 급등을 경험하면서 고유가에 대비할 수 있는 자세를 갖추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임기훈 한국경제신문 기자 shagger@hankyung.com
튀니지에서 시작돼 이집트를 거쳐 파죽지세로 이어질 것만 같았던 중동 민주화 바람이 리비아에서 주춤하고 있다.
리비아 내전이 장기화되면서 무아마르 카다피 국가원수를 따르는 카다피군과 반정부 시위대가 주도하는 시민군들은 수도 트리폴리를 비롯해 석유 요충지를 놓고 일진일퇴의 공방을 벌이고 있다.
카다피군은 시민군이 차지하고 있는 라스 라누프 등의 도시를 폭격하고 나섰다.
화력이 상대적으로 열세인 시민군들은 국제사회에 카다피군의 폭격을 요청하기도 했다.
이에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군사적인 개입을 고려하는 등 이 지역의 긴장은 하루가 다르게 높아지고 있다.
작년 전세계를 휩쓸었던 가뭄으로 지난 1월 초부터 촉발된 식료품 가격 급등으로 불붙은 중동 민주화 시위는 이제 정치적인 문제가 아니라 경제적인 문제로까지 번지고 있다.
중동의 정정불안은 국제 유가를 치솟게 하고 있고 전 세계는 이로 인한 물가 폭등을 경험하고 있다.
과연 유가와 물가의 향방은 어찌될 것인가?
⊙ 유가상승은 세계경제 쇼크로
중동지역의 정정불안은 늘 유가불안으로 이어졌고 세계 경제 충격의 원인이 됐다.
튀니지와 이집트에 이어 리비아 사태가 악화되면서 또 한 차례 석유파동이 일어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리비아는 하루 최대 165만배럴의 석유를 생산하는 북아프리카 최대 산유국이다.
세계 전체 석유 수출에 차지하는 비중은 약 1.7%로 큰 편은 아니다.
하지만 반정부 시위가 다른 석유수출국기구(OPEC) 국가로도 확산되고 있어 불안감은 커진다.
전 세계 원유의 약 30%를 공급하는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쿠웨이트 등지에서도 정치 · 사회적 불안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 세계 경제에 타격을 입힌 오일쇼크는 1973년과 1979년에 각각 일어났다.
제1차 석유파동은 1973년 발생한 이스라엘과 아랍권 간 중동전쟁이 석유전쟁으로 번지면서 1974년 초부터 본격화됐다.
당시 OPEC 회의에서 페르시아만의 6개 석유수출국이 원유 가격을 17% 인상했고 팔레스타인의 영토 주권을 회복하는 시점까지 매달 원유 생산을 전월 대비 5%씩 감산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때문에 국제 원유값은 1973년 배럴당 2.59달러에서 1년 만에 11.65달러로 4.5배나 뛰었다.
그해 세계경제는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제2차 오일쇼크는 1978년 말 이란의 국내 정세 혼란과 1979년 이슬람 혁명으로 인해 불거졌다.
당시 세계 석유공급량의 15%를 차지한 이란이 전면 수출 금지를 결정하자 석유업자들의 시장 조작과 매점매석이 횡행했다.
1980년 8월 이란과 이라크 간 전쟁이 발발하면서 배럴당 30달러를 돌파한 뒤 고공행진을 거듭한 유가는 1981년 10월이 돼서야 배럴당 34달러 선에서 안정됐다.
1978년의 배럴당 12.70달러와 비교해 2.7배 오른 것이다.
이때도 물가 급등으로 경제성장률이 하락하는 등 세계 경제는 어려움을 겪었다.
1990년엔 이라크가 쿠웨이트를 침공하며 벌어진 걸프전으로 유가가 배럴당 17달러에서 40달러 선까지 뛰었다.
이후 배럴당 24달러 선을 유지하던 국제유가는 2003년 미국이 이라크전쟁을 일으킨 이후 30달러 후반대로 올라섰다.
캐피털 이코노믹스 관계자는 "시위가 리비아보다 산유량이 더 많은 국가로 확산된다면 국제유가가 수주 내에 배럴당 140달러까지 치솟을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했다.
⊙ 유가보다는 식량값이 더 걱정
유가보다는 식량값 폭등 사태가 향후 글로벌 경기 회복에 더 큰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최근 로이터통신은 각 분야 전문가 인터뷰와 설문조사 결과를 인용해 "식량 가격 상승에 따른 고통이 선진국보다는 개발도상국에 집중될 가능성이 높고 이로 인해 선진국 경기 회복을 떠받쳐온 개도국의 성장엔진이 식을 수 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최근 리비아 사태 확산 여부로 관심을 끌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원유 공급이 차질을 빚지 않는 한 글로벌 소비자들의 지출 추세는 완만하게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게 로이터통신의 분석이다.
반면 식량 가격은 당분간 추가 상승할 가능성이 높아 전 세계적인 파급효과가 더 크다고 통신은 진단했다.
토마스 헬빙 국제통화기금(IMF) 연구원은 "개도국 가계에서 식량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라며 "지금 식량 문제는 어떤 문제보다 더 큰 우려를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제경제 전문가들은 원유 가격이 배럴당 110달러를 뛰어넘지 않으면 올해 글로벌 경제성장률은 0.4%포인트가량 하락하는 데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원유 가격이 배럴당 150달러까지 치솟을 확률은 10~15% 정도인 것으로 추정됐다.
⊙ "유가상승 문제없다" 낙관론도
반면 이번 사태가 또 다른 오일쇼크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낙관론도 나온다.
최근 로렌스 이글스 JP모건 애널리스트는 "역사적으로 볼때 내부 정치적 혼란으로 석유 공급이 장기간 차질을 빚은 사례를 찾아보기 어렵다"며 "오히려 새 정권이 들어설 경우 민심 수습을 위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석유 수출을 늘릴 가능성도 높다"고 설명했다.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와 뱅크 오브 아메리카의 에단 해리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유가가 2008년 최고치까지 오른다 해도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지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루비니 교수는 국제 유가가 140달러까지 오르면 "일부 선진국 경제는 더블딥에 빠지기 시작할 것"이라며 "유가가 2008년 수준으로 오르면 미국 경제의 성장 속도가 급속히 떨어지겠지만 침체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상대적으로 리비아에서 많이 생산되는 고급 석유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유럽은 다소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브렌트유가 140달러까지 올랐다가 2분기 내에 다시 하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해리스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평균 유가가 높아진다고 해도 세계 경제가 다시 침체에 빠지진 않을 것으로 봤다.
그는 "리비아 이외 지역으로 석유 생산 감축이 확산되면 유가 전망치를 다시 검토할 것"이라며 "유가가 역사적 고점을 넘어 배럴당 150달러 정도까지 올라 오랫동안 그 수준에 머물러 있으면 글로벌 침체는 실질적인 리스크로 부상하고 배럴당 200달러가 되면 글로벌 침체는 거의 확실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2008년보다 여유로운 대처의 이유가 유가 급등으로 인한 충격이 2008년보다는 크지 않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글로벌 경제가 2008년 금융위기와 경기침체의 시기에 유가 급등세를 경험하면서 갖게 된 이른바 '학습효과' 덕분이라고 분석했다.
소비자와 기업들이 유가 급등을 경험하면서 고유가에 대비할 수 있는 자세를 갖추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임기훈 한국경제신문 기자 shagg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