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중국과 일본의 연구소와 함께 세 나라 청소년들의 가치관을 조사한 결과, 청소년들이 가장 행복하다고 느끼며 살고 있는 나라는 중국인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청소년은 71%만이 행복하다고 답해 세 나라 가운데 가장 적었다.

반면, 학교에서 집단 따돌림, 이른바 '왕따' 문제가 점점 심해질 것이라는 대답은 우리나라가 가장 많았다. 이러한 대답은 특히 중학생이 고등학생보다 더 많았다.

반면 남성과 여성에 대한 평등의식은 우리나라 청소년들이 가장 높았다.

남편은 돈을 벌고 아내는 가정을 돌봐야한다는 응답이 일본의 절반 수준이었다.

그러나 결혼 비용을 부모가 전혀 부담할 필요가 없다는 대답은 3국 가운데 가장 적어 결혼할 때 부모에 의존하겠는 생각이 여전히 높았다.

나라가 위급한 상황이라면 나라를 위해 무엇이든 하겠다는 청소년은 중국이 80% 이상으로 가장 많았고, 우리나라는 48%, 일본은 23%로 큰 차이를 보였다.

이번 조사 결과에서는 두 가지 국내 청소년들의 문제점이 나타난다. 첫째로 가장 낮은 행복지수와 그와 대비적으로 가장 높은 이른바 '왕따'지수를 보자.

우리나라 청소년들이 행복하다고 느끼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입시 스트레스 일 것이다. 이는 사회 구조적 문제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다른 나라와는 달리, 우리나라에서 대학이라는 존재는 목표를 위해 거쳐 가는 수단이 아닌 그 자체로서 목적이 되어버렸다.

능력이 아닌 '명문대'라는 간판만을 채용의 잣대로 삼는 기업들의 뿌리 깊은 풍토와 사회적 인식이 이러한 입시 정글을 형성했다.

삭막한 학교 분위기에 핵가족화로 인한 개인주의가 더해져 '학교 문제'라는 또 다른 사회적 문제를 파생하게 되는 것이다.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은 입시 위주의 학교 교육을 혁파하고 특성 개발을 통한 진로 지도를 하도록 학교의 운영 시스템을 변화시키는 것이다.

가까운 예로 일본을 들 수 있다.

일본 역시 우리나라와 비슷한 대학 위주의 학교 시스템을 운영하다가 1997년 교육 개혁 이후, 개별 학생의 특성과 소질에 초점을 맞춘 시스템으로 변화시켰다.

이는 다양한 분야에서 큰 성과로 그 결실을 맺게 된다. 계발활동을 통해 자신의 특성에 맞게 소질을 키우는 등 공부에만 치우친 교육 시스템을 바꾼다면 우리나라 청소년의 잃어버린 웃음이 돌아올 수 있을 것이다.

둘째로 부모 의존적인 인식이다.

결혼 때 부모에게 도움을 받겠다는 청소년의 인식이 산재해 있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성인이 됨과 동시에 부모의 집에서 독립해 스스로 살아나가는 서양인들과 상당히 대비되는 부분이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핵가족화가 가속되면서 자식의 수가 줄어들자 부모의 자식에 대한 관심은 점차 높아지고 있다.

헬리콥터 맘, 인공위성 부모라는 말이 나오는 것처럼 부모의 지나친 간섭은 오히려 자식들이 홀로서기 하는 데 부정적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크고,

부모는 자식이 자급자족 할 수 있는 나이가 되었을 때까지 돈을 쏟아 붓기 때문에 결국 노후 대비를 하지 못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자식의 '자립성' 확립이다.

부모에 의존하지 않고 어렸을 때부터 스스로 노력하며 성취하는 습관을 길렀을 때 비로소 이러한 사회적 악순환이 사라지게 될 것이다.

부모 역시 진정으로 자식을 위하는 길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부모는 자식 인생의 대리자가 아닌, 길을 이끌어주는 가이드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청소년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짊어질 등불이자 희망이다.

어른과 그들이 이룩한 사회로 하여금 희망의 불빛을 사그라지게 하는 역설적 행위가 발생해서는 안된다.

앞으로 올바른 교육 개혁을 통해 변화된 청소년의 가치인식조사 결과가 나오길 기대해본다.

정재희 생글기자(광남고 3년)fkdleps25@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