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수답안의 형태가 가장 이상적인 형태인가요?

[생글 논술 첨삭노트] (50) "합격의 당락은 표현이 아닌 내용이 가르치는 것"
이번주에는 저도 몇 차례 언급한 바가 있는 논술가이드북의 예시답안 혹은 우수답안에 대한 질문이 있어서 이에 대한 답을 먼저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질문; 제가 지금 논술 준비 수업을 두 개 들으면서 하고 있는데요.

하나는 학교에서 외부 논술 강사들을 불러와서 수업을 하는 거고 다른 하나는 친구 몇 명이랑 같이 논술과외를 받는 겁니다.

근데 외부 논술 강사분들 말로는 대학에서 제시하는 우수답안에 최대한 수렴하도록 써야 합격이라고 하고 과외에서는 꼭 그렇게 써야만 합격하는 것이 아니라 편안하게 써야 하고,우수답안이랑 상이하게 써서 합격하는 사례가 더 많다고 하시더라고요.

논술에 딱히 정답이 있는 건 아니지만 양쪽의 의견이 정반대라서 어떻게 준비를 해야 할지 혼란스럽습니다. 어느 쪽의 의견이 더 옳은 건지 알려주세요.

▼답; 저도 지난 시간에 "채점은 일방적으로 출제본부에서 할 뿐이니,이에 대해 정확한 확답을 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고가 될 만한 가이드북이나 선배 합격생들의 경험들이 분명 있으니 이를 참고하여 학생 스스로 '대학별로' 명확한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합니다"라고 말씀드린 바 있습니다.

언뜻 보면 이것은 대학가이드북의 표현 양식을 따라야 한다는 주장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만 이 주장은 "그렇게 하면 합격한다"는 보증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합격은 표현이 아닌 내용으로 결정되는 것이기 때문이지요.

예를 들어 고려대 논술가이드북은 다양한 형태의 답안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표현 형태에 따라,내용에 따라 몇 가지를 구분하고,또 반대로 피해야 할 답안들까지도 제공하고 있지요.

그리고 이 모든 것에 대한 평가 기준을 읽어보면 아시겠지만,좋다 나쁘다의 기준은 내용에 달려 있습니다.

심지어 첫째,둘째와 같은 서수를 사용한 경우에 대해서도 출제본부 측에서는 '정리를 잘했다'고 표현하고 있지만,그 외의 어떤 대학에서도 이런 류의 우수답안을 내놓은 적은 없습니다.

그럼 어떻게 된 것일까요?

A라는 내용을 대학이 원하는 형태에 맞게 요약하고 표현했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A라는 내용 자체를 정확히 맞히는 것이 우선인 것입니다.

아직 실전을 경험해보지 않은 학생들은,혹은 논술경험이 많지 않은 학생들은 출제자가 요구하는 그 내용(답)을 맞히는 것이 그다지 어렵지 않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많습니다.

초반엔 대개 기초를 위해 쉽고 단순한 유형의 문제를 풀기 때문에 더 그렇기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문장을 더 깔끔하고 읽기 좋게 쓰는 것이 합격에 더 가깝게 가는 길이라고 생각하지요.

물론 글씨를 잘 쓰고,문장을 읽기 좋게 쓰는 것은 필요합니다. 다만 그것은 그저 기본이라는 것입니다.

제 아무리 실력이 뛰어난 학생도 상위권 대학의 문제를 확신하며 푸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가령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서강대 급의 고난이도 기출문제 10개를 푼다고 하면 5개 정도만 정확히 맞혀도 대단한 것입니다. 저는 이럴 경우에 "합격 가능성이 있군!"이라고 과감히 말하기도 합니다.

학생들이 흔히 하는 '글만 매끄럽게 잘 쓰면 합격'이라는 상상은 논술 훈련 초반부에나 가능한 생각입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고 본격적인 훈련을 하게 될 때쯤이면,오히려 '이거 글만 잘 쓴다고 되려나?

만날 답을 틀리는데'라는 생각을 하게 될 것입니다.

표현에 대한 확신보다는 내용에 대한 확신을 갖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논술을 해볼수록 이해하게 될 것입니다.

멀리 돌아온 것 같지만,질문에 대한 답은 이렇습니다.

우수답안이라는 것은 그저 참조에 불과합니다.

(즉,과외 강사분의 의견에 동의합니다).

그대로 따라쓰려고 마음을 먹어도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실전에서는 그 문제가 나오지 않을테니까요.

그리고 우수답안의 그 구조나 표현양식을 익혔다고 하더라도, 심지어 완전히 똑같이 쓸 자신이 있다고 하더라도 답을 모르면 말짱 헛일입니다.

대개 후자의 상황이 훨씬 많이 벌어집니다.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해보아도 마찬가지지요. 채점자가 놀랄지도 모릅니다.

"아니,왜 다들 이렇게 똑같은 구조와 표현으로 쓴거지? 뭘 베낀건가? 자기 글이 아닌 것 같은 느낌이네"라고 말이지요.

논술을 계속 하다보면 아시겠지만, 주어진 논제에 대해 답할 수 있는 형식이란 것이 결론의 위치를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고작 2~3가지입니다.

자신의 생각을 쓰는 유형의 문제라면 또 다르겠지만,제시문의 내용과 논제가 결부되어 있는 한 대한민국의 논술에서는 '매우 자유로운 글쓰기'를 허용하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천천히 유형에 따른 글쓰기 구조를 논리적으로 이해하시는 것이 더욱 필요한 일입니다.

(지금 제가 연재하고 있는 내용이지요).우수답안은 그저 참고 삼아,그것도 실전 즈음에나 돼서,스쳐지나가듯 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합격생들 대개는 "오늘 문제 아는 거였어요" "오늘 문제는 좀 쉬웠어요"라고 할 때 합격합니다.



⊙ 공통점 찾기의 예시문제

<문제> 다음 두 제시문의 공통된 관점을 서술하시오. (2006학년도 중앙대 수시1학기 기출문제를 편집)



역사 교과서는 한 국민의 역사의식을 구성하는 중심적 지위를 갖는다.

학교에서 가르치는 역사 지식은 의심,비판,재구성으로부터 자유로운 사실들의 집합체로 여겨진다.

교과서는 한 사회에서 널리 합의될 수 있는 보편적인 지식 혹은 표준화된 지식을 전제로 하지만,과연 교과서에 담을 '공적 지식'이라는 것이 존재하는가?

그리고 교과서의 내용을 유일하고도 객관적인 지식이라고 믿을 수 있는 당위성이 있는가?

교과서란 우리에게 무엇인가를 설명하고자 하는,그것을 통해 어떤 문제에 관한 진리를 가르쳐 주려는 특정한 사람의 시도임을 이해하여야 한다.

그러나 모든 역사적 결론은 다른 관점과 시각에 의해 수정될 수 있고,교과서 역시 객관적인 것처럼 보이는 편견의 한 사례일 수도 있다는 점을 명심하여야 한다.

그러므로 교과서를 단순히 수용해야 할 역사적 지식을 담고 있는 대상으로서가 아니라,하나의 해석 자료로 보고,그 기술(記述)에 내재된 역사 인식을 판단함으로써 하나의 '텍스트'로 보는 관점의 전환이 필요하다.

과거에 대한 진술이 항상 임시적이며 재해석될 수 있는 대상이라는 점을 인정한다면,역사 지식은 궁극적으로 암기의 대상이 아니라 끝없는 논쟁과 재해석의 대상으로 재인식되어야 할 것이다.

길 가는 아이들을 붙들고 "무지개가 몇 가지 색깔이니?"하고 물으면 망설임 없이 "일곱 색깔!"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그렇다면 전 세계 모든 사람이 무지개 색깔을 일곱 가지로 인식하고 있을까?

정답은 '아니다'이다.

왜냐하면 세계적으로 무지개는 일곱 가지 색깔이라는 규칙이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우리나라와 몇몇 나라들만이 영국의 과학자 뉴턴이 제창한 '무지개의 색깔은 일곱 가지다'라는 설을 학교 교육을 통해서 배우고 있다.

1668년, 뉴턴이 스물네 살 때,케임브리지대의 실험실 암실에서 벽에 난 작은 구멍을 통해 들어온 빛을 프리즘을 통해 반대편 벽에 비췄다.

그랬더니 벽에 여러 가지 색깔이 띠 모양으로 나타났다.

당시로서는 대발견이었다!

그러나 그 시대에는 각각의 색마다 명확한 경계가 없었다.

일곱 색이라는 것도 어디까지나 뉴턴의 주관적인 생각에 지나지 않았다.

뉴턴은 자신의 저서 <광학>에 이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놓았다. 무지개가 일곱 색깔이 되기까지는 뉴턴이 살았던 시대의 사고방식이 다분히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뉴턴이 살던 시대에는 수학과 과학,기하학과 더불어 음악도 어깨를 나란히 했다.

음악에서 말하는 '도'에서 '시'까지의 음계,이른바 한 옥타브는 7음이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7이라는 숫자가 자연을 나타내는 기본적인 숫자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런가 하면 색채의 기본으로 빨강 파랑 노랑 녹색 진보라 다섯 가지 색이 있었다.

그런데 뉴턴은 프리즘으로 만들어진 색의 띠를 보고 나머지 두 색을 더해 일곱 색으로 만들고 싶었던 것 같다.

그래서 빨강과 노랑 사이에 과일 오렌지에서 따온 '주황'의 색명을,또 파랑과 진보라 사이에 당시 인도에서 수입된 식물 염료의 색에서 따온 인디고 블루,즉 '감색'의 색명을 추가해서 무지개는 일곱 가지 색깔이라고 정했다.

<공통된 관점>이란 말 그대로 공통적으로 주장하는 바,혹은 나타내고 있는 바가 무엇인지를 쓰라는 것이지요. 우선 제시문의 성격부터 보자면,(가)가 주장문,(나)가 설명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다소 애매하긴 합니다.

아마도 적극적으로 해석한다면 (가)의 그것을 따라야 할 것이고,소극적이라면 (나)의 그것을 따라야 하겠지요.

다음 시간에는 이 문제의 답안을 어떻게 구성할 수 있는지 제시문 독해부터 구조짜기에 대해 꼼꼼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이 연재나 논술에 대한 질문을 계속 받고 있으니 메일 주세요.

이용준 S · 논술 선임 연구원 sgsgnote@gmail.com